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SUV 시장의 판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울고 있다.
한때 판매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라이벌 구도가 최근 들어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면서, 업계 안팎의 시선이 다시 두 모델에 쏠리고 있다.

판매 순위가 말해주는 현재의 격차
지난달 국내 승용차 판매 집계에서 쏘렌토는 8976대를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반면 싼타페는 3080대에 그치며 12위에 머물렀다.
단순히 한 달 성적만 놓고 보면 일시적 변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흐름은 이미 몇 달 전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

싼타페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판매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연간 누적 기준으로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쏘렌토는 2002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국내 판매 10만 대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운 반면, 싼타페는 5만7889대에 머물렀다.
두 모델 간 차이는 4만 대 이상으로 확대됐고, 이는 전년 대비 격차가 두 배 이상 커진 수치다.
중형 SUV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두 모델의 간극이 이 정도로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리드 수요, 판세를 더 기울였다
최근 SUV 구매층은 단순히 차체 크기나 브랜드 이미지보다 연비와 유지비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흐름은 하이브리드 판매량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쏘렌토로 6만9862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4만3064대에 그쳤다.
하이브리드는 중형 SUV의 핵심 트림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연료비 부담이 높아진 환경에서 효율은 곧 구매 결정의 기준이 된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성적표가 곧 시장의 체감 선호도를 보여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지점에서 쏘렌토는 확실한 우위를 확보했고, 그 흐름이 전체 판매량에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같은 시기 신차 투입, 다른 결과
두 모델은 2023년 8월 나란히 승부수를 던졌다.
싼타페는 완전변경 모델을, 쏘렌토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사실상 동시에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발선은 비슷했지만 이후의 흐름은 상반됐다.
싼타페 5세대는 높은 후드와 각진 차체, 과거 오프로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전면부의 H 라이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요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후면부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테일램프 위치와 비율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디자인 자체가 화제가 됐지만 동시에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월 8000대 안팎을 기록하던 판매량이 이후 5000대 수준으로 내려앉은 흐름을 두고, 업계에서는 “디자인 영향이 완전히 배제되기 어렵다”고 본다.

‘안정감’이라는 전략
반면 쏘렌토는 큰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균형을 택했다.
차체 비율을 크게 흔들지 않았고, 세로형 리어램프 등 기존 SUV 이미지에 충실한 디자인을 유지했다.
튀지 않지만 무난하다는 평가는 곧 대중성으로 이어졌다.
특정 취향을 강하게 자극하기보다 폭넓은 소비자층을 포용하는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중형 SUV 구매층의 상당수는 ‘새로움’보다는 ‘안정성’을 선택한 셈이다.

반전 카드, 다시 꺼내질까
현재 업계에서는 싼타페의 상품성 개선 모델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세부 디자인 보완과 함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등 새로운 파워트레인 카드가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형 SUV 시장은 여전히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핵심 전장이다.
한쪽이 10만 대 돌파라는 상징적 기록을 세운 상황에서, 다른 한쪽 역시 반격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모델의 경쟁은 단순한 판매 순위 싸움이 아니라, 국내 중형 SUV 트렌드를 가늠하는 지표에 가깝다.
디자인 논란을 넘어 상품 완성도와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향후 판세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른다.
올해 중형 SUV 시장은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익숙함이 승리한 현재의 구도 위에, 변화가 어떤 균열을 만들지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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