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헤딩’ 뇌 미세구조 손상…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

축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헤딩'이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키고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뉴욕 지역의 성인 아마추어 축구선수 352명을 대상으로 확산 자기공명영상(dMRI)을 실시한 결과, 전두엽 앞부분인 안와전두엽(orbitofrontal cortex)에서 회백질과 백질이 만나는 경계가 흐려지는 변화를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Orbitofrontal Gray-White Interface Injury and the Association of Soccer Heading With Verbal Learning'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전두엽 경계 부위 흐려져…언어 학습 능력 저하와 연관
기존 dMRI는 뇌의 깊숙한 곳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외부 충격에 취약한 뇌 바깥층을 정확히 관찰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연구진은 새롭게 개발한 분석 기법을 적용해 회백질과 백질 사이 경계를 정밀하게 살폈다. 연구진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이 두 조직의 경계가 뚜렷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헤딩으로 인한 경미한 충격에 이 경계 부위가 흐려지는지 살펴봤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 최근 12개월간 헤딩 횟수가 많았던 선수일수록 회백질과 백질 경계가 흐려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연간 1000회 이상 헤딩을 한 상위 노출군에서 변화가 뚜렷했으며, 이러한 구조적 이상은 언어 학습 검사 점수 저하와 연결됐다.
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립튼 교수는 "회백질과 백질의 경계가 흐려진 선수일수록 학습 능력 저하가 두드러졌다"며 "이는 헤딩이 실제로 인지 결손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 재확인
연구팀이 이어 발표한 《신경학(Neurology)》 논문(Soccer Heading Exposure–Dependent Microstructural Injury at Depths of Sulci in Adult Amateur Players)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는 아마추어 축구선수 352명과 머리 충격이 없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대조군 77명을 비교했다.
고해상도 뇌 스캔을 통해 뇌 표면 고랑의 깊은 부위에서의 물 분자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헤딩 노출이 많은 선수일수록 대뇌 피질 부근 얇은 백질층에서 구조적 이상이 두드러졌으며, 기억력과 사고력 검사에서도 대조군보다 낮은 성적을 보였다. 반면, 뇌 깊은 부위 백질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아, 헤딩으로 인한 충격이 뇌의 바깥층에 집중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립튼 교수는 "회백질과 백질은 밀도가 달라 충격을 받을 때 움직이는 속도가 다르며, 이 차이가 전단력(shear force, 면에 접촉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만들어 고랑 인접 백질이 손상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또 "스포츠 활동의 건강상 이점은 분명하지만, 축구처럼 머리 충격이 반복되는 종목에서는 그 이점이 상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은 두 연구 모두 관찰 연구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며, 인지검사에서 나타난 차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CTE와의 연관성 규명 계획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된 뇌 구조 이상이 만성 외상성 뇌병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CTE)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CTE는 반복적인 머리 충격으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축구와 같이 충돌이 잦은 운동선수들에게서 많이 보고된다.
립튼 교수는 "이번에 확인된 이상 부위가 CTE 병리와 놀라울 만큼 유사하지만, 실제로 건강한 선수들에서 향후 CTE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규칙적인 심혈관 운동이 반복적인 머리 충격으로 인한 뇌 손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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