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하고 잔인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중 하나로 꼽히는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개봉 전부터 거센 폭력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병헌과 최민식이라는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나치게 잔혹한 수위 탓에 일반적인 극장 개봉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파란만장한 비하인드를 지니고 있다.
심의 과정에서의 난항부터 흥행 기록까지, 당시 충격적인 영화의 뒷이야기를 짚어본다.

2010년 개봉을 앞두고 있던 <악마를 보았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시신 훼손 등을 비롯한 묘사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국내에는 실질적인 제한상영관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판정은 사실상 일반 극장 상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총 제작비 70억 원이 투입된 상업 대작이었던 만큼, 제작사와 배급사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개봉을 강행하기 위해 제작진은 영화의 본질적인 서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문제적 장면들의 노출 수위와 지속 시간을 기술적으로 조절하는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약 1분 30초 분량의 장면이 잘려나간 끝에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이 영화는 최종적으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확정받고, 2010년 8월 12일 144분 분량으로 관객들 앞에 정상적으로 선보여지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스크린에 걸린 영화는 단순히 잔인한 슬래셔 무비에 머물지 않았다.
약혼녀를 잃은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과 최악의 연쇄살인마 장경철의 쫓고 쫓기는 극한의 대결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도덕적 질문을 던졌다.
범인을 처단하기 위해 점점 괴물처럼 변모해 가는 수현의 이병헌과, 극악무도함을 태연하게 연기한 최민식의 광기 어린 열연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과연 누가 진짜 악마인가라는 깊은 여운과 충격을 남겼다.

개봉 전부터 이어진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판정 논란은 역설적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언론과 관객들은 영화의 수위와 두 톱스타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화제성에 힘입어 영화는 개봉 초반부터 가파른 관객몰이에 성공했고, 개봉 3주 차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심의 논란의 악재를 흥행의 호재로 완벽하게 뒤바꾸는 저력을 과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걸린 <악마를 보았다>는 최종 관객 수 184만 8,418명을 기록하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전문가와 관객들로부터 팽팽한 긴장감과 압도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한국 장르 영화의 수작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대중에게 익숙한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극단적이고 서늘한 악인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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