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순천만을 그러안은 산 [전라도의 숨은 명산 앵무산]
순천 앵무산鸚鵡山(385m)은 순천시 해룡면과 여수시 율촌면 경계를 가르는 산으로 앵무새를 연상케 하는 지명이지만 이와 관련한 설득력 있는 유래를 찾기는 어렵다. 앵무새는 열대지방에 분포하는 새로 알려져 있으며, 대형 앵무새는 70~80년을 사는 장수하는 새다. 우리나라에서 앵무새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647년 신라 진덕여왕 즉위 초에 일본에 앵무새를 보냈다는 내용이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다. 앵무새는 조선시대에도 중요한 외교 선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앵무산은 여수지맥 중간에 위치하며 천황산, 곡고산, 앵무산 3개의 봉우리가 하나로 묶여 있다. 아담한 산세 탓에 뒷동산 수준으로 생각하고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숲으로 들어 갈수록 시시각각 다르게 변하는 멋진 풍광에 감탄하게 되는 산이다. 산의 위치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반도 지형으로 서쪽으로는 순천만, 동쪽으로는 광양만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어서 높이에 비해 조망이 탁월하다.
특히 명승 제41호로 지정된 순천만 일대의 광활한 습지를 한눈에 보는 조망대 구실을 한다. 앵무산은 주요 봉우리의 고도차가 크지 않아 편안하다. 이정표가 잘 갖추어져 있고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울창해서 육산에 가까울 정도로 걷는 촉감도 좋다.
국내 최대 갈대밭, 흑두루미 등 세계적인 보호조류들의 천국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갈대군락지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순천만은 드넓은 갯벌에 갈대만 무성한 버려진 땅이었다. 그동안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유네스코는 세계 5대 갯벌로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함께 한국의 갯벌을 꼽는다.
우리나라 4대 갯벌로는 순천만 갯벌을 비롯해 전남 신안 갯벌, 충남 서천 갯벌, 전북 고창 갯벌이 손꼽힌다. 순천만 갯벌의 특징은 다양한 염생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으며 붉은색 칠면초가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다.
갯벌은 '생명의 자궁'이라고 부른다. 각종 어패류의 서식지와 산란장을 제공한다. 자연재해와 기후 조절의 기능이 있고, 육상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의 정화조이며 바다 생물들을 생존하게 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순천만은 이제 '대한민국 생태 수도' 슬로건을 내건 순천의 얼굴이다. 갯벌 자체만으로도 관광자원인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 생태자원을 활용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다. 2008년 순천만 일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하고 있다.
앵무산은 산행과 트레킹을 겸할 수 있다. 앵무산 아래로 해변을 따라 14km의 남파랑길 61코스가 지나간다. 남파랑길 61코스는 와온해변에서 시작해서 순천만 갈대군락지 습지를 지나서 별량 화포마을까지다.
산행과 트레킹을 연계하려면, 앵무산 용두재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한다. 용두재에서 왼쪽 하사마을로 내려가면 와온해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와온해변 주변은 예쁜 카페와 사진찍기에 좋은 핫플레이스가 많은 특징이 있다. 순천만에서 유일한 섬인 솔섬(사기도) 근처에 있는 일몰전망대도 많이 찾는 명소다.
용두재 갈림길에서 오른쪽 농주마을로 내려가면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갈 수 있다. 선학마을에서 용산전망대(공사 중으로 인해 폐쇄, 일부 농로 경유) 우회 노선 따라(이정표 미흡) 출렁다리를 통과 후 갈대군락지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갈대군락지에는 데크 길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각사각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를 들으며 걷는 느낌은 또 다른 감동이다. 갈대군락지 매표소에서 스카이큐브(무인 궤도차)를 이용하면 순천만 국가정원까지도 관람이 가능하다.
천년사랑의 상징! 노부부 은행나무
앵무산은 대부분 해창마을을 들머리로 하지만 중흥마을에서 출발하면 순천에서 가장 오래된 700년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민들은 은행나무가 족히 1,000년은 됐을 것이며 마을에서 오랫동안 당제를 지낸 수호신이라고 말한다. 은행나무는 중흥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마을 안쪽으로 100m 거리 언덕에 있다. 25m 높이의 거대한 크기로, 왼쪽은 할아버지 은행나무, 오른쪽은 할머니 은행나무다.
오랜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마주 보고 있다 보니, 모습도 서로 닮았다. 문득, '천년사랑' 약속 장소로 스토리텔링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중흥마을 입구에는 등산로와 관련된 어떠한 이정표도 없다. 마을 안쪽 시멘트 포장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실질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매실 밭을 지난 후 20여 분 동안은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길이 희미하지만 곳곳에 걸려 있는 산행표지기를 참고하면 된다. '해창 용전사거리' 이정표에서부터는 길이 분명하고 이정목도 촘촘하다.
곡고산 정상에 순천만 쪽으로 시야가 완전히 열려 있는 삼각점과 전망데크가 있다. 5.4㎢(160만 평) 면적의 조밀하고 방대한 갈대밭과 23㎢(690만 평)에 이르는 갯벌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이 그린 한 폭의 명작을 보는 듯하다.
순천만의 S자형 수로는 사진작가가 선정한 대한민국 10대 낙조 명소다. 여자만의 중심인 대여자도와 소여자도가 보이고, 벌교 참꼬막의 주산지인 장도 북두름산, 바다 너머로는 순천 조계산을 비롯한 호남정맥 하늘금과 고흥 운암산, 팔영산까지도 조망된다. 전망 좋은 곳에는 커다란 벤치가 놓여 있어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앵무산 정상에서는 서쪽 풍경과 동쪽 풍경이 동시에 보이지만 서로 정반대의 모습이다. 서쪽 순천만이 생태계 보존의 상징이라면, 동쪽 광양만은 힘차게 움직이는 경제성장의 상징이다. 광양만에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광양컨테이너터미널과 광양제철 등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멀리 여수 영취산, 남해 망운산, 하동 금오산까지 보인다. 묘도와 광양시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의 모습도 보이는데 주탑의 거리가 1,545m이며, 이는 이순신 장군의 탄생 년이다.
정상을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앵무정 쉼터다. 하사마을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직진하면 바다 조망이 툭 터진 용두재가 나온다. '농주갈림길'로 표기되어 있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는 하사마을, 오른쪽은 농주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산행길잡이
▶ 중흥마을 버스정류소 - 700년 은행나무 - 곡고산 - 암릉지대(전망바위) - 앵무산 - 정자 - 농주갈림길(용두재) - 카페 알로 - 선학리 - 남파랑61코스 우회길 - 출렁다리 - 순천만 갈대군락지 <총 거리 12km, 5시간 소요>
▶ 신흥마을 - 천황산 - 곡고산 - 암릉지대 - 앵무산 - 정자 - 농주갈림길(용두재) - 하사마을 <총 거리 7km 3시간 40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순천 가는 고속버스는 하루 13회(06:10, 07:00, 07:50, 08:30, 10:10, 12:30, 13:30, 15:00, 16:05, 18:10, 20:10, 22:30, 23:30) 운행한다. 우등 3만 800원, 프리미엄 3만 6,000원. 소요 시간 3시간 40분이다. KTX는 서울역에서 하루 7회(07:03, 07:39, 08:04, 09:45, 12:08, 16:35, 17:37) 운행한다. 2시간 약50분 소요,
요금은 4만4,300원.(08:04 출발하는 새마을호는 4시간 28분 소요되며, 요금은 3만2,400원)
순천역에서 중흥마을까지는 97번, 버스 주말,공휴일엔 6회(07:20, 09:50, 12:30, 15:20, 18:05, 20:50) 운행하며, 98번은 5회(05:50, 07:15, 08:50, 10:45, 12:30) 운행한다. 요금은 현금 1,500원.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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