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제재한 중국의 오판"... 한국에 찾아온 역설적 기회

중국이 10월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반도체, 배터리를 넘어 조선·해운 분야까지 번진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지만, 실상은 미국을 향한 분풀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제재,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스스로 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조선업을 건드린 순간, 중국은 오히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안겨주는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기습적으로 터진 제재 폭탄


중국 상무부는 14일 성명을 통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쉬핑,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5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이 회사들은 이제 중국 내 모든 조직 및 개인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죠.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이들이 미국 정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조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는 것이 제재 이유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화필리조선소입니다.

이곳은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곳으로, 미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중국이 굳이 이 상징적인 조선소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은 해당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거래가 많지 않아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조치가 한국 정부나 한화오션과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됐다는 점은 우려를 키웁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중국의 이번 제재는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바로 이날 미국이 중국 선박에 대해 순톤당 최대 50달러의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거든요.

중국도 즉각 맞대응에 나서 미국 선박에 순톤당 400위안(약 8만원)의 입항료를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중 양국이 서로의 선박을 겨냥해 수수료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해운·조선 전쟁을 선포한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을 직접 때릴 수 없으니 엉뚱한 한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미국 정부의 조사에 협조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죠.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중국 정책에 따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는 중국의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재를 가한 것은 미국을 향한 분풀이를 한국에 대신 털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놓친 결정적 계산착오


중국의 이번 제재는 전략적으로 여러 허점을 드러냅니다.

첫째, 제재 대상 기업들과 중국 기업 간 거래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즉, 당장의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것이죠.

중국이 큰 소리 치며 발표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반발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둘째, 시진핑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 코앞인 상황에서 이런 제재를 단행한 것은 외교적으로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이달 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 관계 개선은커녕 오히려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죠.

과거 사드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중국은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셋째, 가장 큰 계산착오는 이 제재가 오히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정치적 보복을 서슴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지면, 서방 국가들과 글로벌 해운사들은 중국 조선소를 기피하게 될 겁니다.

결국 그 수요는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죠.

한국 조선업에 찾아온 역설적 기회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한국 조선업은 오히려 웃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조선소 대신 대체 공급처를 찾게 되면, 가장 먼저 고려되는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 조선업은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한국은 기술력과 품질에서 압도적입니다.

특히 미국의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의 기술과 자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수십 년간 조선업을 등한시하다가 이제야 부활을 꿈꾸고 있는데, 그 중심에 한화오션이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 한화오션을 제재한다고 해서 미국이 한화오션을 포기할 리 만무합니다.

오히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이는 한국 조선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또한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안전한 선택지"로 한국 조선소를 찾게 됩니다.

선박은 수십 년을 운용하는 장기 자산인데, 정치적 이유로 언제 제재를 받을지 모르는 중국산 선박을 선뜻 주문하기는 어렵겠죠.

결국 중국의 제재는 한국 조선업에게 "우리가 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입증할 기회를 준 셈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멀어지는 중국


중국이 간과한 또 하나의 사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큰 흐름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탈중국'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배터리, 전기차, 그리고 이제 조선·해운으로 확산되고 있죠.

중국이 한국 기업을 제재할수록, 서방 국가들은 "역시 중국은 믿을 수 없다"는 확신만 굳히게 됩니다.

특히 조선업은 안보와 직결된 산업입니다. 군함, 잠수함은 물론이고 LNG선, 컨테이너선도 유사시 전략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부활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중국이 정치적 무기로 조선업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서방 국가들은 더욱 중국 조선소를 멀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빈자리는 당연히 한국과 일본이 차지하게 됩니다.

미국의 중국 선박 입항 수수료 부과는 중국산 선박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깎아내립니다.

순톤당 50달러, 2028년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까지 나와 있습니다. 중국에서 배를 만들면 미국 항구에 들어갈 때마다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이죠.

해운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한국이나 일본에서 배를 주문하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겁니다.

중국의 자충수, 한국의 전략적 대응


중국의 이번 제재는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한국에게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정치적 보복을 일삼는 예측 불가능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고 있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한중 통상 채널을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조선업계의 수주 확대를 지원하고 있죠.

핵심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되, 궁극적으로는 기술력과 신뢰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정치적 무기를 휘두를수록, 한국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중국의 이번 제재는 역설적으로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굳힐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종로에서 뺨을 맞았다고 한강에서 화풀이를 하는 중국의 전략은,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자충수로 돌아올 것입니다.

한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술력과 신뢰를 무기로 글로벌 조선 시장의 확고한 리더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