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유망기업·인재 찾자" 여의도 모인 해외 큰손들
반도체디자인·자율주행기술 등에 뜨거운 관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이 사업의 수익 모델은 무엇입니까?",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존 기업들과 차별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얼마나 투자를 받았죠?"
21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서울 인베스터스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큰손' 투자자들이 한국의 젊은 사업가들에게 던진 질문은 사뭇 날카로웠다.
이 행사는 올해 2월 출범한 서울투자청이 처음으로 연 글로벌 투자유치 행사로, 최근 경기 침체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사업 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초기 유망기업에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의 초청을 받은 해외 투자회사 21곳 관계자 30여 명이 서울의 금융 중심지 여의도에 모여 서울 소재 기업 28개사를 22일까지 이틀간 만나게 된다.
이번에 서울을 찾은 이들은 미국의 엔이에이(NEA), 중국의 포썬(FOSUN), 일본의 SBI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벤처캐피털사와 프랑스 유라제오(EURAZEO) 등 사모펀드, 미국의 HP테크(HP Tech Ventures)와 어플라이드 벤처스(Applied Ventures) 같은 기업형 벤처케피털(CVC) 등이다.
국내 주요 금융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최자로 나서 서울 유망기업 발굴과 국내 투자자 초청 등을 함께 했다.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자본 유동성이 급증했다가 미국 중심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할 혁신·유망기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싱가포르 투자사인 '비커스 벤처 파트너스' 부대표 제프리 치는 패널토론에서 "현재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에 관심이 있다"며 "우리가 이런 기술을 이용해 시장의 수요 (위축)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 근거지를 둔 포썬의 알란 천 공동대표는 "헬스케어와 IT기술, 디지털경제 3가지를 주요 투자 분야로 삼고 있다"며 "특히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업별 설명회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반도체 기업 '세미파이브'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9년 설립된 이 회사는 반도체 소자 설계(팹리스)를 생산(파운드리)에 최적화시키는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협력하면서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서울시의 해외 투자자 대상 사전 조사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기업이라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세미파이브 공동설립자인 조명현 대표는 기존 기업과 차별화한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기존 사업 모델을 확장해 플랫폼으로 전환했다"며 "비디오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여러분이 직접 혼자 다 만들 수 없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플랫폼에 따라 원하는 특징을 다 가질 수 있게 된다. 개발 과정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서울로보틱스'는 자동차 사물인식(LiDAR·라이다) 기술과 주변 시설(인프라)의 센서·네트워크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 경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차량을 움직이는 방식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했다.
이 회사의 설명을 들은 호주 정부 관계자는 '그 기술을 항만에서 수입 차량을 들여올 때도 적용할 수 있는지' 물었고, 서울로보틱스 측은 "항만에서 트럭이 차량을 실어 가져오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산업현장의) 야외 자동화 부문에서 우리 기술이 크게 발휘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행사를 개막하며 "서울투자청을 설립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세계적인 투자자들을 모시고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하게 돼 기쁘다"며 "글로벌 투자자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서울 기업들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 2026년까지 5조원 규모의 '서울비전 2030' 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 바이오, 핀테크, 문화콘텐츠 등 서울의 혁신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기업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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