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를 탈 때 기사님 앉아계신 운전석을 자세히 보면 신기한 점 하나. 이렇게 좌석이출렁거리면서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가까이서 들어보면 그럴 때마다 ‘치익치익’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유튜브 댓글로 “버스 운전석은 차가 흔들릴 때마다 왜 혼자 위아래로 출렁이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스 운전석의 이런 움직임은 기사님 허리가 아작나지 않게 승차감을 좋게 만드는 ‘에어 서스펜션 시트’ 덕분이다.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대형차량에 주로 설치되는데, 운전자에게는 극강의 편안함을 안겨줘서 허리 부상을 막아주고 피로를 줄여주는 고마운 장치다. 현재까지는 차량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시트라고 할 수 있다.

이 시트는 저상버스나 고속버스, 또 4.5t 이상 중대형 화물차 등 대형차량에 주로 설치되는데 요즘에는 비교적 작은 2.5t 이상 준중형 화물차에도 있다. 이 차량들의 공통점은 다른 차량과 다른 구조 때문에 운전자들에게 도로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건데, 그래서 그 충격을 최대한 완화해주기 위해 이런 특별한 시트가 필요하다.
자동차엔 바퀴와 자동차 차체 사이에서 울퉁불퉁한 도로의 충격을 줄여주는 장치가 설치돼있는데 이게 서스펜션, 현가장치라고 부르는거다.

일반 승용차에서 쓰는 장치는 ‘독립식’.자동차의 좌우 바퀴가 따로 움직여서 충격을 따로 흡수하기 때문에 차체가 충격을 받을 때 여러 방향으로 부드럽게 움직이고, 소음도 적은 편이다. 아무래도 탄 사람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느끼는 걸 우선순위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대형차량에서 쓰는 건 좌우 바퀴가 연결돼서 같이 움직이는 ‘일체식’이다. 이건 좌우 바퀴가 함께 충격을 받아서 좌우가 크게 쏠리거나 하질 않기 때문에 큰 충격에도 안정적이고 짐이 쏟아질 염려가 적다고 한다. 거기에 수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어서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장치를 쓰면 차체 전체에선 충격 흡수가 덜 되기 때문에 도로의 충격을 운전자의 척추가 대부분 다 받아내야 한다.
[오춘석 안산 현대시트 대표]
"승용차는 몰라요 이걸. 차체가 움직여(서 충격을 흡수해) 주니까. (반면) 화물차 같은 경우는 꾸준히 움직이면 잔요철(울퉁불퉁한 도로)이 다다다닥 치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푹 꺼져 있는 데도 엄청 많고. 그게 다 허리로 흡수가 되는 거예요."
자동차공학과 교수님에게도 물었더니 대형차량에 일체식을 써야하는 또다른 이유를 알려줬다. 대형차량은 승용차처럼 서스펜션을 설치하면 차체가 승용차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양끝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도 훨씬 클 것이고, 또 차체 자체가 길기 때문에 앞뒤나 옆 기울기가 조금만 심해져도 차체가 도로에 닿거나 긁혀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김철호 서울과기대 기계자동차공학과 교수]
"(기계공학적으로) 중심이 보통 (차량) 바퀴와 바퀴 사이, 중간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형차량은) 중심으로부터 해가지고 (충격 시)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이가 굉장히 길죠. 그러다보니까 너무 소프트하면 땅에 닿죠. 앞바퀴 쪽도 그렇고 뒤쪽도 그렇고 땅에 닿을 수가 있거든요."

전문업체를 찾아 직접 각각의 시트 구조를 들여다봤다. 일반 좌석을 보면 이렇게 아래에 별다른 충격 완화 장치가 없는데, 서스팬션 시트는 이렇게 X자로 된 구조 덕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장치가 있다. 그리고 내부를 더 들여다보면 안쪽에 금속 스프링이 들어있는데, ‘에어 서스펜션’은 이걸 공기를 주입한 ‘에어 스프링’으로 바꾼 거다. 실제로 착석을 해봤더니 등이 녹아내릴 정도로 편안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좋은 걸 버스나 트럭 같은 대형차량만 하지 말고 승용차에도 설치하면 더 좋지 않을까. 가능은 한데 그게 간단하지는 않다.
버스나 대형 화물차는 기본적으로 ‘에어 브레이크’를 쓴다. 일반 승용차에서 쓰는 유압식 브레이크에 비해 무거운 차체를 감당해야 해서다. 이 에어 브레이크는 버스가 멈출 때나 주행 중에 종종 들리는 커다란 ‘치이익’ 소리 ‘버스 방귀’라고 알려진 소리의 원인이기도 하다. 참고로 같은 이유 때문에 에어 서스펜션 시트 역시 방지턱이나 포트홀 같은 걸 만나서 좌석이 들썩일 때마다 작게 ‘치익’ 바람 들어가는 소리가 나는데, 이건 버스방귀와는 별개의 소리다.
어쨌거나 이 에어 브레이크에 필수로 달려있는 장치가 공기를 압축해 탱크에 저장시키는 ‘공압기’, 에어 컴프레셔다.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까지 본 에어 서스펜션 시트 역시 이 공압기가 달려있어야 작동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에어 브레이크를 쓰지 않아서 공압기가 없는 게 보통인 일반 승용차에 에어 서스펜션 시트를 달려면 공압기부터 새로 달아야 한다는 거다.

그럼 시트 자체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에어 서스펜션 시트는 수명이 있기 때문에 살 때 기본으로 달려있더라도 결국엔 갈아줘야 하는데, 이 업체 기준으로 가장 고급모델이 200만원 이상, 가장 싼 모델도 120만원 정도는 된다고 한다. 그래도 장시간 운전하는 기사님들은 이 장치가 일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돈이 좀 들더라도 좋은 걸 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