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CP)도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구글, 넷플릭스 등 주요 CP들은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설치한 인터넷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거나 적게 지불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임승차'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AI 서비스 확산으로 증가하는 폭발적인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한 망 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인프라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AI 플랫폼도 일정 역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자료를 보면 2030년 네트워크 트래픽의 약 70%는 AI 관련 트래픽이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 검색 이용도가 높아지고 스트리밍·클라우드 게임·실시간 협업 프로그렘에도 AI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메타 등 글로벌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확장되면 트래픽 증가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문제는 빅테크로 불리는 일부 CP가 트래픽 대부분을 유발하면서 망 사용료를 적절히 지불하지 않아 네트워크 용량 증설·운영 등 투자 비용이 ISP로 전가되는 것이다. 이미 CP인 넷플릭스와 ISP인 SK브로드밴드는 챗GPT가 등장하기 전인 2020년부터 망 사용료를 두고 법정 분쟁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양 사의 비공개 합의로 막을 내렸지만, AI 시대에 트래픽이 더욱 늘어나면 또 다른 분쟁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
신 교수는 ISP가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현 상황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네트워크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임승차가 지속되면 ISP는 막대한 비용을 지속해 감당할 수 없다"며 "네트워크 병목 현상이 발생해 AI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국내 ISP의 네트워크 투자 비용은 연간 약 9조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망 사용료 지불에 소극적인 구글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31.2%다. 넷플릭스와 메타는 각각 4.9%, 4.4%를 차지했다.
신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달리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관행이 정착 중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넷플릭스, 메타, MS 등은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 등 ISP와 상업적 계약을 맺고 망 사용료를 비공개로 지급했다. 자사 콘텐츠를 인터넷 망에 연결할 때 트래픽 혼잡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이다. 신 교수는 "트럼프 정부도 CP의 비용 부담 기여 필요성을 얘기했다"며 "인터넷 망을 많이 설치해서 누구나 적절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앞두고 망 사용료 논의를 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CP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협상단이 망 사용료 논의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신 교수는 이용자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망 사용료 논의를 협상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관해 "(CP의 망 사용료 부담은)이용자에게 안전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협상 대상이 아닌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김우영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망 이용대가 공정화 법'을 공동발의했다. 이 의원은 "ISP와 CP 중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용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끊김 없이, 과도한 비용을 부과하지 않고 제공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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