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3강…이시바·다카이치 상승, 고이즈미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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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의 재팬 워치] D-6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판세
오는 27일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9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판세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그리고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의 3강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의사(疑似) 정권교체라는 개념이다. 비자금 스캔들로 민심이 자민당에 등을 돌리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급거 사퇴했다. 자민당은 부패나 스캔들로 위기에 처하면 수반을 교체함으로써 정권 교체와 같은 효과를 연출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회피하고 위기를 모면해 왔다. 1974년 록히드 사건 이후 다나카 총리가 청렴 이미지의 미키 총리로 교체되었고, 1989년 리쿠르트 사건으로 당내 소수파였던 카이후 총리가 등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민당의 총재선거 방식은 독특하다.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자민당 의원 20인의 추천이 필요하다. 1차 선거는 현직 의원 표와 당원·당우 표를 절반씩 반영한다. 현재 자민당 의원 367표와 전국 당원·당우 표를 의원 수로 환산한 367의 합인 734표의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당선된다. 다만 1차 선거에서 과반수가 없을 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결선투표는 1차 선거 결과 1위와 2위를 차지한 두 명 중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승리한다. 결선투표는 의원 367표와 광역단체인 도도부현의 47표의 합인 414표로 결정된다. 이러다 보니 결선투표 때는 사실상 국회의원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총재선거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후보는 단연 고이즈미였다. 고이즈미는 무파벌에 43세의 최연소 후보로, 잘생긴 외모에 대중적인 인기가 높아 자민당 정치를 쇄신할 수 있는 세대교체의 기수로 부상했다. 2020년 환경상 당시 기후환경 변화에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답변해 그의 4차원 화법이 조롱 대상이 되기도 했다. 스가 전 총리가 그의 뒤에서 무파벌 세력을 규합해 강력하게 밀고 있다. 그는 5선의 세습의원으로 경력이 일천하다. 경험과 경력을 중시하는 자민당 풍토에서 그의 등장은 이변이고 파격이다. 대부분의 역대 총재는 60세 이상이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도 고이즈미에게 의원들의 지지가 몰리는 이유가 있다. 자민당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차기 선거에서의 당선인데, 선거에서 이기려면 참신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자민당의 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심의 향방이다. 전체 투표 수의 50%를 차지하는 의원이 행사하는 367표는 9명 입후보 추천으로 이미 180표가 갈렸고, 나머지 180여 표도 9명에 대한 지지로 분산됐다. 반면 당원표는 3강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어, 1위와 2위를 뽑는 1차 투표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니혼게자이 신문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1위(25%), 다카이치 2위(22%), 고이즈미는 17%로 3위를 기록했다. 한 달 전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가 1위였는데 3위로 추락했다. 아사히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고이즈미는 선두에서 2위(24%)로 밀려났다. 1위는 이시바(32%), 3위는 다카이치(17%)로 나타났다. 요미우리 신문 조사에선 이시바가 26%로 1위, 다카이치가 25%로 2위였고, 고이즈미는 16%로 3위에 그쳤다.
그간 선두를 지키던 고이즈미가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는 반면, 다크호스 다카이치는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판세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카이치는 20명의 추천의원을 모으는데도 힘겨워했으나 급부상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1, 2를 차지했던 고이즈미가 3위로 내려앉고 그 자리로 다카이치가 치고 올라왔다.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의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고이즈미는 이념, 정책에서 약점을 노출한 반면,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는 아베 노선을 계승해 강한 국가 일본을 내세우면서 보수파 지지층을 규합하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원 20% 지지후보 못 정해 유동적”
그렇다면 결선투표에서 핵심 역할을 할 의원 표 동향을 보자. 아사히 신문이 9월 18일 3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이즈미가 46명으로 1위,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이 43명으로 2위에 올랐다. 3강으로 꼽히는 다카이치와 이시바는 각각 30명의 지지에 머물렀다. 아사히는 “약 20% 의원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거나 무응답이어서 판세가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3강 후보 중 2명이 결선투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이른바 킹 메이커로 불리는 아소 전 총리, 스가 전 총리 그리고 기시다 총리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들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그들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1차 투표에서 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다음 선거에서 야당 연대로 후보를 단일화해 정권교체를 목표로 자민당과 싸울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자민당 의원들의 입장에선, 차기 선거에서 누가 자민당의 얼굴로 나서는 것이 자신의 선거에 유리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계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총재 선거가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 보자. 결론적으로 누가 새 총리로 등장하더라도 한·일 관계에 주는 임팩트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역사 인식 문제에서 세 명의 후보는 각기 색깔이 다르다. 보수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징용 문제에 대한 비타협적 자세 등이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재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시바 후보는 그간 역사문제에 전향적 자세를 견지해 왔고,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고이즈미 후보의 경우, 한·일 관계에 특정한 성향을 드러낸 적은 없으나, 관계 개선을 추구한 기시다 총리의 노선을 답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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