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하니, '직장 내 괴롭힘 증언' 국감 출석 "우린 다 인간"

윤유경 기자 2024. 10. 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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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정감사] 하니, '할 수 있는 조치 다 했다' 어도어 대표 향해"최선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케이팝 아이돌 노동환경 강조"다르지 않은 점,우리는 다 인간이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하니는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했다. ⓒ연합뉴스

소속사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하기 위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팜하니)가 “서로 인간으로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내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라며 “우리 모두 인간”이라고 말했다.

하니는 15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소속사 어도어 전 대표인 민희진씨와 모회사 하이브 분쟁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서다. 이날 김주영 어도어 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하니는 지난달 11일 뉴진스 멤버들과 진행한 유튜브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모기업인 하이브(HYBE) 사옥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하이브 내 다른 그룹 매니저가 자신을 보고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관할 고용노동청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다. 고용 당국은 해당 사안이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보고 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 선후배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와”

이날 하니는 출석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질문에 “뉴진스 멤버와 라이브 방송에서 제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얘기를 했다”며 “대학 축제를 돌고 있는 시기였고 부산대로 갈 준비를 하면서 저는 헤어·메이크업이 먼저 끝나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다른 소속 팀원들 세 분과 여성 매니저에게 잘 인사했다. 그런데 5~10분 후에 그 매니저님이 제 눈을 마주치고 따라오는 멤버들한테 (저를) 못 본 척 무시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니는 “왜 이 일을 당해햐 하는지 이해가 안갔고, 애초에 일하는 환경에서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이해가 안갔다.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제가 오늘 여기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또 묻힐거라는 걸 아니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선배든 후배든 동기든 지금 계신 연습생들도 이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하니는 “그 사건만이 아니었고 데뷔 초반부터 어떤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받으셨다”며 “한국 문화는 더 나이 있는 분한테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이해했는데, 저희 인사를 안 받으신 것은 직업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회사에서 느껴왔던 분위기가 있었다. 말하긴 애매하고 당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라며 “최근 매니저와 겪은 일과 블라인드 앱에서 회사 직원들이 뉴진스를 욕한 것도 봤다. 회사가 저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회사가 무엇 때문에 (뉴진스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냐'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하니는 “저희는 회사의 정해진 길과 다른 길로 데뷔했고 잘 돼서 자꾸 저희를 낮추려고 하시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최근 민희진 대표와 방시혁 대표 간의 갈등이 지금의 사태와 관련 있나”라고 묻자 하니는 “없을 수 없다”며 “그걸 떠나서 굳이 일까지 이렇게 하실 필요는 없는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2024년 10월15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 MBC 생중계 보도화면 갈무리.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뉴진스 멤버 하니(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우 의원은 소속사 대표 간의 갈등이 소속 구성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사건(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분쟁) 때문에 모든 갈등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 대주주 간의 싸움이 구성원들,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아티스트들과 연습생들 등 수많은 구성원들이 이 싸움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든 구성원들을 보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니, 김주영 어도어 대표 향해 “최선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날 국정감사에서 하니는 어도어가 자신이 겪은 문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이 '김주영 대표로부터 증거가 없으니 참으라는 말을 들었냐'라고 묻자 하니는 “증거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면서 계속 넘어가려고 하셨다”고 말했다. 하니는 CCTV를 확인했는데 앞에 8초 분량의 인사하는 영상만 있고 이후의 장면은 남아았지 않다며 “왜 뒤에 영상이 없는지 여쭤봤는데 미팅 내내 그 이유가 계속 바뀌었다. 제가 베트남계 호주인이라 한국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 중요한 미팅을 놓치지 않게 녹음하고 들었다. 그래서 (김주영 대표가) 거짓말하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주영 대표는 “해당 레이블 아티스트와 매니저들에게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을 요청했고 보관 기간이 만료된 CCTV 복원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등 제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며 “아쉽게도 현재 내부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서로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하니씨의 말씀과 주장을 다 믿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에서 입증할 자료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했다'는 김 대표 말에 하니는 “최선을 다하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니는 “충분히 더 하실 것들이 있었다”며 “사과의 의지도 조치하실 의지도 없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의 미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주영 대표는 “아티스트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케이팝 아이돌 노동환경 지켜져야, 하니 “다르지 않은 점, 우리는 다 인간이다”

여야 환노위 의원들은 K팝 아이돌·연습생들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의 근로자성과 노동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외관 계약서만으로 모든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게 아니고, 받는 급여 수준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계약의 형식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내가 여기서 근무하고 있다는 실질이 중요하다”라며 “중요한 건 팜하니씨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하니는 “아티스트들과 연습생들의 계약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다르지 않은 점은 우리는 다 인간이다”라며 “그걸 놓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한 번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도 “(뉴진스가) 유명하니까 국정감사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며 “고용노동부에서 '당신은 유명하지 않으니까 얘기할 수도 없어' 또는 '근로기준법상으로 안되니까 할 수 없어'라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든 프리랜서든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24년 10월15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 MBC 생중계 보도화면 갈무리.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김주영 어도어 대표(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김주영 대표에게 2022년 하이브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뒤 사망한 사건을 물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노동조건이 가혹한 건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제다. 사람들의 꿈을 담보로 노동에 대해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과로로 내몰리고 있다”며 “진정한 K팝을 선도하려면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글로벌한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한사람 한 사람의 노동환경과 건강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당 사망 사건이 과로사인데 은폐한 것 아니냐는 정 의원 질문에 “개인질환으로 돌아가셨다”며 “은폐한 일은 절대 없다. 부모님께서 결정하신 일”이라고 반박했다.

1시간 가까운 질의응답을 끝내며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하던 하니는 눈물을 쏟았다. 하니는 “물론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법은 아니지만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며 “죄송하실 분들은 진짜 잘못이 없다면 당당하게 숨김없이 나오셔야 하는데 자꾸 이런 자리를 피하시니까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니는 “이 일에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만약 여기 또다시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우재준 의원은 “오늘 나와주셨기 때문에 뉴진스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음악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우리는 인간이잖아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며 “노동자들은 인간이라는 목소리를 내 왔고 오늘 하니님이 하신 것이 엔터업계에 '우리도 노동자이고 인간'이라는 목소리를 낸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뉴진스가 출석하게 되고 환노위 회의가 덩달아 주목받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엔터업계에서도 K팝을 만든 실제 주인공인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노동인권과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하니는 이날 오후 국회에 출석하며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말 안해도 팬분들이 제 마음 잘 아시니까 굳이 말할 필요없다”고 답했다. 하니는 지난 9일 뉴진스 팬 소통 플랫폼 포닝에 “결정했다. 국정감사에 혼자 나갈 것”이라며 팬들을 향해 “걱정 안 해도 된다. 나 스스로와 멤버들을 위해서 나가는 것이고 '버니즈'(뉴진스 팬덤) 위해서 나가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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