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 ‘팀’으로 뛰며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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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홈리스'라고 하면 즉자적으로 거리에 사는 '노숙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홈리스는 노숙인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2024년 9월21일부터 28일까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제19회 홈리스월드컵 한국대표팀 선발에는 다양한 이유로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참여했다.
어떤 이유로든 관계를 잃어버린 뒤 파편화하고 고립된 개인들이 축구대표'팀'이라는 소속을 가지게 되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에서 연대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홈리스월드컵을 여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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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홈리스’라고 하면 즉자적으로 거리에 사는 ‘노숙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홈리스는 노숙인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영어로는 ‘집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단순히 주택 소유를 기준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 일본은 홈리스 개념에 거주 형태뿐만 아니라 무연고 상태를 포함한다. 미국은 ‘일정 소득 이하’라는 경제 상태를 반영한다. 유럽에는 집이 있는 홈리스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홈리스에서 홈(집)은 주택이라기보다는 연고, 즉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홈리스는 어떤 이유로든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임스 맥미킨 홈리스월드컵재단 최고운영책임자는 이를 “사회적 배제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1530호 표지이야기 “축구는 거들 뿐, 편견 거두니 희망이 보이더라”)이라고 표현했다.
2024년 9월21일부터 28일까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제19회 홈리스월드컵 한국대표팀 선발에는 다양한 이유로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참여했다. 고국 카메룬에서 벌어진 내전을 피해 한국에 망명했다가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서 1년을 살아야 했던 난민 신청자 포시 완지가 대표적이다. 어린 시절 영아원에 홀로 남겨졌다가 보육원 생활을 거쳐 한때 고립된 상태로 지냈던 김성준도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홈리스월드컵을 알게 됐다. 성인이 됐지만 독립하기 어려운 장애인, 위기청소년, 알코올이나 마약 등 중독 치료시설 거주자, 시설 거주 청소년 등이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한다.
이들이 하는 축구는 단순히 스포츠라고 할 수 없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목적 역시 무조건적인 승리와 우승이 아니다. 홈리스월드컵재단의 집계를 보면, 2003년 홈리스월드컵이 처음 개최된 이후 19년 동안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 10명 중 8명(83%)이 가족 및 친구와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든 관계를 잃어버린 뒤 파편화하고 고립된 개인들이 축구대표‘팀’이라는 소속을 가지게 되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에서 연대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홈리스월드컵을 여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홈리스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전환하는 것도 목적에 포함된다. 스포츠는 함께 뛰거나 혹은 함께 소리 지르고 응원하면서 느끼는 공통감각을 통해 기존의 편견을 깨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이 가족을 만나 며칠 동안 부대끼면서 가족 관계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경험을 압축적으로 하게 되는 명절은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월드컵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가족 관계에도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보듬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싫으면서도 없으면 서운한 관계’(1530호 레드기획 ‘추석 체증 내리는 덴 ‘책 소화제’ 최고지’) 가 있을 수 있고, 그 누구보다 거리를 두고 싶은 관계가 있을 수 있으며, 다시는 마주할 수 없게 된 관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관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 편견을 지우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매해 설과 한가위에 독자를 대상으로 퀴즈큰잔치를 열어온 한겨레21이 2024년 창간 30주년을 기점으로 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독자와 직접 소통하고자 합니다. 먼저 오는 10월 한겨레21과 ‘휘클리 심화반’이 함께 독자와 공부하고 클럽 활동을 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입니다. 지역 독자들을 찾아가는 북토크도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동안 퀴즈큰잔치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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