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머리장식에 담긴 선사시대 종교관

유럽 지역의 선사시대 여성 샤먼이 착용한 화려한 머리장식이 복원됐다. 유럽노루의 뿔과 다양한 새의 깃털로 치장한 이 머리장식은 고대 샤먼의 높은 지위와 절대적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고고학자 하랄트 멜러 박사 연구팀은 3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1934년 독일 중부 작센안할트주 잘레강변에서 발굴된 기묘한 머리장식 바트 뒤렌베르크 샤먼(Bad Durrenberg shaman)의 재조사 결과를 전했다.

연구팀이 작센안할트주 유물부와 공동 조사한 바트 뒤렌베르크 샤먼은 최후 빙기가 끝나고 기온이 올라간 중석기시대 30~40세 여성 샤먼과 유아가 합장된 무덤에서 출토됐다. 유럽노루 뿔과 새의 깃털로 장식한 유물로, 9000년 전 만들어진 뒤 약 2000년 뒤인 신석기시대 농경민에도 전해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복원 정보를 토대로 아티스트가 재현한 바트 뒤렌베르크 샤먼의 머리장식 <사진=작센안할트 유물부·Karol Schauer>

하라트 멜러 박사는 “이 특별한 머리장식은 사냥에서 농경으로 인류의 생활이 급변해도 같은 종교의식이 계속됐음을 보여준다”며 “당시 사람들에게 샤먼의 장신구는 시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었음을 알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이 샤먼으로 특정된 이유는 무덤에서 나온 유물의 특수성과 그 자신의 신체적 특징”이라며 “여성의 주변에서는 100점 넘는 동물 이빨 펜던트와 몸치장에 쓴 장신구 등 일반 매장지에는 없는 특수한 의식용 도구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머리장식과 더불어 유골도 분석한 연구팀은 여성의 목뼈에 선천적 이상이 있어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신경이 눌려 의식을 잃었다고 봤다.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트랜스 상태를 영계와 현세를 잇는 특별한 상황으로 오해했다는 게 연구팀 추측이다.

복원된 샤먼 머리 장식의 유럽노루 뿔 <사진=작센안할트 유물부>

또한 머리장식은 거위 같은 수조류, 참새과의 작은 조류, 꿩과 등 다양한 새의 깃털로 장식됐다. 연구팀은 수렵채집을 하던 중석기시대 샤먼이 유럽노루 뿔은 물론 새 깃털로 장식한 머리 장식을 착용한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하라트 멜러 박사는 “가장 놀라운 발견은 이 샤먼이 사후에도 믿기 어려울 만큼 오랜 기간 사람들에 영향을 미친 점”이라며 “9000년 전 매장된 지 약 600년 후, 무덤 바로 앞에는 의식을 위한 시설이 만들어졌고, 뇌조의 깃털 등으로 장식한 유럽노루 뿔 가면이 공납됐다. 사후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여성은 수호성인 대접을 받았고, 그의 무덤은 성지가 됐다”고 말했다.

박사는 “심지어 샤먼의 죽음으로부터 약 2000년이 지난 신석기시대에도 그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7000년 전 신석기시대, 같은 지역에는 사냥 대신 농경을 영위하는 새로운 인류가 나타났는데, 그들의 마을에서도 샤먼의 것과 같은 유럽노루 뿔 머리장식이 발굴됐다”고 언급했다.

머리 장식에 붙은 다양한 새 깃털의 확대 이미지. 종류를 특정할 수 없는 깃털의 파편(A)과 거위 등 수조류의 깃털 파편(B), 참새과의 작은 새 깃털 파편(C), 꿩과 새의 깃털 파편(D) <사진=하라트 멜러>

수렵채집인과 농경인은 전혀 다른 문화를 향유했지만, 여성 샤먼이 확립한 영적 영향력은 시대와 문화의 벽을 넘어 2000년 세월에도 살아남아 같은 지역에 계승된 사례다.

선사시대 유럽에서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특정 인물이 수호성인처럼 숭배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때문에 학계는 이번 발견이 현재의 유럽에 뿌리를 내린 선사시대 사람들의 초기 종교 양상을 보여준다고 주목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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