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해” 뉴진스 하니가 고발한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해당될까?
“그쪽 매니저님이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인기 아이돌 뉴진스 멤버들이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뉴진스는 지난 11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최근 소속사 어도어에서 해임된 민희진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고 요구했는데요.
라이브에서 뉴진스 멤버 하니는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 내에서 따돌림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메이크업 숍에서 다른 팀 멤버와 인사를 했는데, 해당 팀 매니저가 그 멤버에게 “(뉴진스를) 무시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한 팬은 이 일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하니가 말한 따돌림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요?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13일 자료를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은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 등의 행위’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괴롭힘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뉴진스 멤버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입니다. 근로기준법의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원칙적으로는 근로계약을 맺는 근로자에게만 해당됩니다. 노동부는 과거 전속계약을 맺는 연예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죠.
다만 법원은 누군가가 ‘근로자’인지를 법보다 더 폭넓게 해석합니다. 근로관계의 ‘실질’을 따지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휘·통제를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면, 법원은 대체로 ‘근로자’로 판단합니다.
아직까지 연예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한 판례는 없습니다. 직장갑질119는 “회사는 상당 기간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며 아이돌에게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며 “이 지배력은 오히려 일반적인 고용관계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데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법원은 특수고용노동자인 골프 캐디가 상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매니저와 뉴진스의 소속사가 달랐다면 직장 내 괴롭힘 적용이 어려울 수 있지만, ‘실질’을 따지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직장갑질119는 “예산과 정관, 운영의 독립성 여부 등을 따져 형식만 독립된 법인이고 실질적으로는 한 회사 내 사업부의 형태로 운영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돌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으려면 결국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을 보호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도 괴롭힘 관련 규정은 없고, 노동부도 연예인의 근로자성 판단에 보수적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막는 법·제도가 ‘일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경영자들 간의 분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잘못 없는 아이돌 가수를 괴롭히는 것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냐 아니냐, 소속사가 같냐 다르냐의 형식만 따져 아이돌 가수가 당하는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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