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시니어금융 부문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이 2019년 은행권 최초의 시니어 전용 브랜드 '시니어플러스'를 선보였지만, 전문 보험사가 없어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우리은행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30조원을 밑도는 등 상대적 열위에 처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품으며 시니어 사업 진출을 속속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은 초고령화 사회에 걸맞는요양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보험사와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로 고령화 사회에 적극 대응한다는 경영 전략을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니어 대상 상품을 개발하고 돌봄 및 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방침이다. 유휴 은행 점포를 시니어를 위한 요양 및 헬스케어 시설로 전환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보험사를 비은행 핵심 계열사로 육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동양생명은 역대 최대 순이익인 3102억원을 기록했다. ABL생명은 같은 기간 104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두 곳의 순이익을 합치면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높은 우리카드(1472억원)보다 많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어 이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퇴직연금 뉴 정보통신(IT)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 공고를 냈다. 약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6개월 동안 퇴직연금 관련 전체 업무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결과 우리은행은 6월 기준으로 은행권에서 두 번째로 많은 957종의 원리금비보장상품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연금사업그룹을 자산관리(WM)그룹과 통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올 1분기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7조6017억원이다. 은행권 3위인 하나은행(41조2443억원)과의 격차는 13조6426억원이었다.
우리은행은 새로운 시니어 전용 브랜드 '우리원더라이프'도 선보였다. '인생의 후반전을 빛나고 경이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젊고 활동적인 시니어 고객을 위한 맞춤형 시니어 금융 브랜드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애플리케이션 '우리WON뱅킹' 내에 흩어져 있던 시니어 고객 금융상품 및 콘텐츠, 부가서비스 등을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원더라이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자산관리, 재무, 부동산, 신탁 연금 등 금융은 물론 건강, 여가, 관계, 일자리 등 비금융 관련 콘텐츠도 포함된다.
현재 우리은행은 시니어 특화 점포 '시니어플러스' 3곳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서울 성북구 동소문점을 개점을 시작으로 2023년에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점, 서울 강서구 화곡동점을 추가 설치했다. 노령층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 지점들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인 시니어를 대상으로 실생활 중심 금융교육을 진행하는 'IT행복 배움터'도 설립했다. 2022년 서울 은평점을 시작으로 수도권 11개 복지시설·시니어클럽에 자리 잡아 지금까지 886명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176회 교육을 실시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시니어 고객이 금융은 물론 건강, 여가, 일자리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든든한 동반자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WON뱅킹을 중심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활기찬 노후를 위한 실질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 금융그룹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 진행이 한국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차원에서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시니어 전략 수립이 진행 중"이라며 "연구소에서도 시니어하우징, 시니어케어 사업 전략에 대해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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