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전기차 '손절' 40조 적자…중국차가 웃는 이유 [취재파일]
스텔란티스 223억 유로 적자, 다 전기차 때문?

파리입니다. 오늘은 자동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곳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는 푸조와 르노입니다. 이 가운데 푸조는 시트로엥과 함께 스텔란티스라는 다국적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지프도 함께 포함돼 있지만 이탈리아의 피아트도 있어서 유럽에서 핵심 기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스텔란티스가 지난해 총 223억 유로의 적자를 냈습니다. 우리 돈으로 40조 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적자입니다. 단일 기업으로는 프랑스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적자 수치입니다. 스텔란티스가 다국적 기업이긴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주요 주주고 푸조 가문이 여전히 핵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국가 기업처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그 적자 충격이 컸습니다.
중국 때문에 '디젤차' 부활?

여기 파리는 어떤 느낌이냐면 제가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할 때 도로에서 BYD 새 차가 하나씩 둘씩 늘어나는 게 눈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렇게 전기차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차들이 유럽 시장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보니까 가성비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스텔란티스가 전기차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겁니다. 다른 나라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여기서 좀 안쓰러운 건 스텔란티스가 전기차를 줄이고 선택한 대안 중 하나가 뭐였냐면 바로 디젤차의 부활입니다. 탄소 배출 줄이겠다고 디젤차 퇴출시킨다고 그렇게 핏대 세워가면서 떠들었는데 막상 전기차로 싸움에서 밀릴 것 같으니까 퇴물 취급했던 디젤 엔진차를 재생산하기로 한 겁니다.
"폭스바겐 노는 공장서 중국차 만들자"
BMW, 벤츠, 아우디가 있는 독일은 어떨까요. 일단 폭스바겐부터 말씀을 드리면 88년 역사상 처음으로 드레스덴 공장이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인력은 30% 줄이기로 했습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28% 줄어서 추가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독일차 공장 쉬게 해서 일자리를 줄이느니 차라리 팔리고 있는 중국차 생산공장으로 바꿔서 일자리라도 지키는 게 어떠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심지어 그 말을 해당 지자체 수장이 하고 있습니다.

벤츠나 BMW는 대규모 적자 상태나 인력 감축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벤츠는 영업이익이 40% 넘게 줄었고, BMW도 11.5% 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역시 이 회사들도 전기차 부진이 컸습니다. 한마디로 유럽차들은 지금 전기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겁니다. 유럽 정부들은 친환경 하겠다고 보조금 잔뜩 주고, 화석연료 엔진 퇴출 내걸었더니 정작 과실은 중국차가 따먹고 있는 셈이 된 겁니다.
IAA 꺼내든 EU, 중국 반응은?

메이드 인 유럽을 인증받으려면 유럽에서 생산한 부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겁니다. 그간 중국산 부품 가져다가 유럽에서 일부 공정만 거쳐서 유럽산인 것처럼 해서 전기차 보조금 받고 팔았던 걸 어쨌든 좀 막아보겠다는 겁니다. 유럽에서 70% 이상 생산하도록 하고 있는데 미국이 미국에 공장 지으라며 만들었던 IRA법 그대로 따라 만든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가만 보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미 중국 전기차들은 중국 정부 보조금을 과도하게 받는다고 최대 35%의 추가 관세를 두들겨 맞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산지 규정을 미국처럼 하겠다고 하니까 미국은 좀 겁이 나도 EU는 중국이 미국처럼 볼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달에 중국 상무부가 성명을 하나 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자유무역주의 훼손이 우려된다, 뭐 이런 외교적 수사가 아닙니다. 내용이, 그냥 대놓고 그 조항 삭제하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삭제 안 하고 그 법 통과시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권영인 기자 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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