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대형 SUV 시장에서 승차감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델이 있다. 렉서스 RX 350h다. 에어 서스펜션도 없이 이 정도 승차감을 구현한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RX 350h의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말끔히 걸러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고속도로의 이음매를 지날 때도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은 거의 감지되지 않을 정도다. 조수석 대시보드에서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을 뿐, 서스펜션의 댐핑 성능은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고급 세단을 연상시킬 정도다.

이 같은 승차감은 제네시스 GV80과 직접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GV80 역시 뛰어난 승차감을 자랑하지만, RX 350h만큼 완벽하게 노면 충격을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RX 350h가 승차감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14.7km/L에 달하는 복합연비는 동급 SUV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15.5km/L의 연비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리터 4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엔진 단독으로 187마력, 시스템 전체로는 249마력을 발휘한다.

외관은 렉서스 특유의 스피들 그릴이 복잡하면서도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매끄럽게 흐르는 루프라인과 21인치 멀티 스포크 휠이 조화를 이룬다. 후면부는 전면의 화려함과 대조적으로 차분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노출된 머플러가 없어 전기 SUV 같은 깔끔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프리미엄 SUV다운 품격을 보여준다. 우드 트림과 가죽 스티어링 휠, 터치식 공조 컨트롤 등 모든 부분에서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스티어링 휠의 독특한 버튼은 기능을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투사하여 운전자가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직관적이다.

뒷좌석 공간은 ‘일본차는 뒷좌석이 좁다’는 편견을 완전히 뒤엎는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과 머리 공간이 충분하다.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 전용 공조 장치, USB 포트까지 갖춰 이 급 수입 SUV로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트렁크에는 편리한 전동 접이식 시트도 적용되어 있다.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완성도도 높다. 차선 유지 기능은 차선 경계에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경로를 수정해 안전을 확보한다. 다만 급커브에서는 일시적으로 기능이 해제되는 한계가 있다.

RX 350h는 Premium 트림 8675만원, Luxury 트림 9743만원에 판매된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제네시스 GV80과도 정면 승부한다.

가격만 놓고 보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연비 효율성과 승차감, 신뢰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택지다. 특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와 렉서스 브랜드의 신뢰성은 다른 브랜드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SUV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RX 350h는 스포티함보다는 편안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선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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