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발묶인 한국인 3천명 "아빠 당뇨약 떨어졌는데…"
단전·단수로 마트도 문 닫아
관광객들 약·기저귀 나눔도
공항 정상화에 나흘 걸릴듯
호텔연장 안돼 노숙할 처지
여행사들 긴급 숙박비 지원
7·8월 여행 취소문의 쏟아져
"호텔 방과 복도까지 물에 잠겼어요." "(이곳은) 나무가 뽑히고 집 지붕이 뜯겨 나갔어요."
'슈퍼 태풍' 마와르가 태평양 휴양지 괌을 통과하면서 괌과 인근 사이판으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 여행객 320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여행사들은 고립된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숙박비를 지원하는 등 보상책 마련에 나섰다.
2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괌과 사이판 패키지 여행을 떠난 뒤 태풍 영향으로 이날까지 예정된 날짜에 귀국하지 못한 여행객은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이판은 공항 운영이 정상화돼 여행객들이 귀국길에 올랐지만 다음달 1일까지 공항이 전면 폐쇄된 괌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를 앞두고 괌 지역에 체류 중인 한국인 관광객 전체 숫자는 외교부 추산 3200명 선이다.
한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최악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이재민이 돼 기약 없이 항공 재운항을 기다리고 있다. 주택이 무너진 현지인들이 호텔에 숙박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관광객은 숙박 연장을 거부당해 황급히 숙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생필품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괌의 유명 창고형 마트인 케이마트가 26일 공지를 통해 "기상 피해로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문을 닫는다"고 밝히는 등 괌 현지에서는 대부분의 소매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어린 자녀의 기저귀와 고령층의 약을 애타게 구하는 글도 많았다. 한 여행객은 "아기 분유와 부모님 혈압약, 당뇨약을 구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운영을 재개한 마트와 병원 정보를 물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관광객에게)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안내하고 있으며 괌 관광청과 협조 아래 병원 교통비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임시대피소와 자원봉사자 마련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현지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 전면 지원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예정된 날짜에 귀국하지 못한 여행객 200여 명에 대해 1박당 10만원의 숙박 지원금을 긴급 편성했다. 체류 인원을 73명으로 파악한 참좋은여행 역시 긴급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추가 1박당 10만원(1객실당)을 지원한다. 여행객 총 160여 명(괌 120여 명·사이판 40여 명)이 고립됐다고 밝힌 모두투어는 체류 기간과 상관없이 1팀(객실당)당 150달러 지원책을 내놓았다. 노랑풍선은 괌 48명, 사이판 77명 등 총 125명이 현지에 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홍보팀장은 "괌 상황이 심각하다. 다음달 1일까지 공항이 폐쇄되는데, 이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괌 정부는 태풍 진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4~25일 괌을 덮친 태풍 마와르는 4등급(카테고리 4) 슈퍼 태풍으로 분류된다. 괌에 접근한 태풍 중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시속 241㎞ 이상의 돌풍이 몰아치면서 전신주가 쓰러지고 전선이 끊어져 광범위한 지역에서 정전과 단수가 일어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괌을 지나 북서쪽 해상으로 이동해 필리핀을 거쳐 다음주에는 대만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초강력 태풍에 대한 공포감은 여행 취소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6월분 취소는 물론 7월과 8월 극성수기 예약 취소에 대한 문의까지 쏟아질 정도다. 한 여행사는 이날 오전 신규 예약분이 50여 건이었지만 취소된 건수는 180건을 넘어섰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공항 폐쇄 소식이 알려진 후부터 취소분이 예약분의 3배를 넘어섰다"며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7~8월 극성수기 예약을 취소한 분도 있다. (예약팀에서) 천재지변일 뿐이라고 설득은 하고 있는데, 불안해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신익수 기자 / 김정석 기자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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