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쌓아 온 것과 상관없이 마음이 작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예순다섯이 넘으면 그런 장면이 부쩍 늘어납니다.돈이나 학벌로는 막아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어떤 순간에 그런 기분이 드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모르는 것을 물어봐야 할 때
식당에서 주문을 화면으로 해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뒤에 줄이 길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직원을 부르기도 눈치가 보입니다. 평생 해 온 일이 많아도 그 순간에는 작아집니다. 배우면 되는 일인데 그 앞에서는 유독 어렵습니다.

예전 호칭이 사라진 자리에 갈 때
퇴직 전에는 직함으로 불리던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이름조차 잘 불리지 않습니다. 모임에서도 소개가 짧아집니다. 대단한 대접을 바란 것은 아닌데 허전함이 남습니다. 그 자리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아지는 이유가 됩니다.

자식이 대신 말해 줄 때
병원이나 은행에서 자식이 앞에 나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하니 고마운 일입니다. 다만 옆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내 일인데 나는 듣기만 하는 자리가 됩니다. 배려가 때로 이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초라해지는 순간은 실력이 줄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익숙한 자리가 바뀌면서 생기는 감정에 가깝습니다.하나씩 다시 익히면 그 감각은 금방 옅어집니다. 물어보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저작권이 보호되며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