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도 지수 99%의 하이엔드 프리앰프

Allnic
L-10000 Signature OTL/OCL

필자의 시청실에서 며칠 동안 들은 올닉(Allnic)의 진공관 프리앰프 L-10000 시그니처(Signature) OTL/OCL은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소리가 좋았다. 시그니처 버전이 되면서 초단관과 드라이브관을 바꾸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원부 설계도 싹 바꿨는데, 이것이 결정적 신의 한수가 됐다. 또한 전작에 비해 소리의 싱싱함이나 에너지 레벨, S/N비가 더 좋아졌다. 맞비교한 솔리드 프리앰프에는 안 된 말이지만, 뛰는 리그, 노는 물이 다른 프리앰프였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L-10000 시그니처 OTL/OCL은 진공관 앰프임에도 출력 트랜스를 쓰지 않고(OTL), 음질에 안 좋은 커패시터를 신호 경로에서 없앤(OCL) 프리앰프다. OTL/OCL은 최근 몇년 동안 올닉이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는 음질 지상주의 설계로, 그 스타트를 끊은 것이 바로 플래그십 프리앰프, L-10000이었다.

전면 패널을 보면 가운데에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와 연결된 큼지막한 볼륨 노브가 있고, 그 아래에 전원 온·오프 버튼과 뮤트 버튼, 입력 선택 버튼이 도열해 있다. 양옆에는 증폭 과정에서 DC가 끼어드는지를 모니터할 수 있는 밸런스 미터와 컨트롤 포텐셔미터가 1개씩 달렸다. 후면은 좌우 채널을 대칭 형태로 꾸며 RCA 입력 2조, XLR 입력 3조, 그리고 RCA 2조 출력, XLR 출력 1조를 마련했다.

오픈된 상판을 보면 양 사이드에 출력관 300B가 채널당 2개씩(SEPP), 가운데 앞쪽에 초단관 ECF802가 채널당 1개씩, 그 뒤에 드라이브 및 위상 반전관 6211(E80CC)이 채널당 1개씩 자리 잡고 있다. 출력 트랜스가 없는 OTL 앰프는 출력관의 내부 저항과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착색이나 왜곡 없이 파워 앰프를 강력히 드라이빙할 수 있는데, 직열 3극관 300B는 내부 저항이 700Ω으로 낮은 대표 진공관이다.

시그니처 버전이 되면서 초단관은 6AN8에서 ECF802로, 드라이브관은 12AU7에서 6211(E80CC)로 바뀌었다. 박강수 올닉 대표는 ‘좀더 우아한 소리를 내기 위해 미국관에서 유럽관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합관 ECF802는 안에 들어간 3극관 게인이 70으로 높아 전압 증폭을 맡고, 쌍3극관 6211(E80CC)은 게인이 27로 적당하고, 안에 진공관이 2개 들어가서 드라이브 및 위상 반전관으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전원부 설계에도 큰 신경을 썼다. 진공관 히터 전압부터 플레이트 B전압까지 모두 완벽한 듀얼 모노로 설계, 채널별 간섭을 뜻하는 크로스토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인 것. 박강수 대표는 ‘듀얼 모노 전원부 구성으로 크로스토크를 -40dB에서 -80dB로 대폭 줄였고, 스테레오 앰프의 천형이라 할 그라운드 루프까지 없앴다’고 말했다.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리플 제거용 초크 트랜스까지 플러스(+), 마이너스(-) 양 전원 초크 트랜스로 설계, 노이즈를 더욱 완벽히 제거했다.

L-10000 시그니처 OTL/OCL 시청에는 마이텍 맨해튼 Ⅱ DAC와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파워 앰프, B&W 801 D4 스피커를 동원해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조성진이 유럽 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L-10000 시그니처 OTL/OCL 투입 후 다부지면서도 섬세한 음으로 바뀌고, 스피커에서 음이 더 술술 나온다. OTL/OCL 앰프답게 투명한 무대 앞과 선명한 윤곽선도 두드러진다. 이전 버전에 비하면 목관에서 더욱 개운한 맛이 느껴진다.

다이애나 크롤의 ‘No Moon At All’은 평소 쓰던 솔리드 프리앰프보다 훨씬 풍성한 음을 들려주며 악기 베이스가 더 낮은 저음을 낸다. 현을 뜯는 손가락 힘도 더욱 세졌다. 보컬의 호흡이나 목소리 떨림 등의 디테일도 훨씬 더 잘 살아난다.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는 악기들의 표정이 확실하게 보이고, 드럼이 필자 앞에 나타나 실물 연주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야말로 생생하고 신선하며 깨끗한 음들인데, 듀얼 모노 전원부 설계와 양 전원 초크 트랜스 투입 덕이 아닐까 싶다.

정명훈이 서울시립 교향악단을 지휘한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 2악장은 파이프 오르간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피아노도 확실한 자기 목소리를 낸다. 혹시나 해서 솔리드 프리앰프로 바꿔 들어보니 금세 음들이 탁하고 무대가 좁아진다. 오케스트라 여럿 음들이 나올 때는 병목현상마저 느껴진다. 다시 L-10000 시그니처 OTL/OCL로 바꾸면 처음부터 곡의 위엄과 연주 현장감이 살아나고, 무대 또한 견고해진다. 하여간 올닉 앰프는 사람 놀래키는 재주가 있다.

외국 유명 영화 사이트 중에 로튼 토마토가 있다. 여러 평가를 합산해 영화가 신선한지, 썩었는지 비율로 표시하는데, 필자가 L-10000 시그니처 OTL/OCL에 신선도 지수를 매긴다면 주저 없이 99%를 안길 것이다. 부족한 1%도 혹시나 해서 여유를 둔 것이다. 하이엔드 프리앰프 소리가 궁금한 애호가들의 진지한 시청을 권해드린다. 글 | 김편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3,3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