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에 헹궈도 벌레 남습니다.." 향이 좋다고 생으로 먹다가 간에 부담 주는 잎채소

고기나 생선회를 먹는 날이면 향긋한 초록 잎을 생으로 곁들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유의 향이 느끼함을 잡아 주고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깨끗이 씻기만 하면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봄에는 직접 뜯어 온 잎을 무치고, 건강을 챙긴다며 뿌리째 갈아 생즙으로 마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물가에서 자란 출처 불명의 잎채소에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기생충 유충이 붙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채소는 바로 야생 또는 재배 환경이 불분명한 미나리입니다.

미나리는 물가와 습지에서 자라는 수생 식물입니다. 소나 양 같은 동물의 배설물로 오염된 물에서는 간질충 알이 민물달팽이를 거친 뒤 감염력을 가진 유충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이 유충은 물속을 이동하다 미나리 같은 수생 식물의 잎과 줄기에 달라붙어 작은 피낭을 만듭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미나리는 사람 간질충 감염의 주요 매개 식물로 지목돼 왔으며, 녹즙을 함께 이용한 사람들에게서 감염이 확인된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그렇다고 시중의 모든 미나리에 기생충이 있다는 뜻은 아니며, 위험은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에서 자란 식물을 날것으로 먹을 때 커집니다.

오염된 미나리를 삼키면 피낭 속 유충은 작은창자에서 빠져나와 장벽을 뚫고 이동합니다. 이어 복강을 지나 간 표면에 도달한 뒤 간 조직 사이를 파고들며 염증과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담관으로 들어가 성충이 되고, 오른쪽 윗배 통증과 발열·메스꺼움·간 수치 이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만성화되면 담관염과 담도 폐쇄, 황달이나 간 섬유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간을 편안하게 해 준다며 마신 생미나리즙이 오히려 간과 담도를 지나가는 기생충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잎에 붙은 감염성 피낭이 흙먼지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흐르는 물로 여러 번 헹구면 흙과 이물질은 줄일 수 있지만, 줄기 틈이나 표면에 붙은 유충까지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조리하지 않은 수생 식물이 간질충의 주요 감염 경로이며, 유충이 담긴 피낭은 물속에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식초나 소금물에 잠시 담그는 민간 세척법만 믿고 야생 미나리를 생으로 무치거나 갈아 마시는 행동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향과 색이 정상이라고 기생충 오염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나리를 구입할 때는 재배지와 유통 경로가 확인되는 제품을 선택하고, 논두렁이나 축사 주변 물가에서 직접 뜯은 것은 생으로 먹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잎과 줄기를 나누어 깨끗한 물에 세척하되,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탕과 전·볶음처럼 속까지 충분히 가열해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생미나리즙과 녹즙은 많은 양의 잎을 가열하지 않은 채 한꺼번에 섭취하게 되므로 특히 피해야 합니다. 최근 생미나리를 먹은 뒤 열이 나고 오른쪽 윗배가 아프거나, 이유 없이 간 수치와 호산구가 높게 나왔다면 섭취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간질충증은 일반적인 구충제를 임의로 먹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며 정확한 검사와 전용 치료가 필요합니다.

미나리는 독초가 아니라 향과 식감을 지닌 익숙한 채소입니다. 위험을 만드는 것은 미나리 자체보다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에서 자란 잎을 안전하다고 믿고 날것으로 먹는 방식입니다. 직접 뜯은 자연산이 더 건강할 것이라는 믿음도 물가 식물 앞에서는 한 번 멈춰야 합니다. 다음에 미나리를 식탁에 올릴 때는 향부터 맡기 전에 어디에서 자랐고 어떻게 조리할 것인지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한 번 더 익혀 먹는 작은 판단이 오랫동안 묵묵히 일해 온 간과 가족의 식탁을 함께 지켜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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