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외교’ 비판 가속에… 정부, 성과 내세워 정면돌파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곽은산 2023. 3.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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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위안부·독도 논의 없었다” 반박
‘기시다 총리가 말 꺼냈냐’ 질문받자
“정상회담 내용 구체적 언급 부적절”
日 언론 “日, G7에 尹 초청 최종 조율”
대통령실 “공식 발표 나야 한다” 신중
日 소극적 호응·국내 여론 악화는 과제

우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나 독도 문제는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일로 외교·안보·경제 등 주요 분야 현안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일본이 양보한 내용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외교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정부는 이런 정치적 부담 속에 추후 한·일 관계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나 독도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다는 취지의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지난 18일 KBS 인터뷰에서 “독도라든지 위안부 문제는 의제로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의제로 논의된 바 없다는 것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그 부분에 대해 말을 꺼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는 질문엔 “정상회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양국이 합의한 의제는 아니었으나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거론했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YTN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서 오간 정상들의 대화는 다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도 언급과 관련해선 “현재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땅이고, 최근 기억하기로는 일본 당국자가 우리에게 독도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앞서 일본 보도에 야권은 윤 대통령이 관련 언급 등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 주요 성과로는 국정과제인 한·일 셔틀 외교 복원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및 수출 규제 갈등 봉합 등이 꼽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측의 ‘호응’을 수차례 언급하며 “외교라는 게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로서 한·일 미래 관계를 위해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기시다 총리도 호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언론 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방일이 “12년 만의 정상 양자 방문을 통해 역대 최악으로 치달아 온 양국 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공급망 안정화, 핵심 첨단기술 진흥과 같은 경제안보 분야로도 협력 범위를 확장했다”고 자평했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방일을 계기로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이 유력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일본이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한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공식 발표가 나야 한다”면서도 “분위기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한·일 관계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갈 전망이다.

한·일 관계가 개선하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액이 연간 약 26억9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일 관계 악화 이전인 2017∼2018년 평균 4.9%에서 지난해 4.5%로 0.4%포인트 낮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계기가 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에 대한 일본의 소극적 호응과 이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 등은 과제로 남았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은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국내 여론이 기대했던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과 회담에서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을 거론했다는 일본 보도는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윤석열 시계’ 찬 공명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이 선물한 시계를 찬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석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한·일 화해, 인도태평양에 새로운 기회 창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협상이 성공하려면 일본은 진정성과 유연성을 보여야 하고, 윤 대통령이 보여준 것처럼 많은 용기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여 석좌는 “국내 정치가 다시 한·일 관계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은 강제동원 기금 마련을 한국과 중간 지점에서 타협함으로써 윤석열정부에 외교적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은산·홍주형·이동수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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