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꼭 가야 할 전시회 추천 BEST 10

1.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가 열린다. 2024년 한·이 수교14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3대 천재 화가로 불리는 ‘카라바조’의 작품 10점을 포함한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총 57점을 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빛과 어둠의 대조를 극대화한 키아로스쿠로 기법의 창시자로서 사실주의를 통해 17세기 바로크 예술의 출발을 알린 카라바조의 작품을 조명한다. 특히 38세의 짧은 생애로 100여점의 작품만을 남긴 카라바조 컬렉션 중에서 우피치 미술관을 포함한 다양한 소장처에서 엄선된 주요 작품들을 통해, 바로크 회화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이해하고, 그의 영향력이 포스트 카라바조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졌는지 탐구한다.

더불어 카라바조의 라이벌인 안니발레 카라치를 비롯해 오라치오 젠텔레스키, 구에르치노와 같은 동시대의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바로크 예술의 다양성과 그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2. 올해의 작가상 2024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SBS문화재단의 후원에 힘입어 운영해 온 전시이자 수상 제도이다. 매년 작가 4인을 선정, 신작 제작과 전시는 물론, 이후에도 각 작가들의 국제적 활동을 폭넓게 지원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모색해 오고 있다. 신작에 초점을 맞추었던 이전 전시들과 달리, 2023년부터는 신작과 작가의 전작들을 함께 구성하여 작가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조명한다.

참여 작가는 권하윤, 양정욱, 윤지영, 제인 진 카이젠이다. 윤지영은 조각의 문법을 활용하여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마주한 개인의 심리와 태도를 다룬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조각들은 돌이킬 수 없는 희생부터 간절한 소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음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가상 현실 기술을 이용하는 권하윤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공동의 기억을 생산한다. 이야기들은 관객의 실제 경험으로 확장되어 우리로 하여금 기록과 기억의 개념을 돌아보게 한다. 양정욱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이를 움직이는 조각으로 만든다. 조각의 반복되는 움직임은 고난과 희망 사이에서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 내며 우리의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제인 진 카이젠은 제주의 자연, 문화,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및 지역 공동체와의 오랜 협력을 바탕으로 약동하는 섬을 그려 낸다. 서로 다른 이들의 몸짓이 이어지며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관계는 소외된 이들을 드러내는 다양한 서사의 토대를 마련한다.

전시는 다양한 작품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능력을 확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주제와 방법은 달라도 우리 시대의 단면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작가들은 차별화된 시각화 방식을 고안해왔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얼마나 깊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 시도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세계와 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리하여, 이들의 시선을 빌려 마음을, 기억을, 이웃을, 세계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이런 기대 속에서 전시는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

3. Mika Rottenberg : NoNoseKnows

현대카드가 독특하고 위트 있는 상상력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미카 로텐버그’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Mika Rottenberg : NoNoseKnow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카 로텐버그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상품 생산 과정과 신체·노동 간의 관계 등을 영상과 키네틱 아트로 표현해 주목을 받아 왔다. 그가 지난 20여년간 작업해 온 대표 영상들과 영상 속 일부를 옮겨온 듯한 설치, 손가락과 입술 등 신체의 일부를 표현한 조각 등을 선보인다. 전시명에 담긴 비디오 작품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NoNoseKnows’(2015) 역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통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담아낸 키네틱 조각과 설치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재채기라는 행위가 노동의 과정이 되는 기이한 형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Sneeze’(2012)와 ‘NoNoseKnows’(2015), 긴 손톱이 벽면에 돌출된 상태로 의미없이 회전하는 ‘Finger’(2019) 등이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시공간을 비틀어 물질과 현실을 비선형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영상 작품 두 점을 상영한다. 먼저 인간의 이주 문제와 대규모 상품 유통 과정을 역설적으로 묘사하는 ‘Cosmic Generator’(2017)와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CERN)의 실험실과 감자 농장, 몽골의 전통 가창 예술인 후미 창법으로 노래하는 가수 등 일관성 없는 장면이 이어지는 ‘Spaghetti Blockchain’(2019) 등이다.

이처럼 Rottenberg는 전통적인 유물론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신유물론 및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물질적 관계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동시대를 구성하는 삶의 조건을 탐색해 오고 있다. 작가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세상을 이해하고 이와 교류하기 위해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들을 초현실적인 방법으로 연결한다. 세상과 맛닿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현된 그의 작품은 관객의 신체 감각을 자극하고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끊임없는 질문을 유도한다. 작가의 대표작 15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현실 속 부조리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4. 르네 그뤼오 : 르 엘레강스

KT&G 상상마당은 개관 이래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예술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매개 집단으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오고 있다. 2014년 첫 번째 ‘20세기 거장 시리즈’인 로베르 두아노 ‘그가 사랑한 순간들’전을 시작으로, 2015년 레이먼 사비냑 ‘캔버스 위에 찰리 채플린’전, 2016년 장자끄 상뻬 ‘파리에서 뉴욕까지’전, 2017년 자끄 앙리 라띠그 ‘라 벨 프랑스(La Belle France)!’전, 2018년과 2019년 각각 노만 파킨슨과 엘런 플레쳐 전을 진행한 바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 가치가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인 작가를 소개하는 ‘20세기 거장 시리즈’는 대중과 소통하며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난해한 예술’이 아닌 ‘일상의 행복이 되는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예술의 본질을 경험하게 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20세기 거장 시리즈’는 지난 10년간의 시간을 지나 2024년 프랑스 패션 일러스트의 거장 ‘르네 그뤼오’의 국내 첫 회고전을 개최한다. 르네 그뤼오 (Rene Gruau 1909-2004)는 20세기 프랑스 패션 예술과 광고계를 사로잡은 전설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천재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8만여 장에 이르는 수많은 작품을 남긴 르네 그뤼오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간결하고 우아한 터치로 파리 패션계를 전율에 빠지게 했던 마법 같은 그뤼오의 예술을 입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르네 그뤼오 : 르 엘레강스’ 전시는 작가의 초기 스케치 작품부터, 광고 매거진, 회화, 소품에 더해, 기존 전시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대형 회화 작품까지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비롯하여 수많은 오뜨 꾸뛰르 의상 및 향수 광고의 시초가 된 드로잉을 총망라한다. KT&G 상상마당 20세기 거장시리즈 ‘르네 그뤼오 : 르 엘레강스’ 전은 파리 오뜨꾸뛰르 황금기에 펼쳐진 주옥같은 명작들을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통해 만나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5. 순간이동

국립현대미술관은 한-캐나다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캐나다국립영상위원회(NFB)와 공동 기획한 ‘순간이동전’을 미디어랩, 미술관 마당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1930년대 초 근대도시 경성에서부터 1940년대 캐나다 전쟁수용소, 1990년대 동두천 밤거리에서 미래의 토론토 등 여러 다른 시공간으로 관람객을 ‘순간이동’시킨다.

전시에 참여하는 8작가(팀)들은 서로 다른 기법을 실험하고 있는 동시대의 국내외 예술가들이다. 총 11점의 영상 작품이 전시되는데, 권하윤, 김진아, 김경묵, 랜달 오키타, 리사 잭슨, 유태경은 가상현실(VR) 영화를 만들었다. 제이슨 레그&더크 반 깅켈&조이 코가와는 게임을, 타일러 헤이건은 인터랙티브 웹 기반의 사진에세이를 제작했다.

6. 오스제미오스 : Portal of Dreams

브라질 예술가 듀오 오스제미오스(OSGEMEOS)(b.1974)의 개인전 ‘꿈의 포털(Portal of Dreams)’이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 예술가가 창조한 독창적인 꿈의 세계 ‘트리트레즈’를 주제로 하며, 혼합 매체 작품 10여 점으로 구성됐다. 1980년대 상파울루에서 힙합과 그라피티로 예술적 기반을 다진 이들은 노란색을 상징적 색으로 삼아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시각적 언어를 전개한다.

작품에는 이들의 어린 시절 기억, 음악, 브라질 대중문화, 상상의 세계가 혼합되어 있다. 특히 대표작 ‘부기 보이즈 & 도그 보이’와 ‘아버지와 아들’은 인물과 사물이 뒤섞인 구성으로 초현실적 분위기를 강조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담고 있다.

7. 마르쿠스 뤼페르츠 :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

현 독일 현대미술계의 중심적인 작가 마르쿠스 뤼페르츠의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지난 80년대 후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뤼페르츠의 모든 예술관을 관통하는 ‘디티람브’ 개념에 기반한 33개의 회화와 8개의 조각을 선보인다. 마르쿠스 뤼페르츠는 오늘날 독일 젊은 세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예술가로, 회화의 참된 본질 탐구를 통해 ‘회화의 힘’을 갱신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이 거센 흐름을 만들던 1980년대,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인 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뤼페르츠는 회화의 내용적 측면보다 색과 형태의 상호작용 등 ‘회화’라는 매체 자체에 집중하며, ‘디티람브’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다. 고대 그리스의 주신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지칭하는 ‘디티람브’는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모순적인 용어로, 특정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회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8. 로렌스 위너 : ANYTHING ADDED TO SOMETHING

페이스 서울의 2층과 3층, 그리고 갤러리 외부의 일부에 자리 잡은 'Lawrence Weiner : ANYTHING ADDED TO SOMETHING'은 작가가 1989년부터 2019년까지 만든 조각품을 모아 제스처, 그래픽,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시각화된 언어 자체를 작품으로 사용한 것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작년에 서울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린 Weiner의 작품 조사 전시인 UNDER THE SUN 에 이은 것이다.

1960년대 국제 컨셉추얼 아트계의 선구자였던 와이너의 언어 사용은 퍼포먼스에 대한 강력하고 변혁적인 제스처였다. 그의 작품을 받는 사람을 퍼포먼스적 존재로 끌어들이면서, 그의 예술의 맥락과 공명은 사물의 본질과 관련된 급진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이 작가는 1960년대 후반에 컨셉추얼 아트의 초기 발전에서 중요한 텍스트인 "의도 선언"을 발표하면서 언어를 주요 소재로 채택했다.

갤러리 3층에서는 1989년부터 2019년까지 자연 세계의 풍경과 현상을 참조한 작품이 전시된다. 이 조각품에는 COVERED BY CLOUDS (1989/2024), INCLINED ENOUGH TO ROLL (2009/2024), ROLLED THROUGH CORRIDORS OF CONTAINMENT TO REST ON A LEVEL SURFACE (2009/2024), ATTACHED BY EBB AND FLOW (2019/2024)가 포함된다. 같은 층에서 ANYTHING ADDED TO SOMETHING 의 두 번째 반복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발코니의 유리 울타리에 전시된다.

9. 미셸 앙리 : 위대한 컬러리스트

프랑스 구상회화의 거장 미셸 앙리의 전시 '미셸 앙리 : 위대한 컬러리스트' 전시가 개최한다. 미셸 앙리는 창가에 놓인 꽃병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그리는 화가이다. 꽃을 주제로 한 정물화를 남긴 화가는 많지만, 정물과 풍경이 만나 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스타일은 미셸 앙리가 가진 독창적인 화법이다. 이번 전시 ‘미셸 앙리: 위대한 컬러리스트’ 는 미셸 앙리의 대표작 유화 약 70점을 소개하며, 어둡고 비참한 시대의 한복판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잊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미셸 앙리의 여정을 조명하며, 마법 같은 빛과 색채가 보여주는 입체적인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10. 하정우 :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배우 하정우가 14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하정우의 전시회는 ‘네버 텔 애니바디 아웃사이드 더 패밀리(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가족 외의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하정우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대부’의 명대사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왔지만 화가로서는 많은 말을 전하지 않았던 하정우가 이번 전시를 통해 조심스럽게 알을 깨고 나오고자 하는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의미를 더한다.

하정우는 원시의 상징적 표현을 재해석하는 지점을 더듬으며,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울림을 전달하고 새로운 정서적 발견을 제안한다. 카펫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은 규칙적인 선과 기하학적인 추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비로움과 순수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한국 전통 탈과 같은 민속 소재, 토속적 문양 등을 활용하여 인간 내면의 직관을 시각적으로 풀어 낸 작품들도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