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차트의 유래와 그 현대적 가치에 대하여

[성승현의 차트로 세상 읽기]
캔들차트의 창안자 혼마 무네히사
시가, 종가, 고가, 저가를 이미지化
"추세가 지속되는 한 깨지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투자심리를 갖는 비결

흔들리는 것은 무엇인가

250여년전 일본 에도막부 시대 얘기다.

에도 근교의 절에 매일매일을 하늘만 바라보며 누워있는 친구가 있었다. 이름은 ‘혼마 무네히사’, 3년전 미곡(米穀) 선물시장에 투자했다 파산한 이후로 절간에 몸을 의탁하여 무위도식하고 있는 젊은이였다.

과거 일본에는 수도에 상경하는 다이묘(번주)들이 상경비용을 대기 위해 자기 번내 쌀 수확권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권리증이 거래되며 자연스레 미곡 선물시장이 형성되었는데 혼마는 이걸 대량으로 거래하다 파산하여 오갈 데가 없어지자 평소 잘 아는 절에 몸을 맡긴 것이었다.

하지만 3년이나 절밥을 축내다보니 스님들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루는 지나가던 주지스님이 그날도 누워서 하염없이 먼 산만 쳐다보던 혼마에게 넌지시 묻는다.

“이보게, 저기 저 산기슭에 세워놓은 깃발이 왜 흔들리는지 아는가?”
난데없는 질문이었지만 대답이야 뻔했다.
“아, 그거야 바람이 부니까 흔들리는거 아닙니까?”
“아닐세, 자네 마음이 흔들려서 그리 보이는거라네.”

그런데 이 말을 끝으로 휘적휘적 돌아가는 주지스님의 뒷모습을 보며 혼마는 대오각성을 하게 된다. 스님의 선문답같은 한마디가 혼마의 가슴에 비수처럼 꽃힌 것이다. 비풍비번(非風非幡)은 원래 불가의 유명한 화두다. 주지는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고 오직 마음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었고, 혼마는 이때 크게 깨우침을 얻는다.

‘그렇구나, 다 내 마음이 흔들려서 그리 된 것이구나. 투자를 한다는 이가 이리 외물에 흔들려서야 어찌 제대로 된 투자를 할까?’

혼마, 차트를 그리다

이후 절에서 내려온 혼마는 커다란 종이에 매일매일의 미곡 가격의 시가, 종가, 저가, 고가 등을 표시하기 시작한다. 투자를 하다보면 하루에도 가격시황이 여러번 바뀐다. 그러다보면 사람의 마음도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게 되니 근본없는 매매를 일삼게 되는 것이다. 혼마는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잡기 위해 스스로 봉차트를 고안하였는데 하필 이 표식이 마치 양초(캔들)처럼 생겼다 하여 후일 우리가 '캔들차트'라 부르는 주식차트의 효시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우리가 HTS에서 일상으로 쓰고 있는 캔들차트가 250여년전 산물이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매일매일 축적된 기록의 결과는 대단했다. 가격데이타가 이미지로 시각화되자 전에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 보이고, 추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혼마가 착안한 것이 흑삼병, 적삼병 등으로 유명한 ‘사케다 5법’으로서, 혼마는 이를 활용해 마침내 미곡선물로 떼돈을 벌어 당대 제일의 갑부소리를 듣게 된다.

그의 거래하는 기술이 얼마나 신기막측했는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거래의 신(神)’이라 부르게 되었고, 다음과 같은 노래가 널리 불러지기까지 했다 한다.

“사카다는 해가 쨍쨍하고, 도오지마는 흐리고
에도의 쌀창고 앞에는 비가 내리네.
아~혼마님에게만은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번주님만큼은 되고 싶어라.“

지금의 야마가타현(縣) 사카다 지역을 중심으로 불렸던 이 속요에서 지역의 최고 수장보다 더 위세높고 숭상되던 혼마의 위상을 볼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모두 혼마 스스로 고안한 캔들차트의 위력이었다.

캔들차트가 인정받다

혼마가 고안해낸 캔들차트는 이후 메이지 시대를 거쳐 일본 금융업 발전과 함께 근대 일본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1백여년후 일본이 경제대국화 되며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전역 및 유럽 등 여러나라의 투자분석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캔들차트의 세계화에 크게 공헌한 이로 메릴린치의 수석분석가였던 스티브 니슨(Steve Nison)을 들 수 있는데 그는 1989년 ‘캔들차트 구조’를 발표한 이후 각종 언론이나 CNBC와 같은 비즈니스 뉴스 채널 등에서 캔들차트에 대해 꾸준히 홍보하는 한편, 1991년 출판한 ‘Japanese Candlestick Charting Techniques'에서는 캔들차트를 활용하여 서구 경제학에 적용하기도 하였다.

이런 그의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서구 세계에 캔들차트 기법이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금융의 본진인 미국에서는 아직도 캔들차트보다는 Bar차트라든지 선차트가 더 많이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차트들은 캔들차트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패턴 구분이 어렵다는 점에서 분석수단으로서 캔들차트보다 못하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캔들차트란 이처럼 당일의 시가, 종가, 고가 그리고 저가 등 ‘4개의 가격 데이터를 시각화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각화하고 구체화된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트의 진정한 효용가치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만약 이 가격 데이터들이 기록된 매일매일의 표를 본다한들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유의미한 정보도 추론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단지 숫자들의 나열만을 보고서 특정 패턴이나 추세를 상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캔들차트는 직관적이다

반면 캔들차트는 보자마자 현재 주가의 추이가 직관적으로 파악되며, 하락 또는 상승패턴 등의 관찰이 용이할뿐 아니라 추세파악이 바로 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일반 투자가들이 시세를 따라가는데 매우 간편하고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주식투자는 종목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사는 것이다. 따라서 진입과 청산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때 차트만큼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그 자리를 제시하는 수단을 필자는 여때까지 보지 못했다.

또한 투자의 목적이 시세차익에 있다할 때 그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추세를 따라잡을 수밖에 없는데 이 추세 또한 차트에서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로부터 가격은 추세를 결정한다 하였다. 특정 종목에 매수세가 집중되면 주가를 밀어 올리게 되어 상승추세가 만들어지지만 반대로 매도세가 이어지면 매도가 매도를 불러 하락추세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상승추세나 하락추세가 만들어지면 반드시 추세선이 만들어지게 되고 추세가 지속되는 한 결코 이를 깨지 않는 속성을 가진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신뢰도 높은 추세선을 확보하고 있다면 추세가 현재 상방인지 하방인지를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추세의 지속여부도 바로 구분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상승장에서도 제대로 돈을 못버는 이유는 추세가 여전한데도 불구하고 작은 수익에 집착했기 때문이며, 하락장에서 빠르게 빠져나오지 못한 것 역시 상승추세가 깨진 것을 인지하지 못해서이다. 결국 이는 모두 추세를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참극이다.

실제 예: 캔들차트로 본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000660, KOSPI) 캔들차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그렇다면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려 주가가 급등한 SK하이닉스 차트를 예로 들어 보도록 하자.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대한민국 반도체를 대표하는 회사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삼성전자의 위세에 눌려 2인자 자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틈을 타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런 저간의 사정이 알려지고 일반 투자자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주가는 이미 벌써 훨훨 날아간 뒤였다. 기관 투자가들에 비해 정보력이 취약한 일반 투자자들이 갖는 한계만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반면 차트상에서 SK하이닉스의 진입시점은 매우 선제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2022년 반도체 실적악화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렸지만 2023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자 차트 역시 바닥을 다지며 전형적인 상승패턴인 역H&S 패턴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2023년5월 하락추세선을 뚫고 본격적으로 상승 날개를 펼쳤는데 그때가 절호의 매수시점(A)이 되었다.

필자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SK하이닉스의 매수를 외쳤는데 주가는 지난 1년간 엄청난 상승을 기록하며 단 한 번도 상승추세선을 깨지 않았다. 차트로 보자면 청산신호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며, 상승추세 또한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위 차트상의 (A)에서 진입하여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1년만에 100% 이상의 수익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굳이 SK하이닉스의 기업분석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따로 반도체업종 관련해서 공부할 필요도 없다. 단지 선 몇 개만 그으면 진입자리가 보이고, 청산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매우 직관적이고 실제적이다는 면에서 차트분석의 가성비는 이처럼 독보적이다.

캔들차트의 유용성에 대한 반론

물론 어떤 이들은 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차트분석의 정확성이 어느 특정 종목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아 보편적 타당성을 갖기가 어렵고, 개인의 분석능력에 따라 자의적 해석의 스펙트럼 또한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캔들차트 분석이 무슨 전가의 보도마냥 주식투자에 있어 유일한 수단도 아닐뿐더러 상당한 수준의 숙련과정이 담보되어야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식차트는 이제 우리 일반투자가에게 있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지 오래고, 향후에도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이 지도 없이 산을 오를 순 있지만 지도가 있다면 보다 수월할 것이다. 당신이 내비게이션 없이 차를 운전할 수 있지만 역시 없는 것 보단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차트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 물론 차트 없이도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차트의 도움을 받는다면 상당히 쉽고 편하게 투자할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차트는 투자자에게 투자의 기준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 매매의 기준이 없다보니 투자를 그르쳤다. 매수한 주식이 떨어지면 나갈 자리를 몰라 마냥 머뭇거리다 손실을 키우기 일쑤였고, 행여 어쩌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역시 익절 기준이 없다보니 적당한 때에 나가질 못해 결국 수익분을 다 토해내고 손실로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투자 심리

하지만 차트를 제대로 공부하게 되면 이 기준은 매우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기준을 찾아낸 순간부터는 결코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니 그 어떤 경우에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견고한 매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50여년 전에도 바람은 불었고, 깃발은 나부꼈다. 그리고 2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바람은 불고 깃발은 흔들린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 흔들리는 것은 오직 투자자의 마음일 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투자수익은 결코 요원한 것임을 익히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이때 필요한 것이 흔들리는 내 마음 꽉 붙들어매줄 수 있는 그 무엇일진대 그렇다면 주식차트야말로 가장 최적의 수단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지난날 혼마는 그걸 깨달아 일본 최고의 갑부가 될 수 있었고, 우리들 또한 이제 서서히 알아가면 될 일이다.


성승현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수년간 자산관리 업무를 경험하였다. 10년전 주식고수를 만나 차트분석의 묘법을 사사하는 기연(奇緣)으로 지금까지 주식 및 해외선물 투자 중이다. 차트분석 전문가로서 추세추종을 통한 장기투자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