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떼먹어도 벌금형·집유…체불 만연 ‘우울한 추석’

김민정 기자 2024. 9. 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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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체불임금액이 갈수록 늘면서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임금체불 행위를 구속수사로 엄단하겠다는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체불임금이 갈수록 급증하면서 중형 선고 등으로 법원이 강력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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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7명 임금 미지급 업체대표, 부산지법 벌금 500만 원 선고

- 올 상반기 부산 체불액 546억
- 중형 선고로 경각심 필요 목소리

부산지역 체불임금액이 갈수록 늘면서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임금체불 행위를 구속수사로 엄단하겠다는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체불임금이 갈수록 급증하면서 중형 선고 등으로 법원이 강력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법원은 대부분 벌금형 내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12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체불 업주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부산지법은 근로기준법 위반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강서구의 한 건설업체 대표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퇴직근로자 7명의 임금 2400만 원과 2명의 퇴직급 116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액수가 상당하고 피해 근로자도 많으며 지금까지 별다른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동시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은 없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도 직원 1명에게 임금 1020만 원을 주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서구 건설업체 업주에게 벌금 500만 원을, 직원 27명에게 연차 미사용 수당 8230만 원과 퇴직금 1억5700만 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동래구 회사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임금체불 행위의 양형기준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다. 이마저도 피해자가 중간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면할 수 있어 대다수 피해자가 체불된 임금이라도 받으려고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양형 기준 자체가 낮고 대다수가 영세 업주다 보니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체불임금액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전체 체불액은 1조2261억 원이다. 상반기까지 1조436억 원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후 7월 한 달 1800억 원 이상 더 늘었다. 피해 노동자는 17만5317명이다. 올해 상반기 부산고용노동청에 접수된 부산지역 체불액도 54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늘었다. 노동부는 ‘임금체불 집중청산 운영계획’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13일까지 전국 근로감독관 2200명 전원이 5000개 사업장을 찾아 임금체불 근로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11일에는 경기도 일대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일용 근로자 35명의 임금 3700만 원을 체불한 업자를 구속했다. 해당 업주를 상대로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사건은 343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17번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임금체불 근본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처벌강화 ▷명단공개 확대 ▷대지급금 지급 확대 ▷진정 처리기간 축소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2년간 임금체불로 구속된 사업주는 13명에 불과하다”며 “임금을 체불한 업주에게는 구속, 실형 선고 등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하는데 아직도 노동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행태가 난무하니 임금체불행위가 근절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열림의 조성우 대표변호사는 “임금체불은 형사적 책임을 넘어 노동자들의 생계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임금절도 내지는 임금사기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정부는 임금체불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경제적으로 고강도 제재를 가해야 하고, 무엇보다 법원이 중형 선고 등으로 임금체불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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