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큰 지하동굴이 있다고요?" 4억 년 전 천연 석회암 동굴

도심의 일상 아래 숨겨진 황금빛 신비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대한민국 유일의 시내 중심부 석회암
동굴 멸종위기종 황금박쥐의
안식처이자 4억 년 전 지구의 기억이
살아 숨 쉬는 지하 궁전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출처:동해시 공식블로그

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2월의 끝자락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의 평범한 아파트 단지 아래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바로 ‘천곡황금박쥐동굴’입니다.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된 이 동굴은,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어둠 속에 비축해 온 신비로운 자태를 세상에 드러내며 동해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밖은 여전히 겨울의 잔상이 남아있지만, 동굴 안은 연중 14~15도의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며 방문객들에게 따뜻하고도 서늘한 감동의 기록을 전합니다. 도심의 아스팔트 아래에서 4억 년 전 고생대의 숨결을 마주하는 일,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파트 숲 아래 잠들었던 4억 년의 신비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석회암/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천곡황금박쥐동굴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매일 걷는 시내 도로 바로 아래에 이토록 거대한 지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행자에게는 짜릿한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우연이 선물한 지구의 기록 총길이 1,510m에 달하는 이 동굴은 그중 810m 구간이 일반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출처:동해시 공식블로그

1996년 첫 공개 이후 수많은 연구자와 여행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곳이 지닌 학술적 가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동굴 천장에 깊은 도랑처럼 형성된 ‘천장 용식구’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마치 거대한 용이 지나간 자국처럼 장엄한 곡선미를 뽐냅니다.

도심의 소음이 차단된 지하 궁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멈추고 오직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우며 수억 년의 세월을 웅변합니다.

황금빛 날갯짓, 멸종위기종
황금박쥐의 안식처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실내/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동굴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황금박쥐(붉은박쥐)’가 실제로 서식하는 귀한 공간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금박쥐는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이 깃든 어둠 속의 약속 진한 오렌지빛을 띠는 황금박쥐가 도심 인근 동굴에 터를 잡았다는 것은 이곳의 생태적 보전 상태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합니다. 2월인 지금은 박쥐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출처:동해시 공식블로그

비록 관람객들이 직접 박쥐를 마주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들이 머무는 어둠의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합니다. 동굴의 절반가량을 보존 지역으로 묶어 황금박쥐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는 동해시의 노력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기록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종유석과 석순이 빚어낸 지하의
예술 작품들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출처:동해시 공식블로그

동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자연이 빚어낸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생성물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천장에서 내려온 종유석과 바닥에서 솟아오른 석순이 만나 기둥이 된 ‘석주’는 마치 신전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웅장합니다.

돌이 꽃이 되고 기둥이 되는 마법 동굴 곳곳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모를 조각품들이 가득합니다. 어떤 것은 수줍은 꽃봉오리 같고, 어떤 것은 위엄 있는 장군의 모습 같습니다.

특히 겨울철 동굴 밖의 메마른 풍경과 대비되는 동굴 안의 촉촉한 습기와 반짝이는 석회 암반의 질감은 방문객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돌이 물에 녹고 다시 굳어가는 수만 년의 반복이 만들어낸 이 정교한 예술은 인간의 기술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대자연의 서사입니다.

동굴 밖의 연장선, 돌리네와
야생화 체험공원

자연학습체험공원/출처:한국관광공사

천곡황금박쥐동굴의 여행은 동굴 밖에서도 계속됩니다. 동굴 위 지표면에 조성된 자연학습체험공원은 동굴의 형성 원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한 교육의 장입니다.

땅 위의 깔때기, 돌리네 탐방로 석회암 지대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함몰 지형인 ‘돌리네(Doline)’를 따라 785m의 탐방로가 이어집니다. 깔때기 모양으로 파인 웅덩이들을 관찰하며 걷다 보면 발아래 동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아직은 추운 2월이라 야생화가 만발한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대지의 고요한 숨결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100여 종의 야생화가 피어날 준비를 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힐링의 마무리가 됩니다.

방문객을 위한 이용 가이드

천곡황금박쥐동굴/출처:한국관광공사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동굴로 50
운영 시간:
평시: 08:30 ~ 18:00 (입장 마감 17:30)
성수기: 08:30 ~ 19:30 (입장 마감 19:00)

이용 요금:
어른 4,000원 / 청소년·군인 3,000원 / 어린이 2,000원

주차요금: 소형 1,000원 / 대형 2,000원
주의사항: * 동굴 내부는 머리를 부딪칠 수 있는 구간이 많으므로 제공되는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내부 계단과 바닥이 젖어 있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권장합니다.

주변 볼거리: 추암 촛대바위, 묵호항 논골담길, 무릉계곡 등과 연계하여 동해 여행 코스를 짜보세요.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탐방로/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우리에게 일상의 발밑에 숨겨진 '경이로움'을 가르쳐줍니다. 아파트 숲 사이를 바쁘게 지나치던 발걸음이 잠시 멈추고 어두운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순간, 우리는 4억 년이라는 우주의 시간 앞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황금박쥐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엿보고, 자연이 빚은 조각품들에 감탄하며 보내는 이 시간은 당신의 일상에 가장 신비롭고 깊은 기록을 남겨줄 것입니다.

이번 주말, 강원도 동해의 도심 속으로 떠나보세요. 아스팔트 아래 숨겨진 황금빛 신비가 당신의 호기심 가득한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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