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남북 교류의 상징' 경의·동해선 도로...北에 1800억 책임 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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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구간 일부를 폭파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의 결실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주변으로 지뢰를 매설하고, 올해 들어선 펜스와 가로등, 철도 관련 침목 등도 제거하는 등 남북 육로를 단절하는 조치를 차근차근 취해왔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가 끊어지면서 남북 연결 육로는 이제 화살머리고지와 공동경비구역(JSA) 통로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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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어도 북한에 법적 책임 물을 수도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구간 일부를 폭파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경유하며 남북으로 한반도 서쪽과 동쪽을 연결하던 '교류와 협력'의 상징물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우리 정부는 곧바로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규탄하는 한편, 국민 세금 1억3,290만 달러(약1,808억 원)가 투입된 자산을 파괴한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첫 남북정상회담 결실...지난해부터 점차 단절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의 결실이다. 2002년 9월 착공됐지만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과 북핵 실험, 미사일 도발 등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으면서 중지됐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기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남북이 합의하고 재차 착공식을 열었지만, 이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대북 제재 강화 등으로 실제 운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으로 존재감은 충분했다.
기류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면서부터다. 북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주변으로 지뢰를 매설하고, 올해 들어선 펜스와 가로등, 철도 관련 침목 등도 제거하는 등 남북 육로를 단절하는 조치를 차근차근 취해왔다. 그리고 이달 9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며 '남북 육로 차단'을 공식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폭파 조치 역시 이 같은 단절 조치의 연장선"이라며 "드라마 같은 쇼이자 북한 주민들에게도 '남쪽에 기대하지 마'라는 메시를 주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가 끊어지면서 남북 연결 육로는 이제 화살머리고지와 공동경비구역(JSA) 통로만 남게 됐다. 그마저도 JSA는 무장한 북한군에 의해 차단이 됐고, 화살머리고지 역시 도로 주변 지뢰 매설과 방벽으로 통행이 막혀 있는 상태다.
지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손배 청구...이번에는?
북한이 남측 자원이 투입된 자산을 철거하고 파괴한 전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에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는 김정은 위원장 지시에 금강산 관광 지역 내 시설물을 무단으로 철거했다.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과 온천장, 한국 정부 예산 22억 원이 투입된 소방서 건물, 국내 리조트호텔 아난티의 골프 리조트, 한국관광공사가 투자한 문화회관 등이 무더기로 해체됐다. 이젠 이산가족 면회소만 흔적처럼 남아 있다. 이때 손실액은 어림잡아도 2조 원이 훌쩍 넘는다.
2020년 6월에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했다. 개성공단에는 우리 정부와 민간의 자금이 1조 원 이상 들어갔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나기 전, 북한을 상대로 총 44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실효성은 없지만, 북한의 폭파가 명백히 불법이고 남북 간 합의 위반이며 우리 정부·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취지다.
통일부는 이날 역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북한 요청에 따라 차관 방식으로 건설된 것으로 상환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된 만큼, 파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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