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코앞인데…왜 여전히 홍명보 감독에는 ‘물음표’가 붙을까
기민한 전술 대응 능력서 아쉬움···아로소 코치 ‘얼굴마담 감독’ 논란도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월드컵에 대한 뜨거운 분위기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팀을 향한 기대와 인기가 이전에 비하면 크게 식은 탓이다. 월드컵과 대표팀을 홍보하는 광고나 대형 배너, 기념물을 찾기 어렵다. 대한축구협회도 대대적인 홍보 전략 없이 숨죽인 채 본선에서의 호성적만 기대하는 눈치다.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기점으로 대표팀에 대한 인기는 한층 더 추락했다. 당시 울산 HD 감독으로서 대표팀 수장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던 홍 감독은 자신의 말을 뒤집는 선택을 했다. 전임 감독의 실패로 말미암은 축구 팬들의 분노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홍 감독에게로 향했다. 대한축구협회도, 홍 감독도 성적으로 증명하면 여론 분위기는 바뀔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3월 A매치 2연전 패배 후 여론은 분노를 넘어 무관심 속으로 추락하는 중이다.
홍 감독의 최대 강점인 리더십은 단기적으로 대표팀의 위기를 해소하는 효과를 줬다. 하지만 장기적인 방향성과 결과물은 전술적 콘텐츠에 기반한 경기력이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홍명보호는 현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멈춘 모습이다. 지난 1년10개월 동안 대표팀에 드리운 홍 감독의 빛과 그늘을 보면 이 현상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클린스만이 망친 대표팀 원칙과 기강 재정립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 닥친 위기의 출발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선택인 클린스만 감독은 이름값만 보면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인사였다. 함께 온 코치들의 면면 역시 화려했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의 특징과 문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존중 없이 본인 기준에 치우친 막무가내식 리더십과 팀 운영을 자행했다는 것. 지나친 자율 부여는 방만을 조장했고, 기준과 원칙이 파괴되자 분위기는 분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것이 발화점을 넘어 폭발한 것이 아시안컵 기간 중 벌어진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었다.
클린스만 감독도 스스로 원칙을 파괴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한국 상주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과 유럽에서 보내며 개인 활동을 이어갔다. K리그를 중심으로 한 새 얼굴 발굴엔 관심조차 없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존중 부재, 스스로가 원칙을 깨는 리더는 아무리 이름값이 높아도 조직을 망친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였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이끄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내부는 자연스럽게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은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최종 선택은 대표팀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리더십과 관리 능력을 지닌 홍명보 감독이었다.
10여 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홍 감독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K리그 감독직을 내팽개치고 국가대표팀을 택했다는 비판과 함께 절차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국회 현안질의에 불려가 호통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홍 감독은 구성원 간 신뢰를 재구축하고, 국가대표에 대한 선수들의 헌신과 책임감을 끌어내며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 선수들 의견에 귀를 열며 그들의 요구 중 도움이 되는 것을 수용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무팀 행정이었다. 유럽에서 뛰는 특급 선수가 늘어난 만큼 몸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자 개인 트레이너를 동행하길 원하는 선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미 대표팀 내에 존재하는 의무 기능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 견해 차이가 카타르 월드컵 당시 의무팀과 개인 트레이너가 충돌하고, 선수들이 협회에 반발하는 사건으로 번졌다. 홍 감독은 유연성을 갖고, 선수들이 소집 기간에 개인 트레이너를 활용하되 의무팀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관리자형 감독, 전술 전략 강조되는 현대 축구에선 한계 노출
주장 손흥민과의 관계도 알려진 것과 달리 상호 신뢰로 돌아섰다. 홍 감독은 지난해 9월 주장 교체 가능성을 시사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엔 손흥민의 입지를 건들지 않았다. 특히 최근 손흥민의 부진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손흥민의 능력과 역할을 의심한 적이 없다"며 언론 공세에 적극 대응했다. 월드컵을 2개월여 앞두고 내부 단속을 확실히 한 것이다.
팀 재건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홍명보 감독이 선임 정당성 부재의 꼬리표를 떼려면 본선 성적이 중요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통산 3번째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역대 가장 많은 유럽파로 구성된 북중미 월드컵의 목표는 최소 16강이다. 홍 감독은 부임 후 8강을 노린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조별리그 3경기를 무난하게 뚫어내고 32강 토너먼트에서 더 치고 나갈 체력적 준비, 전술적 날카로움, 전략적 유연성이 갖춰져야 한다. 홍명보호는 5월 중순 소집돼 미국 고지대에서 1차 캠프를 차려 고산 증후군 적응과 체력 강화를 마친 뒤 멕시코에 들어갈 계획이다. 많은 월드컵 본선 경험이 쌓였고, 포트2에 배정된 덕에 훈련 캠프 선정도 우선권을 받아 이동과 훈련장 선정은 참가국 중 가장 잘 이뤄진 상태다.
남은 것은 전술 완성도다. 홍명보호는 3월 A매치 2연전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오스트리아에 각각 0대4, 0대1로 패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전의 경우 새롭게 도입되는 전·후반 각 22분 전후로 3분 동안 진행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섭취 휴식) 이후 상대의 전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FIFA가 북중미 월드컵에 의무 도입하겠다고 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하프타임을 벗어난 새로운 작전타임이다. 그 3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세를 뒤집거나 압도하는 마법이 나올 수 있지만, 반대로 흐름이 뒤집히거나 완전히 주저앉는 양상이 발생할 수 있다.
홍 감독은 플랜A를 성실히 준비하는 타입의 지도자다. 상대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팀이 내부적으로 단결하고, 플랜A 완성도가 먹힐 경우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처럼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거나 경기 중 형태를 바꾸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석이 잘못될 경우 바쁜 경기 상황에서 흐름을 찾는 데 약한 모습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알제리전이 대표적이다. 잘못된 분석에 기반한 준비에다 바히드 할리호지치라는 노련한 전술가형 감독까지 있어 큰 패배를 당했다.
최근 논란이 된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의 인터뷰는 대표팀의 현실을 보여준다. 포르투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로소 코치는 "(한국 대표팀이) 훈련과 경기 운영을 조직할 유럽인 코치를 원했다. 한국인 감독이 프로젝트의 얼굴이지만 경기 아이디어를 만들 현장 코치를 원해 (내가) 합류했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들이 보도한 '감독은 얼굴마담' 식의 표현은 다소 과장됐지만, 홍 감독이 전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외국인 코치에게 크게 의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본선 진출 확정 후 스리백을 도입한 것 역시 전력이 강한 팀을 상대로 실점을 줄이기 위한 접근에서 비롯됐다는 게 아로소 코치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인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같은 관리자형 지도자에 가깝다. 절대 권한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매니지먼트에서 힘을 발휘, 조직 전체의 동기부여와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현대 축구는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에 대한 전술적 피드백도 중요하다. 12년 전 브라질에서의 실패가 홍명보 감독에게 어떤 학습 효과를 줬을까?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명예회복을 원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전술 전략의 속도성·유연성에서 이길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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