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디젤차, 몰락의 길.. 왜? 그리고 미래는?
한때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디젤차가 몰락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그 감소세가 두드러져 올해 판매량이 1만 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수입 디젤 승용차 판매량은 6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58.7%나 감소했다. 올해 1~10월 누적 판매량도 674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65.1%나 급감하며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차의 쇠퇴는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추세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과거 디젤차는 높은 연비와 강력한 토크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했다.
유럽의 경우,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디젤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환경 규제 강화와 전기차 보조금 확대 정책으로 디젤차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다.
디젤차 판매 부진의 원인
디젤차 판매가 급감하는 주요 원인은 환경 규제와 전기차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도 디젤의 몰락을 불렀다. 전기차의 성능이 향상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디젤차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었다. 디젤게이트는 2015년 폭스바겐 AG 그룹의 디젤 배기가스 조작을 둘러싼 일련의 스캔들이다.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에서 디젤 배기가스가 기준치의 40배나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센서 감지 결과를 바탕으로 주행시험으로 판단이 될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환경 기준을 충족하도록 엔진 제어 장치를 인위적으로 프로그래밍했다는 사건이다.
디젤 엔진만의 매력을 갖춘 명품 모델들
한때 '디젤 = 연비 좋은 차'라는 공식이 성립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디젤 자동차.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디젤 엔진만의 매력을 갖춘 명품 디젤 자동차 모델들이 존재한다.
1.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W124 (1984-1995)
견고한 내구성과 정숙성으로 '벤츠'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불멸의 명차’ 중 하나다. 디젤 엔진의 황금기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 엔진은 뛰어난 성능과 연비로 유명했으며, W124 모델에 탑재되어 더욱 큰 인기를 얻었다. 뛰어난 내구성과 함께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2. BMW 5시리즈 (E39, E60 세대)
BMW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과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제공했다. 디젤 엔진임에도 정숙성이 뛰어나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며, 꾸준히 사랑받는 모델이다.
3. 아우디 A6 (C5, C6 세대)
아우디의 상징적인 ‘콰트로 시스템’과 결합하여 뛰어난 주행 안정성으로 유명하다.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통해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4. 포르쉐 카이엔 (1세대)
포르쉐 특유의 스포츠카 감성을 SUV에 접목시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강력한 디젤 엔진을 탑재하여 뛰어난 퍼포먼스를 발휘했다. 럭셔리 SUV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며 많은 경쟁 모델들의 탄생을 이끌었다.
5. 현대차 그랜저 HG (디젤 모델)
국산차 최초로 고급 세단에 디젤 엔진을 탑재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저렴한 유지비와 정숙한 주행감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의 성장을 이끈 모델이다.
디젤차, 완전히 사라질까
디젤차는 과거의 영광을 잃고 점차 사라지는 추세지만, 완전히 사라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대형 트럭이나 버스와 같이 장거리 운송에 적합한 상용차 시장에서는 디젤 엔진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디젤차 수요가 여전히 있다. 또,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차량이나 고성능 스포츠카 등 일부 시장에서는 디젤 엔진이 수요가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디젤차는 점차 사라지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디젤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
이정태 글로벌모터즈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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