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험" vs "개인 일탈"…연세대 논술 유출 법적 공방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첫 심문
재판부, 내달 15일 전까지 결정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유출과 관련해 수험생과 학교 측이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수험생 측은 재시험을 봐야 할 정도의 심각한 객관성을 잃었다는 반면, 학교 측은 부정행위에 지나지 않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수험생과 학부모 등 34명이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논술 시험 결과 효력 정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재판에는 연세대 측 법률 대리인들과 수험생 측 법률 대리를 맡은 김정선 일원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참석했다.
김 변호사는 "문제지가 먼저 배부된 72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은 상당 시간 동안 문제지를 보고 (사진을) 찍어 공유할 수 있었다"며 "수능, 내신 등이 반영되지 않는 논술 시험인 만큼 수능에 준하는 관리·감독이 돼야 했는데도 이를 제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관의 과실이든 실수든 시험 시작 전 학생들이 문제지를 받아 유출했고 시험 전 과정에서 권리를 침해당했기 때문에 재시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험 관리상의 하자로 발생한 유출이 분명한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학교 측은 사전 유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연세대 측은 "딱 1건이 문제를 보고 나중에 문제에 관한 얘기를 나눈 걸로 보인다"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시험 시작 전에 외부로 유출됐다는 객관적인 내용이 없다"고 받아쳤다.
이어 "시험 시작 전에 문제지를 보는 것은 부정행위"라며 "받는 동시에 부감독관은 연습지와 답안지 밑에 문제지를 넣으라고 얘기했고 넣는지 확인했다. 정감독관은 교탁에서 혹시 문제지를 빼는 학생이 있는지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일부에게 유출되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그게 누구에 의해 어디까지 전달됐으며 어떻게 활용했는지 확인하고 참여한 자들한테 조치를 취해야 되는 문제"라며 "이걸 확정하기도 전에 재시험을 치르게 해줘야 한다면 부정행위자들이 저지른 부정행위로 다시 한번 시험을 치르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는 오류"라고 강조했다.
수험생 측은 이날 먼저 문제지를 받은 수험생이 다른 고사장에 있는 과외 교사에게 일부 문항을 공유하며 풀이법을 물어봤다는 진술도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수험생이자 72고사장에 제자를 둔 A 씨는 시험 당일 오후 1시30분께 제자로부터 4-1번과 4-2번 문제지 사진을 받고 풀이법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후 시험에 사진과 같은 문제가 나온 것을 보고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대화 메시지는 현재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논란이 일고 연세대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뉴스를 접한 A 씨는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메시지를 삭제했다.
이에 연세대 측은 "(A 씨의) 신원 확인도 안 되고 메시지도 없는데 객관적인 증거로 뒷받침될 수 없다"며 "시험이 다 끝난 후에 과외 교사한테 문제를 풀어달라고 한 뒤에 이렇게 각색해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진술 내용만 갖고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72고사장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시험 당일 72고사장 타임라인에 대한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하고 문제지 유출이 시험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객관성 및 공정성이 침해됐는지가 문제"라며 양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양측이 내달 8일까지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면 재판부는 15일 전까지 기각 또는 인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보는 72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 문제지는 곧바로 회수됐으나 이 과정에서 온라인에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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