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욕, "UAE 수송기 수주전서 브라질 C-390에 완패"

C-2 수송기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C-2 수송기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이 끝내 좌절됐습니다.

일본 방위성과 가와사키 중공업이 "사전 협의가 열매를 맺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던 그 거래는, 결국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방산 수출의 상징이 될 뻔했던 항공기가 첫 해외 진출 문턱조차 넘지 못한 셈이니 그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C-390은 어떤 매력으로 글로벌 수송기 시장을 흔들고 있으며, 일본 C-2는 왜 이토록 처참하게 외면받았을까요?

록히드마틴의 C-130J마저 밀어내고 있는 이 '게임 체인저'의 정체와 일본 방산 수출 전략의 한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일본의 자신만만했던 사전 협의, 결국 빈손으로 끝나다


이야기는 2021년 11월 두바이 항공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일본 방위성과 가와사키 중공업 관계자들은 글로벌 군사 전문 매체 제인스의 취재에 응하면서 "아랍에미리트 연방과의 사전 협의가 열매를 맺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일본 측의 이 자신감 넘치는 발언은 C-2 수송기의 첫 해외 수출 성공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습니다.

해외 방산 전문 미디어는 물론 현지 매체에서도 C-2의 UAE 수출과 관련된 후속 보도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은 것이죠. 일본이 제시한 '열매'라는 것이 사실상 실체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결정타는 이달 4일 엠브라에르의 공식 발표였습니다.

엠브라에르는 "아랍에미리트 공군을 위한 C-390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일본의 마지막 희망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C-2가 외면받은 진짜 이유, 가격과 패키지의 한계


C-2는 가와사키 중공업이 개발한 전술 수송기로, 미국의 C-17과 C-130 사이 체급에 위치하는 중형 수송기입니다.

일본의 무기 수출 3원칙이 철폐되기 전부터 이미 수출이 가능했던 국산 장비였기 때문에, 일본은 이 항공기를 자국 방산 수출의 상징적 모델로 키우고자 했습니다.

문제는 C-2가 해외 시장에서 마주친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선 조달 비용이 경쟁 기종인 유럽 에어버스의 A400M이나 브라질의 C-390에 비해 훨씬 비쌌습니다.

게다가 일본 항공자위대 외에는 단 한 건의 채용 실적도 없어, 운용 신뢰성을 입증할 레퍼런스가 부족했던 것이죠.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부분은 수출을 전제로 한 '패키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비 권한, 기술 이전, 공급체인 참여 같은 현대 방산 거래의 핵심 요소들이 모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도입국 입장에서 보면 비싼 돈을 주고 사도 정비 한 번 하려면 일본으로 보내야 하고, 자국 산업에 떨어지는 떡고물도 거의 없는 매력 없는 상품이었던 셈이죠.

C-390, 어떻게 글로벌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됐나


엠브라에르가 UAE의 타와즌 평의회와 체결한 계약은 확정 10기에 옵션 10기를 더한 규모입니다.

이는 C-390이 단일 국가로부터 받은 최대 규모의 국제 수주이자, 중동 지역에서의 첫 채용 사례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UAE 공군은 자체적인 운용 환경에서 포괄적인 시험 캠페인을 거친 후 C-390을 "중요한 임무 요건을 충족하면서 운용 효율과 라이프사이클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최적기"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C-390

C-390의 약진은 단순히 UAE 수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중형 군용 수송기 시장은 그동안 록히드마틴의 C-130이 약 1,500대 규모로 사실상 독점해 왔지만, 평균 기령이 30년을 넘기면서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경험한 유럽 국가들은 "구식 수송기에 의한 물류 시스템이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일제히 신형 수송기 도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갱신 수요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놀랍게도 C-130J가 아닌 C-390인 것이죠.

이미 브라질 19기, 포르투갈 6기, 헝가리 2기에 더해 2022년 이후 네덜란드 5기, 스웨덴 4기, 오스트리아 4기, 체코 2기, 한국 3기, 그리고 UAE 10기까지 채용이 확정됐습니다.

리투아니아와 슬로바키아도 도입을 표명한 상태이며, 인도와 콜롬비아 협상도 진행 중입니다.

가격과 효율의 압도적 우위, 숫자로 드러난 차이


C-130J가 아닌 C-390이 선택받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설명됩니다.

네덜란드 공군의 평가에 따르면 C-390은 평균 가동률, 운용성, 유지보수성, 기술 요건 모두에서 C-130J를 앞섰습니다.

기본 설계가 더 새로운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저렴한데, C-390이 5,000만~6,000만 달러 수준인 반면 C-130J는 약 8,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용 효율 측면의 차이는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동일한 2,400비행시간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면 C-130J는 5기가 필요하지만, C-390은 4기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대를 덜 사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니 도입국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인 것입니다.

한국의 도입 사례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실시한 평가에서 C-390은 성능, 가격, 오프셋, 국내 기업과의 협력 체제 등 5개 항목 중 운용 적성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C-130J를 앞섰다고 보도됐습니다.

방위사업청 역시 "C-390과 C-130J에서는 계약 조건, 트레이드오프, 국내 기업의 큰 차이가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는 것이죠.

정비 권한이라는 결정적 한 방, 도입국이 환호하는 이유


엠브라에르의 고메즈 네토 최고경영자는 한국과의 계약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그는 "한국과의 계약에는 C-390의 정비 권한과 MRO에 필요한 기술 이전이 포함됐다"며 "구미 기업은 무기를 팔아도 정비 권한을 주는 데 소극적이고 운용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정비 권한이란 무기 시스템의 블랙박스를 의미합니다.

도입국이 손을 댈 수 없는 블랙박스를 정비하려면 개발사로 직접 보내야 하지만, C-390은 이 권한을 운용국에 넘겨주기 때문에 필요한 정비 작업을 자국 내에서 완결할 수 있다는 압도적 장점을 갖춘 것이죠.

이는 곧 운용 효율의 극대화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도입국 기업이 엠브라에르의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기회까지 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도입국이 늘어날수록 협력 기업들에게 돌아오는 이익도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C-2가 결여하고 있던 바로 그 부분을 C-390은 정확히 정조준한 셈입니다.

일본의 패배, 그리고 엠브라에르가 노리는 다음 무대


일본 C-2의 UAE 수출 실패는 단순한 한 건의 거래 실패가 아닌, 일본 방산 수출 전략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가격 경쟁력 부족, 운용 실적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도입국이 원하는 기술 이전과 산업 협력 패키지의 결여라는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죠.

UAE가 사전 협의 단계에서 일본에 호의적인 신호를 보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는 냉정한 현실 계산이 작동했다고 보입니다.

엠브라에르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에 C-390의 지역 MRO 거점과 최종 조립 라인을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UAE로 옮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사우디의 잠재적 수송기 수요까지 UAE 거점을 통해 흡수하겠다는 큰 그림인 것이죠. 더욱이 엠브라에르의 진짜 야심은 미국 시장 진출에 있습니다.

자율형 공중급유 붐, 강화된 통신 능력, 향상된 생존성 옵션 등을 갖춘 KC-390 개량형을 개발 중이며, 미 공군이 구상하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의 신형 공중급유 체계에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위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공역에 대형 급유기가 머물고, 생존성 높은 소형 급유기가 전방으로 연료를 나르는 이 새로운 개념에 KC-390 개량형이 들어맞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의 좌절을 발판 삼아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이미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