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시장 불안...금융당국 “퇴직연금 금리경쟁 자제”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김명환 기자(teroo@mk.co.kr),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2. 11.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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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0조원+α’규모의 긴급 시장 안정책을 통해 급한 불은 껐지만, 자금시장 내에서는 시장 전체에 온기가 돌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장기적 시장 펀더멘털을 뒤흔들 수 있는 국내외 요건 중 하나인 기준금리의 인상 폭이 시장 예상에 부합해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는 소폭 하락했지만,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AA-’ 3년물 금리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CP(기업어음) 금리도 화사채 시장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신용스프레드는 171.3bp(1bp=0.01%)를 나타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이었던 일주일 전 18일(162.3bp)과 비교하면 차이를 좁혀지긴 커녕 더욱 커졌다. 신용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로, 이 차이가 클수록 시장은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CP금리도 전날 기준 5.49%를 기록했다. 지난 9일 5%를 돌파한 CP금리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CP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PF ABCP의 평균 유통금리는 7.26% 수준으로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9월 30일(4.24%) 대비 여전히 높다.

회사채 시장의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날부터 제2 채권시장 안정펀드로 불리는 종합금융투자사의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됐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채권금리는 높은 상태다. 3개 증권사가 PF ABCP를 발행했는데 조달 금리가 12%에 달했다고 한다.

기업금융(IB) 업계 관계자는 “특히 채권안정펀드 매입 대상인 A2 신용등급인 중소형 증권사의 PF ABCP 발행금리는 과거 대비 세 배 이상 높다”며 “채안펀드 매입 대상이 아니면 아예 거래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도 “A1 등급의 우량물을 중심으로 투심이 유지되고 A2 등급은 찍기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키움증권이 발행대리인을 맡은 ‘플래닛상도제일차’ 유동화SPC채권의 표면금리는 7.4%였다. 부국증권이 발행대리인을 맡은 ‘신한사랑제6차’ 채권의 표면금리도 6.881%에 달했다. 단기 조달 금리도 급등 중이다. 앞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발행한 단기물 CP 금리는 6.93%로 7%를 목전에 뒀다. 최근 한양증권이 찍은 전자단기사채 금리는 11%였다.

이와 관련해 금투협 관계자는 “A2 등급 회사들의 ABCP 매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시장이 이를 인지하게 되면 금리는 조금씩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은 연말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연말 퇴직연금발(發) 유동성 위기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면서 “연말 결산 등 특수한 자금 상황,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하고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연말 퇴직연금시장 과당 경쟁 우려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시적, 개별적 이벤트에 대해서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해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 등 총 90여 개사에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다. 퇴직연금 사업자·비사업자의 과도한 금리 경쟁 자제와 예기치 않은 자금 유출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지침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비사업자의 ‘커닝 공시’도 규제하기로 했다.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 등 전 업권의 퇴직연금 사업자뿐만 아니라 상품을 판매·제공하는 비사업자에 이르기까지 원리금보장상품의 이율을 공시하라고 한 것이다.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다음 달 상품 출시를 앞두고 원리금 보장 상품의 만기와 금리를 공시했다. 반면 비사업자는 이 같은 의무가 없었다. 이에 비사업자가 사업자의 공시 금리를 본 후 이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빼앗아 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감원이 비사업자도 원리금보장상품의 이율을 공시하라고 한 것은 현행 금리 책정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들은 매달 운용상품 금리를 4영업일 전까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데 비사업자에겐 이같은 의무가 없었다”며 “비사업자들이 공시된 상품 금리를 보고 금리를 정할 수 있어 불균등한 경쟁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던 만큼 공정한 선택을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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