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고 앞둔 '스카이72' 사태..바뀐 檢기류 영향 줄까
[편집자주] 인천공항 부지 내에 있는 '스카이72 골프장'을 둘러 싼 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검찰이 관련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결정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면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등장하는 녹음파일이 폭로되는 등 야권 인사 관련 의혹이 다시 주목받았다. '복마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스카이72 사태를 다시 들여다봤다.
대법원이 다음달 1일 스카이72 골프장과 관련한 법적공방에 결론을 내린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상고사건으로 올라온 인천공항공사(인국공)과 스카이72 사이의 소송에 대해 불속행 기각(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상고사건 대부분이 심리 불속행으로 종료된다는 점에서 그간 패소해왔던 스카이72 측에 한 번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1심은 2002년의 양측 계약을 '투자사업계약'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2심은 인국공 입장을 더 받아들여 '민간투자개발사업(BOT) 방식의 투자사업계약'이라고 적시했다. 스카이72 측은 이전에 없던 개념으로 법령이나 판례, 학설상으로도 이런 계약 유형을 인정한 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급 법원이 판결을 통해 법조인들도 모르는 아예 새로운 법적 개념을 만들면 이후 유사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에서 나온 '투자사업계약'이라는 생소한 계약유형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법률전문가는 "보통 사기업과 '관'사이의 분쟁에선 법원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관'쪽의 입장으로 기울기 마련"이라면서도 "대법원은 법리적 측면서만 심리하는게 원칙이므로 뒤집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1·2심 법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사가 사회기반시설 중 하나인 공항시설의 일부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골프장에 관해 체결한 실시협약의 성격을 '공법상 계약'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보고 있다. 사인간의 계약과는 다르단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골프장이 공항시설의 '일부'이고 국토교통부(2002년 계약시엔 건설교통부)가 실시협약 과정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서를 제출받는 등 개입한 점을 들어 '관'과 '사기업'사이 계약으로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공항부지 내에 골프장이 있더라도 유휴 토지를 이용한 공사 측의 '수익사업' 성격만 있을 뿐, 공항이용객이 공항시설로 인식해 골프를 치러 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등 사실상 공항과는 무관한 체육시설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애초 실시협약에도 제5활주로 공사가 계약 만료시기에 시작되지 않으면 상호협의를 하기로 돼 있었지만 공사가 일방적으로 갱신을 거부한 게 이번 사태의 시작이 됐다는 설명이다.
스카이72 측은 인국공과 새로 골프장 운영권을 낙찰받은 KMH 사이의 새로운 임대계약도 문제삼고 있다. 빈 땅에 2600억원을 들여 골프장 부지를 조성하고 골프장 시설을 설치관리한 스카이72엔 지상물매수청구권을 부정하면서 계약이 끝났으니 나가라고 해놓곤, 뒤에 들어온 임차인 KMH엔 골프장 유지관리 비용까지 보상해주겠다는 걸로 해석되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돼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15일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는 업자 입찰 과정에 대해 인천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김경욱 인국공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배임 혐의를 다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이 형사건은 임차인 선정 입찰서 KMH에 밀려 탈락한 써미트CC가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매출의 116.10%를 신불지역 골프장 하늘코스 임차료로 내겠다는 조건으로 낙찰받은 KMH 입장에선 임차료를 낮추기 위해 하늘코스 매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스가 2군데인 만큼, 아예 하늘코스는 영업을 하지 않는 방법이 KMH엔 유일하게 적자를 피하는 방법이 된다.
스카이72 측이 2021년도 회계처리를 하면서 하늘코스에 116.10%로 적용한 KMH 임대차계약의 영업요율을 기준으로 약 404억원 상당의 충당부채를 계상했더니, 영업손익은 약 83억원의 적자로 나타났다. 스카이72 측이 공개된 KMH의 감사보고서 등 회계자료를 기초로, KMH가 2021년도에 골프장을 운영했다고 가정해 계산해보니 약 167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KMH 측이 상식적인 이윤 창출을 위한 기업 활동을 한다고 하면 하늘코스 매출액의 116.10%를 임대료로 공사에 납부해야 하는 무리한 방식의 경영을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스카이72 측과 써미트 등은 '영업요율 방식은 공사에 불리하다'며 자사에 불리한 임대료 징수 방식을 적용한 공사 임직원에게 배임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출대비 일정 요율로만 임대료를 받아도 충분한 수익이 나는 골프장에 대해 최악의 경우 임대료가 0원이 될 수도 있는 방식을 적용한 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스카이72는 공사 측이 단전·단수 조치를 두 차례 한 것에 대해서 김경욱 사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 건도 서울고검 형사부가 지난 8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다시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바뀐 검찰 수뇌부가 스카이72 관련 사건들을 정밀하게 다시 들여보고 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새로운 대형 비리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다. 친노·친문에 인사 연루설에 이어 '이상직 전 의원'과 구본환 전 공사 사장 등을 둘러싼 '전북 출신'·전주고' 인맥 로비 의혹도 여당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새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로비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여당은 현재 국감을 계기로 검찰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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