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얻은 AI, 공장 점령”···로봇이 이끄는 韓 산업 신세계 [현장+]

유진로봇의 고카트 1500 /사진=유호승 기자

“몸을 얻은 AI가 생산라인을 점령하고 있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움직이는 로봇이 조만간 국내 산업현장에서 크게 활약할 것으로 확신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달 4~6일 열리는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만난 한 로봇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과거에는 기계적인 반복동작만 수행하던 로봇들이 인공지능(AI)이라는 뇌를 얻으며 이른 시일 안에 생산현장에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AW 2026 관람객들은 숙련된 작업자처럼 활동하는 로봇을 보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 AI가 로봇이라는 강력한 신체를 얻으면서 우리 제조현장은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라는 신세계에 들어섰다.

명령어 없이 스스로 판단하는 에이전트로봇

전시회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기술은 로봇에 탑재된 ‘에이전트형 AI’다. 기존 스마트팩토리와 로봇은 인간이 짜놓은 명령어에 따라 일을 했지만 이제는 AI가 현장의 돌발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최적의 해답을 찾아 움직인다.

유진로봇은 최대 2t 적재와 초당 2m 이상의 고속주행이 가능한 ‘고카트 1500’을 부스 중앙에 배치해 물건을 싣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동선에 장애물이 있어도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고 피해가며 관람객의 눈길을 붙잡았다.

고카트는 유진로봇의 지능형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물류배송 플랫폼이다. 마그네틱 라인이나 마커 등 보조도구 없이도 정밀한 주행과 장애물 회피가 가능하다. 광범위한 범용성이 특징으로 공장과 창고, 병원, 빌딩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나 자동문 등도 인식해 복층이나 다층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CMES의 로봇 물류 솔루션 /사진=유호승 기자

반도체 웨이퍼 이송 솔루션도 공개했다. 고카트에 협동로봇을 결합한 자율이동조작로봇(AMMR) 형태로 8인치(200㎜) 'SMIF POD(표준 밀폐 캐리어)' 규격에 최적화된 설계와 위치정렬 기술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초정밀도가 요구되는 반도체 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뛰어난 생산력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술개발과 함께 다양한 로봇 플랫폼 솔루션을 출시했다”며 “38년간 전 세계에 100만대 이상 공급한 로봇 솔루션 경험치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혁신과 고품질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엔지니어링의 휴머노이드로봇 '로빈' /사진=유호승 기자

실전 투입된 휴머노이드, 실험실 문턱 넘다

로봇 시스템 전문기업인 고성엔지니어링은 자율이동로봇(AMR) 기반의 휴머노이드로봇 ‘로빈’을 선보였다. 로빈은 스마트팩토리의 자동화를 혁신하기 위해 설계된 차세대 로봇이다. 강력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춰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복잡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AI 기술로 구동되는 로빈은 숙련공을 관찰하고 학습해 인간 작업자와 같은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고성엔지니어링은 “로빈은 이동 가능한 바퀴 장착과 양팔 구조를 갖춰 넓은 작업범위와 업무유연성이 가능하다”며 “힘과 접촉에 대한 미세한 차이도 감지해 정밀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 로빈을 구매하는 기업은 노동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로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티로보틱스도 자체 개발한 산업용 휴머노이드로봇 ‘티알웍스(TR-WORKS)’를 AW 2026에서 처음 공개했다. 티로보틱스는 2004년 창사 이후 축적해온 고성능 로봇 설계 기술에 AI와 휴먼 인터페이스 등을 결합해 티알웍스를 생산하고 있다.

티알웍스는 높이 180㎝, 무게 180㎏, 가반하중(로봇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 3㎏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물류용으로 쓰이는 주행형 휴머노이드로봇이다. 손가락은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같은 3개다.

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로봇인 티알웍스 /사진=유호승 기자

티로보틱스 관계자는 “초정밀 하드웨어에 지능형AI를 결합해 산업현장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정교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제조공정에 투입해 실증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며 단계적으로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손가락 개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로봇핸드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가반하중도 20~30㎏까지 높인다.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500여개 기업의 AI로봇들은 산업의 판도를 바꿀 ‘실전형 로봇’ 시대가 열렸음을 증명했다. 공정을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이 스스로 현장을 지휘하게 되는 것이다.

명령어와 코딩이 사라진 자리를 AI 직관과 로봇 근육이 대신하게 될 우리나라의 생산라인은 AW 2026을 기점으로 새로운 산업표준으로 자리 잡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로봇 스타트업 관계자는 “명령어 없이 스스로 일하는 자율로봇의 등장은 제조 패러다임의 완벽한 전환을 의미한다”며 “우리나라의 정교한 하드웨어 기술에 고도화된 AI가 결합된 만큼 조만간 K로봇의 자율 솔루션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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