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역북동 89-21번지 일원
지난해 5월부터 아파트 공사

농민, 착공 후 피해 발생 호소
“나뭇가지 썩어…작물 화상도
포도 1송이당 무게 25% 줄어”

서희건설 “타협점 모색 논의
주민,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

용인시 역북동 일대 추진되고 있는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된 분진으로 인해 인근 포도 농가의 묘묙이 모두 고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희건설은 2026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5월부터 용인시 역북동 89-21번지 일원에 912세대 규모의 지역주택 아파트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지난해 7월 발생했다.

공사 현장에서 떠밀려 온 토사로 포도밭 토양이 훼손되면서 전체 4628㎡(1400평) 면적 가운데 가지의 30%가 고사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

건설 현장에서 날아온 분진과 공사를 위해 세운 가벽의 열반사로 포도잎이 갈변되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는 게 피해 주민의 주장이다.

포도 농가 주인 이모씨는 “지난해 50㎜ 안팎의 강수량에도 공사장에서 떠밀려온 토사가 표층과 질이 다른 토양을 덮어 공극률이 낮아지면서 포도나무 가지들이 썩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이 시기 꽃망울을 맺혀야 하지만 대다수의 나뭇가지에서 망울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사 현장에서 날아오는 알칼리성 분진이 포도잎에 닿으면서 갈변됐고 건설사가 세운 가벽의 난반사열로 작물에 화상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 야간 크레인 조명과 차후 들어서게 될 아파트 건물은 작물의 일조량을 방해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입은 피해는 갈색무늬병으로, 흔히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토양에서 주로 발병하며 포도 생육을 방해해 생산성을 떨어트린다.

이씨는 포도나무가 고사되고 기대수익을 얻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1억1700여 만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포도 1송이당 평균 무게는 400g이었지만 공사 이후 25%가 감축됐다. 또 공사 이전인 2022년 약 6.7t을 생산했으나 공사 이후 1/3이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건설사 측은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희건설 관계자는 “피해 주민들과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다. 일정 부분 피해액에 대해 보상할 것을 제안했지만 적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거절한 상태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은 과학적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고 포도나무 고사의 원인을 건설 현장으로 보긴 어렵다. 분진 역시 규정 기준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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