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들고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대표팀의 부진과 협회의 무능함에 분노한 축구 팬들을 향해 최소한의 예우와 진정성을 보여야 할 자리였으나, 그는 끝까지 실망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사퇴 입장문을 낭독하는 내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 있던 그의 모습은 한국 축구의 추락을 상징하는 오만한 장면 그 자체였다.

기자회견장에 선 감독이라면 적어도 국민 앞에서는 겸허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다.
그러나 홍 감독은 죄송하다는 입으로 사과를 읊으면서도, 정작 두 손은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채 흐트러진 자세를 유지했다.
이는 사태를 수습하러 나온 사람의 태도라기보다는, 불만 가득한 직원이 마지못해 업무를 처리하는 듯한 불쾌함만을 남겼다.

그동안 그가 강조해 온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이라는 명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현장을 가득 채운 취재진과 그 뒤에 있는 수많은 축구 팬들을 향해 보여준 그 무례한 태도는, 그가 얼마나 한국 축구를 가볍게 여기고 있었는지를 방증한다.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던 말은 그저 형식적인 입장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질의응답조차 거부한 채 준비된 입장문만 낭독하고 떠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불통의 정점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축구계의 문제를 직시하기는커녕, 비판적인 여론으로부터 도망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퇴장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축구 팬들은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홍 감독의 이런 태도는 그를 선임하고 방치한 대한축구협회의 안하무인 격 행정과도 결을 같이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힌 협회의 문화가 결국 감독의 태도까지 망쳐놓았다.
오만함이 몸에 밴 리더들이 지배하는 한국 축구에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진정한 쇄신은 낡은 인물들을 걷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을 대하는 겸허한 자세를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퇴라는 형식을 빌려 도망치려 하지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예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사랑으로 존재해 온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이런 오만한 이들에 의해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