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담은 공간을 닮아가는양산 증산리 주택 ‘인향재’

ARCHITECT CORNER

취약한 프라이버시는 ‘ㅁ’자 형태로 해결했고 풍광을 실내로 끌어와 대지가 가진 장점을 살렸다. 여기에 소재와 색이 다른 재료를 조합해 안정감과 더불어 멋스러움도 부여했다. 늘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이곳에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바라본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김성곤 대표(성종합건축사사무소)│사진 성종합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양산시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308.20㎡(93.23평)
건축면적 149.66㎡(45.27평)
연면적 230.81㎡(69.82평)
1층 144.05㎡(43.58평)
2층 86.76㎡(26.24평)
건폐율 45.56%
용적률 74.89%
설계기간 2022년 10월 ~ 2023년 4월
시공기간 2023년 4월 ~ 12월

설계 성종합건축사사무소(설계담당 조민지)
051-506-0572 blog.naver.com/sg8883
시공 대성산업개발㈜, ㈜선건축디자인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패널
외벽 - 고흥석버너구이, 적삼목, 외단열 시스템 스타코 위 엠피실란 마감
데크 - 이페
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
내벽 - 실크벽지
바닥 - 강마루판
도어 현관 - 패션단열도어
단열
지붕 - 180㎜ 단열 스티로폼
외벽 - 100㎜ 준불연 단열 스티로폼,
40㎜ 로이보드 준불연 단열재
내벽 - 4㎜ 열반사 단열재
창호 시스템창호(3중 유리)
조명 LED 조명
주방기구 한샘
난방기구 경동나비엔

건축주의 설계 의뢰 전화가 두어 번 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구체적 논의를 위한 미팅을 진행했고 건축주 또한 제대로 된 집을 짓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계획 과정에서도 우리가 제안한 시안과 디자인에 공감하며 순조롭게 이뤄졌다.
집이 위치한 대지는 3면이 도로에 접하고 그중 15m 폭의 도로가 상가 대지를 마주한다. 마을의 랜드마크가 될 조건에는 적합하나, 외부 시선을 곧바로 받을 수 있어 주거시설로는 프라이버시 보호가 다소 취약했다. 소음도 우려됐지만 북쪽 인접 대지를 제외하고는 3면이 막힘없이 트였고 동쪽과 남쪽의 일조량이 양호한 편이었다.

현관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포치 정면에서 바로 보이지 않도록 계획했다.
아담한 거실에는 좁고 긴 액자형 창을 통해 매일 다른 풍경이 담긴다.
주방은 아일랜드 조리대, 아치형 전실, 우물 천장, 디자인 조명 등 다양한 요소가 모여 입체적인 공간감을 가진다.
안마당 쪽에는 폴딩도어를 설치해 개폐하며 앞쪽 데크나 안마당까지 확장해 사용할 수 있다.

다른 형태와 색상이 조화를 이루는 외관
주 출입구를 배치한 남쪽 도로에 옥외 주차 2곳을 두고 남은 대지에 1층을 계획했다. 형태는 사생활 보호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ㅁ’자가 됐다. 2층은 일조와 전망을 고려해 ‘ㄱ’자 형태로 앉히게 됐다. 주차장이 있는 건물 측벽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도 마련했다.
외관은 1층 화강석의 수평선이 안정감을 주면서 층고 높은 원형 다실과 2층 박공지붕이 수직선을 강조하며 조화를 이룬다. 주조색은 1층과 2층을 각각 짙은 회색, 백색으로 계획해 대비를 줬다. 이질재인 화강석과 다실의 목재 마감은 매스를 분절함으로써 그림자가 깊이를 더한다.
외관 곳곳에 설치한 백색 알루미늄 루버가 빛을 만나면 그림자를 통해 연회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뜻한 목재로 마감한 원형 다실은 경직된 물성과 형태를 순화하며 이 집을 지탱하는 구심점이 된다.

공적 공간을 지나 자연스럽게 다다른 안방은 마감재인 자작나무 합판이 따뜻한 질감과 고운 무늬결을 선사한다. 공용 욕실과 별개로 또 하나의 욕실을 포함한다.
공적 공간을 지나 자연스럽게 다다른 안방은 마감재인 자작나무 합판이 따뜻한 질감과 고운 무늬결을 선사한다. 공용 욕실과 별개로 또 하나의 욕실을 포함한다.
1층 가장 안쪽에 위치한 다실은 동그란 형태가 주는 독특한 공간감이 매력이다. 원형의 간접등과 직부등을 사용해 공간과의 동질감이 느껴진다.
계단실을 오르내리며 만날 수 있는 창밖 모습이 부분적으로 보여 재미있다.

생활 속 자연이 함께하는 안마당과 테라스
1층 ‘ㅁ’자 평면은 안마당을 바라보며 실내를 순환하는 구조로 마치 인체의 심장과도 같아 보인다. 특히 이곳 안마당의 통풍을 위해서 외벽 하부에는 백색 루버로 작은 바람길을 만들었다.
포치에서 현관 그리고 거실, 주방, 안방을 차례로 순환하다 보면 소담한 원형 다실에 도착한다. 다실은 자연을 느끼며 차를 마시고 때로는 나를 찾는 사색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실내에는 두 곳의 중정이 있다. 1층 현관에 들어서면 오죽과 빛으로 가득한 공간이 사람을 반기는데 이 대나무 잎사귀는 2층 침실에서도 볼 수 있다.

2층 복도는 환하게 들어오는 채광과 간접조명이 아늑하면서 감성적인 무드를 연출한다.
풍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엔 일부를 돌출하고 윈도우 시트로 처리해 작은 힐링 공간으로 계획했다.
넓진 않지만 꼭 필요한 곳에 창호를 적절히 배치해 쾌적하게 마련한 침실
각 침실은 크고 작은 외부 테라스와 연계된다. 실외에서 또 다른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하늘로 열린 2층의 실내 중정

‘ㄱ’자 형태인 2층은 복도 창을 시원하게 계획했는데 복도를 걸으면 앞산과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에는 창을 좀 더 돌출시키고 바닥을 의자 높이로 만들어 걸터앉기 쉽게 윈도우시트로 디자인했다. 차를 한 잔 마시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각 침실에는 테라스를 연계해 개인 공간에서 빛, 비, 바람과 같이 자연을 가까이하도록 조성했다. 그중 동쪽 테라스에는 디자인 벽을 세우고 고정식 붙박이 의자를 마련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최종 마감재는 원칙대로 도배지와 자연 소재를 사용했다. 기후를 통한 습도 조절과 건강을 위한 의학적 고려에 근거한다. 안방 침대가 놓인 벽, 다이닝룸 벽 그리고 2층 복도와 계단실 천장은 자작나무 합판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도배지로 마감했다.

외부로부터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이 취약하기에 안마당을 마련해 시선을 안쪽으로 모았다. 안마당은 외부지만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을 품는다.
다실 앞 툇마루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훗날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주택은 여러 소재와 패턴, 형태가 모여 단출한 듯 과하지 않은 존재감이 부여됐다. 한쪽에 안마당의 통풍을 위한 백색 루버로 제작한 바람길이 보인다.
주택은 여러 소재와 패턴, 형태가 모여 단출한 듯 과하지 않은 존재감이 부여됐다. 한쪽에 안마당의 통풍을 위한 백색 루버로 제작한 바람길이 보인다.

건축은 삶과 자연을 담는 그릇이다. 이번 집도 사람과 자연의 관계 맺기에서 기인한 설계 의도를 가진다. 공사도 시공자가 정성을 다해야 한다. 한번 지어진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 공간을 닮아 가기 때문이다. ‘인향재’라는 이름은 자연을 접하며 살아가는 이곳 삶이 항상 밝고 따스한 향기가 배어나는 멋진 사람들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