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 만에 연매출 80억원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이 아이디어

1분에 11만회 회전 모터,
PB 개발에 도전한 파인트리
파인트리 유성호 대표(왼쪽)와 박근중 이사(오른쪽). /더비비드

좋은 제품을 발굴하고, 알맞은 판로에 올려 성공시키는 것. 유통 전문 기업 ‘파인트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영업 전문가인 유성호(44) 대표와 전자 상거래 분야에서 20년 이상 몸담은 박근중(43) 이사가 합심한 파인트리는 B2B, B2C 거래부터 수출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2인방의 다음 행보는 PB(자체 브랜드) 개발이다. 소비자와 더 깊이 연결되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출발점이었다. 서로의 강점을 접목해 탄생한 소형가전 브랜드 ‘밴프’(Banff)와 향(香) 제품 브랜드 ‘아이테르’(AETHER)는 판로를 넓히며 순항 중이다. 2인방을 만나 창업기를 들었다.

◇ PB 개발에 도전한 유통 기업

(왼쪽부터) 밴프 BLDC 음이온 헤어 드라이기, 아이테르 디퓨저. /파인트리

파인트리는 유통 전문 기업이다. K-뷰티 제품, 건강기능식품을 수출하고 500종이 넘는 소비재를 국내에 유통한다. 해외 구매자에게는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을 발굴 및 기획해서 공급하고,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소개한다. 2022년 설립해 3년 만에 연매출 8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PB 브랜드 밴프와 아이테르를 론칭했다. 소형가전 브랜드 밴프의 BLDC 음이온 헤어 드라이어는 세련된 디자인과 강력한 건조력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구동 시 음이온 발생기가 작동해 머리카락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향 제품 브랜드 아이테르 디퓨저 4종은 인테리어 소품과 선물용으로 반응이 좋다. 부향률 기준으로 퍼퓸 등급의 디퓨저로 향이 멀리 퍼지는 데다 오래간다.

◇ 유학파와 현장파의 만남

박 이사와 유 대표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더비비드

유성호 대표는 스위스와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호텔경영학과 관광경영학을 공부한 후 유명 호텔에서 근무했다.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이었지만 역동적인 일을 원했다. 글로벌 소싱 플랫폼 ‘글로벌 소시스’로 이직한 계기다. 이곳에서 부스 영업을 하며 다양한 아이템을 접하고, 안목을 키웠다.

박중근 이사는 일찍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1학기 만에 중퇴하고, 광고대행사에 입사해 온라인 쇼핑몰에 눈을 떴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매출은 잘 나왔지만 접었다. 세금 공부가 부족했던 탓이다. 아픔을 딛고 두번째 창업을 했다. 쇼핑몰과 3PL(제삼자 물류), 대리점까지 3개의 회사를 동시에 운영했다. 잘 됐지만 혼자 감당하기에 버거웠다.

박 이사가 나머지 비즈니스를 접고 3PL 비즈니스만 운영할 때, 유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2021년 비즈니스 파트너로 처음 만났는데, 서로 잘 통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성실하고, 위선 없이 바른말만 하는 박 이사에게 끌렸어요. 박 이사는 상품과 물류에 잔뼈가 굵고, 저는 영업에 특화됐으니 일을 함께하면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했습니다.”

◇ 첫 PB 상품의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

파인트리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PB상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더비비드

2022년 3월 파인트리를 설립했다. 유 대표는 2023년 6월 합류했다. “유통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해외 파트너에게는 우수한 한국 제품을 발굴 및 기획해서 공급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소비재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하며 덩치를 키웠죠. 한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태국의 인기 프로그램에 내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며 성장했죠.”

업력이 쌓일수록 PB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저희가 제안해서 힘들게 판로를 뚫었는데, 다른 기업이 제품을 납품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광고비와 시간을 투자해 제품 인지도를 높였더니 브랜드 사가 이익을 점유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죠. 유통사의 숙명이라지만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한 것 같아 허무했습니다. 내실을 다질 때라 판단하고 PB상품을 개발하기로 했어요.”

첫 PB 상품으로 핸디 선풍기를 출시했다. “가능성을 보기 위해 테스트 차 개발했는데 시작이 좋았습니다. 유명 가전 기업의 웰컴키트와 F&B프랜차이즈의 PB상품으로 납품했어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 밴프 BLDC 음이온 헤어 드라이어 개발노트

밴프 BLDC 음이온 헤어 드라이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유 대표. /더비비드

1. 사계절 제품을 찾아라

핸디 선풍기의 성공을 발판으로 차기작 개발에 들어갔다. 계절을 타지 않아 연중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고, 핸디 선풍기보다 단가가 높은 제품 위주로 찾아 나섰다. 누구나 집에 두고 쓰는 헤어 드라이어로 낙점했다. 브랜드명은 밴프로 정했다.

20개의 드라이어 샘플을 받은 후 옥석을 추렸다. “샘플을 일일이 구동한 후 스펙을 뻥튀기한 샘플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디자인이 세련되고, 사용법이 간단하면서 기능이 좋은 제품을 선정했어요. 이 제품에 디테일을 더하기로 했죠.”

2. 드라이어의 본질은 건조

밴프 BLDC 음이온 헤어 드라이기는 후면의 색상으로 온도를 알 수 있다. /더비비드

빠르게 건조하면서, 머리카락의 손상을 막는 데 집중했다. “고가 부품으로 꼽히는 BLDC 모터(모터 내부의 ‘브러시’라는 부품을 없애 내구성을 높이고 소음을 줄인 고속 회전용 모터)를 장착했습니다.

1분에 최대 11만회 회전하는 모터가 머리카락을 빠르게 말려줍니다. 구동 시 온도 조절 시스템이 함께 작동합니다.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서 온도차로 인한 모발 손상을 막을 수 있어요. 온도가 안전 범위를 넘어서면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됩니다.”

3.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음이온 기능을 탑재해 모발 손상을 막아준다. /더비비드

모발의 보호막인 ‘큐티클’ 파괴를 막기 위해 음이온 기능을 적용했다. “모발을 말릴 때 양이온(+) 정전기가 생겨서, 큐티클이 들뜨거나 손상될 수도 있는데요.

이때 음이온(-)을 투입하면 정전기를 중화해 모발을 매끄럽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구동 시 음이온 발생기가 함께 작동합니다. 중국질량인증센터(CQC) 로부터 고농도 음이온 발생 기능도 인증 받았어요.”

4. 사소하지만 큰 차이가 되는 디테일

노즐을 자석으로 탈부착할 수 있다. /더비비드

드라이어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각종 불편한 점을 보완했다. “시중의 드라이어는 사용하다가 노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석으로 탈부착하는 노즐을 적용했어요. 사용 중 노즐이 떨어질 우려가 없습니다. 노즐이 바람을 분산해 보다 정교하게 스타일링 할 수 있죠.

또한 선풍기의 온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온도가 램프에 표시됩니다. 고온풍은 빨간색, 중온풍은 주황색, 냉풍은 파란색이죠.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이나 반려동물의 털을 말릴 때 온도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안전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 아이테르 공간 디퓨저 개발노트

박 이사는 향을 좋아하는 취향을 살려 향기 제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더비비드

1. 향 마니아의 취향에서 출발

파인트리의 또 다른 PB브랜드 아이테르는 박 이사의 취향에서 출발한 향 전문 브랜드다. 박 이사는 사무실 책상에 향수 수십개를 두고 있을 정도로 향 제품 마니아다. “향은 좋은 기억과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매개입니다. 기분이 안 좋은 날, 향수나 디퓨저로 마음을 달래곤 해요. ‘향으로 기억을 디자인한다’는 콘셉트로 향기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디퓨저를 찾기 위해 1000만원 이상 쓴 경험을 살려, 아이테르 공간 디퓨저 개발에 들어갔다. “시중 디퓨저의 약한 발향과 지속성이 늘 아쉬웠습니다. 향이 좋아도 공간에 잘 안 퍼지거나 향이 금방 날아가곤 했거든요. 저부터 깐깐한 소비자니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2. 퍼퓸 등급의 압도적인 발향

(왼쪽부터) 디퓨저 샘플을 테스트했던 연구실, 완성된 디퓨저. /더비비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발향에 중점을 뒀다. “향 제품에서 향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부향률이라고 하는데요. 3~5%면 오 드 코롱, 5~15%는 오 드 뚜왈렛, 15~20%면 오 드 퍼퓸, 20~30%면 퍼퓸입니다.

아이테르 디퓨저는 퍼퓸 등급입니다. 공간에 둬보면 알아요. 기분 좋은 향이 공간 곳곳으로 퍼지죠.”

3. 최종 선정된 향의 정체

샘플을 테스트한 다음 가장 표를 많이 받은 4종을 선정했다. /파인트리

3년간의 샘플링으로 다양한 향을 섞어서 4종의 향을 완성했다. “향 제품은 호불호가 강합니다. 내게 좋은 향이 누군가에겐 싫을 수도 있죠. ‘객관화’가 필요했어요. 30종의 샘플을 테스트한 다음 표를 많이 받은 4종을 선정했습니다. 상쾌한 시트러스로 시작해 패출리로 마무리되는 제니카 카마, 오렌지의 상큼한 향으로 출발해 바닐라와 우디한 잔향으로 마무리되는 귤꽃 블라썸, 산뜻한 과일향과 머스크의 잔향이 어우러지는 화이트 코쿤, 붉은 과실의 향과 앰버의 깊은 향이 인상 깊은 누아르 체리 4종이죠.”

디퓨저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시각적인 요소를 더했다. “향의 특성을 디퓨저 액 색상에 녹였어요. 누아르 체르는 짙은 빨강, 화이트 코쿤은 맑은 청록, 금귤 블라썸은 밝은 오렌지, 제니카 카마는 차분한 금빛입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좋은 향이 나면 기분이 좋잖아요. 여기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하면 만족감은 배가 되지 않을까요.”

◇ 골프장·호텔·서점 등과 협업 예정, 수출에 박차

PB 상품도 해외에 출시할 계획이다. /더비비드

지난 5월, 밴프 드라이어와 아이테르 디퓨저를 온라인몰, 폐쇄몰 등에 출시했다. 밴프 드라이어는 ‘디자인이 예쁘고, 파워가 강력해서 좋다’며 호응을 얻었다. 홈쇼핑 납품, 골프장 샤워실, 숙박시설 납품 등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아이테르 디퓨저는 재구매율이 높다. 구매 후 선물용으로 다시 찾은 소비자가 많은 덕이다. 유명 서점 내 잡화점 입점, 호텔 전용 디퓨저 개발 등을 준비 중이다. 대만 바이어와 수출도 논의하고 있다.

2022년 설립 첫 해 5000만원이었던 연매출은 2024년 80억원을 기록했다. PB 브랜드의 선방으로 올해 큰 매출 신장을 기대한다. “파인트리의 시계는 이제 시작입니다. 올해 밴프 청소기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아이테르는 향수, 핸드크림 등으로 라인업을 다각화할 구상이에요. 신규 향도 출시할 예정이죠. 올해 수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 홍콩인 직원을 채용했는데요. 수출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쌓아, 파인트리의 PB상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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