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의 탱고 나라 아르헨티나가 뜻밖의 SOS 신호를 한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프랑스와 손을 잡고 진행해온 잠수함 도입 사업이 막판에 삐걱거리면서, 갑작스럽게 현대중공업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무너져가는 해군력을 되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프랑스와의 불편한 동거, 결국 파국으로
아르헨티나는 프랑스 나발그룹의 스코르펜급 잠수함 도입을 위한 세부 협상까지 진행했고, 작년에는 아르헨티나 국방부 장관이 직접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최종 타결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에서 서로 간의 이견차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는 기술이전에 매우 민감하며, 독일이 한국의 잠수함 기술을 이전해서 경쟁자를 키우는데 일조했다며 비난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기술이전을 약속해놓고 막상 계약이 임박하니 입장을 바꿨거나, 디테일에서 장난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작년 말 협상이 틀어진 이후 프랑스는 지금까지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가 현대중공업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것이죠.
현대중공업, 뜻밖의 기회를 잡다
지난 8월 31일 아르헨티나 국방부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영업 담당 팀원들은 지난 8월 18일 국방부 산하 사무국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탄다르노 조선소를 처음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탄다로느 조선소 시설을 둘러보고 탄다르노 경영진과 만나 조선 협력을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방차원의 접촉이 아니었습니다.
현대중공업 핵심 대표단은 아르헨티나의 국영 조선소인 탄탈노사(TANDANOR)를 방문해 경영진을 만나고 조선 시설까지 꼼꼼하게 둘러봤습니다.
탄탈노사는 1979년에 설립된 라틴 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현재는 국방부가 지분을 90%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력 사업은 선박 수리지만 신규 함정 건조 역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첫 번째 방문에서 조선소 시설을 자세히 살펴본 것은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이 아닌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을 염두에 둔 것이죠.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프랑스보다 훨씬 적극적인 파트너를 만난 셈입니다.
HDS-1500, 작지만 강한 차세대 잠수함
현대중공업이 아르헨티나에 제안하고 있는 것은 HDS-1500이라는 자체 설계 모델입니다.
소형 잠수함급이지만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자동화율입니다. 기존 모델보다 적은 승조원으로 잠수함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죠.

AIP(공기불요추진) 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대신 리튬 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수중에서 잠항할 수 있는 시간을 크게 늘린 것이 특징입니다.
방위비가 부족한 아르헨티나에게는 적합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약점도 있습니다. 실제로 건조된 실적이 없다는 점에서 스콜펜 잠수함보다는 검증된 정도가 떨어지죠.
하지만 핵심인 잠수함용 리튬 배터리 기술은 한국 해군이 도입하고 있는 대형 잠수함에 적용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안전성까지 확인되고 있습니다.
일본에 이어서 대한민국이 확보한 잠수함용 리튬 배터리 기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절박한 현실, 잠수함 전력 붕괴
아르헨티나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해군 전력이 사실상 붕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3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몇 년 전 ARA 산 후안호가 침몰 사고로 사라지면서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남은 2척 중 한 척은 너무 낡아서 훈련용으로만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한 척은 부품이 없어서 아예 가동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넓은 남태평양을 지켜야 하는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잠수함 전력 재건이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이죠.
2017년 잠수함 침몰 사고의 원인 중 하나도 서방의 제재로 인해 잠수함 운영에 필수적인 부품들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현지에서도 수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아픈 경험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단순히 잠수함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후방 인프라까지 한꺼번에 구축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계획입니다.
기술이전이 핵심, 한국의 경쟁력
아르헨티나가 현대중공업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극적인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지원입니다.
한국이 페루와 협력하면서 전투함 건조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으며, 잠수함 분야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현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현장 인력에 대한 교육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프랑스보다 더 적합한 파트너로 인식받고 있습니다.
조선소 역량을 강화하려면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유럽 업체보다는 한국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잠수함을 3척에서 최대 5척까지 도입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기술이전을 통한 잠수함 건조 능력과 유지보수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단순한 수입이 아닌 자립적 국방 역량 구축을 위한 전략인 것이죠.
새로운 기회,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
현대중공업에게 아르헨티나는 단순한 수출 대상국이 아닙니다.
페루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까지 협력을 확대할 경우, 한화오션에 비해 뒤처졌던 잠수함 건조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특히 중남미 지역에서는 칠레가 프랑스에서 스콜펜 잠수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어, 아르헨티나도 같은 모델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기술이전 문제로 협상이 중단되면서 한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르헨티나가 잠수함 사업 막바지에 대한민국과 접촉을 늘린 것이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한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파트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F-50 경전투기 사업에서는 영국의 압력으로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최근 덴마크산 중고 F-16 전투기 도입을 결정하면서 지지부진했던 전력 증강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르헨티나입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해군 전력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잠수함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독자적인 잠수함 수출 경력은 없지만, 한국 해군이 도입하는 대형 잠수함까지 자체 건조한 경험과 기술이전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는 분명한 경쟁력입니다.
올해부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접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탱고의 나라에서 울려 퍼질 K-잠수함의 성공 스토리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