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OO 감성,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계 감독, 배우들이 '분노' 감성 담은 '비프'로 골든글로브를 휩쓸었다.
[골든글로브] 한국계 감독‧배우 뭉친 '성난 사람들' 주요 3관왕 싹쓸이
'성난 사람들'이 제81회 골든글로브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주연을 맡은 앨리 웡과 스티븐 연. 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계 감독이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고 한국계 배우들이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오르며 저력을 발휘했다.

'성난 사람들'(비프·beef)은 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TV 드라마(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작품상에 호명됐다.

'성난 사람들'은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데이지 존스&더 식스' '파고' '길 위의 연인들' '레슨 인 케미스트리' 등의 후보를 제치고 작품상을 차지했다.

이 밖에 '성난 사람들'의 주연인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상대역을 맡은 앨리 웡은 여우주연상에 호명되며 TV 드라마 부문 주요 상을 싹쓸이했다.

특히 한국계 배우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오영수가 2022년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성난 사람들'은 사소한 사건을 발단으로 극대화되는 현대인의 분노와 갈등을 그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성난 사람들'은 어떤 작품?

'성난 사람들'은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든 제작사 A24 작품으로, 지난해 4월 10부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사는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시비가 붙으며 일상에 쌓였던 분노를 쏟아내며 파국으로 치닫는 블랙 코미디 장르다.

'분노'로 가득 차 있는 두 사람이 사소한 사건이 발단이 돼 극단적으로 치닫는 내용을 그린 '성난 사람들'은 현대인들의 분노와 갈등을 흡인력 있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공개 5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에 등극했고, 뉴욕타임스는 "근래 들어 가장 활기차고 놀랍고 통찰력 있는 작품"이라고 평하는 등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제작진과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이 이성진이 연출과 제작을 맡았고, 극본도 직접 썼다.

대니 조를 연기한 스티븐 연을 비롯해 영 마지노(폴 조 역), 데이비드 최(아이작 조 역), 조셉 리(조지 나카이 역), 애슐리 박(나오미 역), 저스틴 민(에드원 역) 등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극중 대니가 한인 교회에 다니고 있는 만큼, 한국어가 자주 나오고 한국인의 '국민앱'인 카카오톡이 등장하기도 한다. 시리즈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듣는다.

재미교포 2세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첫째 대니 조 역할의 스티븐 연. 사진제공=넷플릭스

● 극본·연출 이성진 감독 "굳이 미국인처럼 생각하지 않아"

지난해 8월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3' 특별 세션 연사로 초청받은 이성진 감독 겸 작가는 "나도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때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지금은 '굳이 미국인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내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쓰니 모두가 함께 즐기더라"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오는 15일 열리는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도 남우주연상, 작품상, 감독상 등 11개 부문 13개 후보에 올라 있어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