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자동차는 여러 면에서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 두 제품 모두 초기에는 귀족이나 부유층이 사용하는 물건이었으며, 첨단 기술이 집약된 고급 제품이라는 점에서 사용보다는 감상의 대상, 곧 예술품으로 간주된다.

자동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시계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여러 매체나 시장 조사에서도 언급된다. 아반떼를 타고 휴대전화의 시계 기능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포르쉐나 롤렉스를 소유하려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는 롤렉스 착용 인증 사진을 수입차 운전석에서 촬영하는 일이 흔하며, 이런 트렌드를 시계 브랜드들도 인지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자사의 제품을 자동차와 연계해 소비자에게 더 큰 상징성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가 시계보다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계 브랜드들이 자동차 문화에 '편승'하려는 전략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접근이다. 예컨대 포르쉐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포르쉐와 역사적 연관성이 있는 브랜드인 태그호이어의 시계를 선택할 수 있다.

<포르쉐 이코넨에 전시된 호이어 랠리그래프 시스템>
이런 이유로 포르쉐와 관련된 전시회에 태그호이어가 참가해 시계를 함께 전시하거나, 포르쉐 오너를 위한 잡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태그호이어의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모터스포츠 후원 기사에 페라리 대신 포르쉐 관련 이미지가 주로 사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스티브 맥퀸의 전설
포르쉐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라면, '걸프 레이싱(Gulf Racing)'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걸프 레이싱은 포르쉐의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걸프 레이싱이 없이 포르쉐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우연의 연속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 태그호이어가 후원사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맥퀸은 실제 레이싱 현장의 사실감을 살리는 것을 중시했고, 실제 스위스 드라이버인 조 시페르트가 착용했던 레이싱 수트를 참고해 영화 속 의상으로 선택했다. 해당 수트에는 큼지막한 태그호이어 로고가 자수로 새겨져 있었고, 시계 역시 자연스럽게 호이어 제품이 되었다.

태그호이어가 포르쉐 아이콘이 된 이유
현실에서 걸프 레이싱 팀은 1971년과 1972년 르망 24시에 포르쉐 917로 출전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반면 해당 경주차들은 스티브 맥퀸의 이미지와 영화의 영향으로 인해 오히려 우승차보다 더 큰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다.

태그호이어 모나코는 본래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시계가 아니었으며, 초고가 럭셔리 제품도 아니었다. 오히려 롤렉스 데이토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와 같은 모터스포츠 전문 시계들과 비교하면 인지도 면에서 하위에 있었다. 그러나 '스티브 맥퀸이 착용한 시계'라는 상징성 하나로 지금은 이들과 동등한 상징적 지위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계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포르쉐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강한 경우, 둘째, 영화와 스티브 맥퀸의 전설적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경우, 셋째, 단순히 시계의 외형이 마음에 드는 경우이다. 무엇보다 "이 시계는 스티브 맥퀸과 함께한 전설적인 모델입니다."라는 설명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끄는 결정적인 문구로 작용한다.


스티브 맥퀸과는 별개로, 태그호이어는 모터스포츠 이미지에 집중해온 브랜드다. 포뮬러 원, 카레라, 실버스톤, 모나코, 몬자 등과 같은 제품명은 자동차 애호가라면 익숙한 명칭이며, 동시에 태그호이어의 주요 시계 라인 업 이름이기도 하다.
카가이에게 추천하는 시계는?
시계에 큰 관심이 없었던 소비자라 할지라도, 이 글을 접하면서 멋진 시계를 하나쯤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 실제로 시계에 입문하려는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어떤 시계를 추천하시나요?"다.
시계와 자동차는 공통적으로 '눈에 띄지 않지만 무난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모델'이 결국 가장 가치 있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스티브 맥퀸 역시 평소에는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난하면서도 멋스러우며, 어느 자리에서도 자랑할 수 있는 시계를 찾는다면 롤렉스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추천 대상이다.

다만, 태그호이어 모나코를 고려한다면 상태가 좋은 중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추천 색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근본'이라 불리는 청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