28년 만의 서울 자가
뼈아픈 전세사기 극복
연희동 구축 아파트 입성

출처: 김광규 인스타그램
배우 김광규가 서울 하늘 아래 자신의 이름으로 된 온전한 집 한 채를 소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8년이었다.
무명 시절 회당 몇만 원에 불과하던 출연료를 아끼고 모아 간신히 마련했던 전셋집을 한순간에 사기로 날려버렸던 그가, 길고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서울 연희동의 한 구축 아파트에 당당히 닻을 내렸다.
사건의 전말은 최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유재석을 필두로 하하, 주우재, 허경환 등 동료 예능인들은 김광규를 위해 일일 수행비서를 자처하며 이른바 잔치국수 원정대로 뭉쳤다.
김광규는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어조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 외로움을 달래려 혼자 국수를 자주 먹었고, 언젠가 작은 국수 가게 하나를 차리는 것이 소박한 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출처: 김광규 인스타그램
이에 후배 허경환이 자신이 더 살뜰하게 챙겨줄 수 있도록 집 근처로 이사를 오라는 가벼운 농담을 던졌으나, 김광규의 입에서 돌아온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이미 연희동으로 거처를 옮겼으며, 서울 집을 사는 데 무려 2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이 깜짝 고백 뒤에는 뼈를 깎는 인내와 대출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비즈니스적 결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광규는 과거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방송 초창기 3만 원, 5만 원의 단역 출연료를 받아가며 11년 동안 피땀 흘려 모았던 1억 2000만 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을 악성 전세사기로 송두리째 뜯겼던 참담한 과거를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잃어버린 자금 중 3000만 원은 지인에게 빌렸던 빚이었기에 정신적 충격은 배가되었고, 극심한 화병과 억울함으로 매일 밤 눈물을 쏟으며 무려 3년에 걸친 지리멸렬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만 했다.

출처: 김광규 인스타그램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는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인천 송도에 자가를 마련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송도 생활 역시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방송과 촬영 스케줄이 집중된 서울 중심부 및 마포구 상암동 일대와의 물리적 이동 거리가 너무 멀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데 상당한 체력적 부담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유재석은 송도가 살기에는 쾌적하지만 방송 스케줄을 다니기에는 동선이 벅차다는 점을 정확히 짚었고, 주우재 역시 상암과 인접한 연희동으로 올라오며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이 획기적으로 좁혀졌음을 격려했다.
김광규는 비록 신축이 아닌 오래된 연희동 구축 아파트이며 일정 부분 금융권 대출을 끼고 감행한 매입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시인했으나, 그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본인의 근로 소득과 결단력으로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출처: 김광규 인스타그램
이날 현장에서는 김광규 특유의 넉살 좋은 인간미도 빛을 발했다. 유재석이 김광규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해 주었던 미담이 공개되자, 김광규는 케이스 모서리가 깨졌다며 케이스까지 새것으로 사달라고 능청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유재석이 쿨하게 케이스 결제를 약속하자, 곧바로 손가락으로 가위 모양을 그리며 상도덕이 없었으니 방송에서 잘라달라고 자진 편집점을 잡아 현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50대 1인 가구의 고립감과 주거 불안, 그리고 전세사기의 사회적 상흔을 온몸으로 겪어낸 김광규의 이번 서울 내 집 마련은 단순한 연예인의 부동산 쇼핑을 넘어선 묵직한 울림을 준다.
바닥에서 시작해 온갖 사기와 풍파를 견디고 마침내 서울에 자신의 거점을 세운 그의 생존 서사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좇는 수많은 현대인에게 진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