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2차전은 버렸다? “투수가 없었다” 로버츠 변명,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는 15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을 불펜데이로 구상했다. 선발 투수들이 죄다 부상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마땅히 낼 선발 투수가 없었다.
현재 다저스는 선발보다는 불펜 쪽이 더 강한 상태다. 타일러 글래스나우, 개빈 스톤, 바비 밀러 등 수많은 부상자들이 넘쳐나는 선발은 마땅히 쓸 선수도 없다. 현재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워커 뷸러, 잭 플래허티까지 세 명의 고정 선발만 쓰고 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불펜 데이가 한 번 들어가야 한다.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몰린 상황에서 과감하게 불펜데이를 운영해 샌디에이고 타선을 꽁꽁 묶고 8-0 무실점 승리를 했다. 첫 주자로 나선 라이언 브레이저부터 마지막 주자 블레이크 트라이넨까지 거의 완벽한 투구 교체로 벼랑에서 벗어났다. 당시의 자신감이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15일 경기 결과는 좋지 못했다. 다저스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마운드가 초반에 무너졌고, 타선이 이 열세를 경기 끝까지 만회하지 못하면서 3-7로 졌다. 이제 두 팀은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기록한 채 17일부터 장소를 바꿔 3차전에 들어간다. 3~5차전은 3연전 일정으로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에서 열린다.
현재 불펜 투수 중 가장 오프너로 적합한 선수라 주로 첫 주자로 나서는 라이언 브레이저가 1회 시작부터 프란시스코 린도어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고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사실 여기서부터 징조가 썩 좋지 않았다. 다저스가 불펜데이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으려면 일단 앞서고 있어야 한다. 뒤지고 있다면 사실 필승조를 과감하게 기용하기 쉽지 않다.
다저스의 두 번째 투수는 랜던 낵이었다. 낵은 올 시즌 선발로 자주 등판했던 선수다. 불펜데이보다는 오프너를 쓰고, 낵을 벌크가이로 붙이는 오프너 시스템이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 낵이 흔들리면서 다저스가 순식간에 경기를 내줬다. 낵이 2회에만 5실점하고 무너졌다.
낵은 선두 스탈링 마르테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이어 제시 윙커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으나 타이론 테일러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1점을 더 허용했다. 프란시스코 알바레스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이후 프란시스코 린도어가 타석에 등장하자 다저스 벤치는 고의4구를 선택했다.
이 시점이 다저스의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보였다. 린도어에게 고의4구까지 주고 1루를 채웠다면, 그 다음 뭔가의 승부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낵의 컨디션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게 이전 투구에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2회를 1실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양쪽 모두에 확률이 있는 승부였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를 좌우하는 장면이 됐다.
2사 만루에서 마크 비엔토스가 다저스 벤치의 고의4구 선택을 비웃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비엔토스는 낵과 9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낵이 실투를 던지기도 했고, 비엔토스가 실투를 확실히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풀카운트에 몰린 낵이 실기를 했다. 9구째 95마일(153㎞)짜리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가운데 몰렸다.
볼넷으로 밀어내기를 주기 싫어 승부를 했는데, 비엔토스가 그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엔토스가 친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기는 극적인 만루 홈런으로 이어졌다. 비엔토스의 올 시즌 포스트시즌 세 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메츠가 5-0으로 앞서 나가며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낵을 더 일찍 교체했다면 경기를 끝내기 위한 투수 자원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낵을 계속 끌고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불펜 자원인 다니엘 허드슨도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출전이 불가했다고 덧붙였다. 낵을 2회 2사에 교체했을 때, 결국 9회까지 누군가는 계속 끊어가야 하는데 로버츠 감독의 계산에서 그 불펜의 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낵은 이후 3회까지 막고 앤서니 반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앤서니 반다(1이닝 무실점), 브렌트 허니웰(3이닝 무실점), 에드가르도 엔리케스(2이닝 1실점)가 나머지 이닝을 비교적 잘 막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낵의 부진이 아쉬웠다. 일단 위기 상황에서 강한 불펜 자원으로 그 상황을 모면하고, 그 다음 상황을 생각해야 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 다저스 불펜에는 허니웰이라는 길게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 5회까지 해보고 정 안 되면 경기를 던져도 됐다는 분석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2회 그 승부처가 패착으로 돌아왔다.
반대로 3~5차전 선발로 나설 투수들의 구위와 이닝 소화 능력이 다소 미지수고, 원정 3연전을 버티려면 지금까지 많은 경기에 나가며 지친 불펜 투수들의 휴식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2차전 한 경기를 내주더라도 7전 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 전체를 보면 이날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옹호도 존재한다.
다저스는 0-6으로 뒤진 5회 맥스 먼시의 우월 솔로홈런, 그리고 6회 토미 에드먼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3점차까지 쫓아가기는 했다. 그러나 메츠도 가장 좋은 불펜 투수들로 돌려 막으며 다저스의 예봉을 꺾었다. 상대적으로 휴식 시간이 많았던 베츠 필승조는 필 메이톤, 라이언 스태넥, 그리고 마무리 에드윈 디아스까지 세 선수가 각각 1⅓이닝씩을 책임지며 다저스의 추격을 따돌렸다.
1차전에서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했던 오타니 쇼헤이는 볼넷 두 개를 고르기는 했으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 홈런 이후 5경기째 홈런 침묵이다. 다저스는 이날 토미 에드먼 홀로 3안타를 기록했지만 팀 전체는 5안타에 그쳤다. 메츠는 마크 비엔토스가 만루포 포함 2안타 4타점, 스탈링 마르테가 3안타를 기록하는 등 이날 10안타로 타격이 회복 조짐을 보였다. 17일 열릴 3차전은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메츠)와 워커 뷸러(LA 다저스)가 맞대결을 펼친다. 다저스는 18일 4차전에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예고했다. 19일 5차전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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