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푸틴도 허세 아니야.. "핵 위협 실존"

박세영 기자 2022. 9. 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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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I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군사 동원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 4개주(州) 합병 찬반 주민투표를 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해 대응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푸틴의 핵위협을 무시해선 안 된다’라는 사설을 통해 제하 사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 개월 간 걱정해 온 지점에 도달했다며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들의 선택(대우크라 지원)이 가진 양날의 성격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5월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더 잘할 수록 상황은 더 위험해질 것"이라면서 "기회와 위험이 고조되는 그 순간이 왔다"고 전했다. 물론 푸틴에게도 핵 사용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술핵 공격은 푸틴이 이번 전쟁으로 ‘해방’을 목표한 지역은 물론 러시아도 오염시킬 수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보복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FT는 "푸틴은 궁지에 몰렸으며 부도덕하고 무모하다"며 "핵무기 사용은 분명 그의 첫번째 옵션은 아니겠지만, 굴욕과 패배로 귀결될 바엔 핵 사용이 마지막 주사위 던지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현재 상황에서 푸틴이 바랄 시나리오로는 잇단 핵 위협에 서방이 너무 심한 충격을 받아 대화와 양보의 길을 택하는 것일 수 있다고 FT는 짚었다.

실제로 러시아 군사 교리 중엔 ‘긴장 완화를 위한 고조(escalete to de-escalate)’가 있다.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적에게 후퇴를 강요하는 이론을 말한다.

서방이 반격에 나설 경우 러시아의 패배와 무조건적 항복보다는 푸틴 정권이나 그 후계자와의 평화 협상으로 종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미국 등 서방은 올해 2월 24일 개전 직전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우크라이나는 2014년 불법 합병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 장악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 탈환까지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푸틴 입장에서 아무 이득도 없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FT는 과거 전쟁사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맞을 법한 혹은 그러면 좋을 만한 사례들을 제시했다. 1973년 미국의 베트남 철수와 1988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강대국이 핵 사용 없이 개도국에서 물러난 ‘바람직한’ 사례다. FT는 적어도 당시 미국과 소련은 각각 사이공과 카불에 자국 우호적인 정권을 남겼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시나리오의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푸틴은 젤렌스키 정부를 몰아내고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세우려 했지만, 젤렌스키의 항전 의지는 국내외에서 정권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FT가 다음으로 제시한 ‘좋은’ 결말은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82년 아르헨티나 군사 정권 붕괴다. 둘 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국가지도부를 몰락시킨 사례다. 러시아 혁명은 1차 세계대전 패전과 물자 부족으로 시민 불만이 폭발, 로마노프 왕조를 전복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만 이는 결국 볼셰비키 쿠데타, 내전, 스탈린주의 독재정권으로 이어진 점을 FT는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말비나스(영국명 포클랜드) 전쟁에서 패배하자 시민 불만이 가중, 전쟁을 개시한 군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다만 당시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푸틴 정권보다 덜 강력했고 핵 옵션도 없었다고 FT는 짚었다. FT는 "그럼에도 서방의 많은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결과와 유사한 결말을 바라고 있다"며 "푸틴이 패배하고 러시아에 보다 유연한 정부가 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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