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통해 감각하는 정원 디자이너

[5월호 특집 식물과 정원, 그리고 사람 ③] 집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개인적인 풍경, 정원. 때로는 조경가와 정원주의 취향으로, 때로는 계절의 색감으로 채워지는 자연의 한 조각은 어느새 건축의 큰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꽃의 계절인 5월, 땅과 공간을 읽고 식물과 교감하는 정원을 만들어가는 조경가들을 만나봤다.

올니드가든 ALLNEED GARDEN
식물을 통해 이용자의 감각을 깨우고 나아가서는 정원에서의 노동까지도 치유가 되길 꿈꾼다.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가는 올니드가든 최경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원 디자이너 최경희 : 올니드가든
2020년 올니드가든 정원설계사무소를 개소하여 전국 다수의 주택 정원을 설계하였으며, 최근에는 강화도 대형카페의 야외, 온실 정원의 공간 전체를 설계하였다. 사용자 중심 공간의 기능적 형태를 계획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험을 디자인하는 공간디자인 중심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아울렛 송도점의 정원 식재 설계, 시공을 맡아 지속적인 관리를 해왔다. 현재 ‘가든디자인전문가과정 코스’를 통해 가든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010-6288-3274 www.instagram.com/allneedgarden_official

건물 옥상 공간을 활용한 보타니컬 콘셉트의 카페 정원. 이용객들은 짧은 산책로와 함께 이른 봄 꽃피는 관목식물부터 초여름의 라벤더, 물감을 머금은 듯한 6월의 에메랄드 수국, 가을의 갈대까지 계절마다 자연스레 변화하는 정원을 경험할 수 있다.
수목과 초본류를 사계절 정원으로 설계했다.
심미적 효과가 연중 내내 이어지도록 한 사계절 정원.

추구하는 정원 디자인 방향은
정원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용자의 경험’입니다. 사람들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며 공간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 갑니다. 공간과 정원주에게서 받은 영감을 디자인으로 발전시키고 이용자가 얻게 될 가치와 감정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정원이 힐링할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이 되도록 하는 거죠. 이런 감각적인 경험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에 비해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올니드가든의 작업이라는 것을 단번에 인식할 수 있는 디자인 정체성을 만들어 가며 창의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초보 정원주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높이가 다른 나무를 교차 배열하여 입체적으로 보이게 심는 것을 추천합니다. 식물들을 일렬로 배치하면 자연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자신이 없다면 산과 들의 모습을 눈에 담아 온 후 그 모습을 따라서 배치를 고민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연 속의 식물들은 아무렇게나 나 있는 듯하지만 나름의 질서와 균형이 잡혀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수형은 토피어리 모양보다는 마치 산에서 자란 듯이 생명력이 느껴지는 수형일수록 멋스럽습니다. 이런 수형일수록 비쌀 수 있으니, 부담된다면 잔가지가 많은 나무를 골라 솎음 가지치기를 통해 멋진 수형으로 다듬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속 가능한 숙근초 정원으로 기획한 대형 아울렛 조경 프로젝트.
상공간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정원.
전년도 가을에 미리 크로커스, 무스카리, 수선화, 히아신스, 튤립, 알리움 등을 심으면 개화 시기가 저마다 조금씩 달라 이른 봄부터 늦봄까지 봄의 정원이 화사해진다.
상공간의 정원은 손쉬운 관리와 유지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다.

어떤 수종을 심는 것이 좋을까
그늘진 곳에 심으려면 반그늘을 좋아하는 단풍나무나 산딸나무를, 서향에는 햇볕을 좋아하는 목련이나 낙상홍, 자작나무를 심는 식으로 수종을 선택해야 합니다. 다양한 잎과 형태를 지닌 관목류는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정원의 효과적인 식물입니다. 저관리형 정원을 계획한다면 초본류보다 교관목 위주의 식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개화 시기가 저마다 다른 관목들을 다양하게 선택한다면 일년 내내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변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상록수, 겨울까지 빨간 열매가 달리는 마가목, 하얀 수피가 아름다운 자작나무, 잎이 떨어지고 나면 나뭇가지가 노랑, 주황, 빨강으로 변해 더욱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말채나무 등으로 아름다운 겨울 정원을 계획할 수도 있습니다.
테라스 정원을 만들 때 고려할 점은
테라스나 옥상에 정원을 계획한다면 우선 배수 설비를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방수포장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콘크리트 보호시트로 한 번 더 보완하는 것이 좋으며, 건물의 하중과도 관련 있기에 문제가 생길 요소가 없는지 사전에 살펴봐야 합니다. 바닥면에 곧바로 인공지반을 만들지 않고 플랜터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정원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플랜터 정원은 건물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하지 않고 바닥 면에서 띄워져 놓여 시공이 간편하고 경제적입니다. 화단의 높이가 높아서 허리를 굽히거나 앉을 필요가 없고, 관리해야 하는 면적이 작아 가드닝 활동이 수월합니다. 옥상은 햇볕이 세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건조한 환경이 만들어지므로 이런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 식물들로 설계해야 합니다.
겨울에 건조한 날이 지속되는 경우 식물이 말라서 고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에 뿌리를 살짝 적셔준다는 느낌으로 관수해 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상록성 식물들은 겨울에 최소한의 수분이 공급되어야만 잎이 마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2월부터는 모든 식물의 물주기에 신경을 써야 해요.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위치한 정원설계 사무소에서 인터뷰 답변 중인 최경희 대표.
ADVICE
정원의 완성은 정원주다
정원 부지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파악하고 동선, 차폐 등 공간에 기능을 충족시킵니다. 그러나 결국 정원의 최종 완성은 정원을 유지 및 관리하는 정원주임을 고려해야 하죠. 정원주는 관수, 시비, 제초, 도색, 지주, 노화목이나 구조물의 교체 등을 모두 숙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려한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는 관목류들을 메인 식재로 사용하여 심미적 효과는 높이면서도 플랜터를 사용해 저관리형 정원을 계획한 테라스 카페 정원.
야외 가구 역시 정원과 잘 어우러지는 것들로 제안했다.

이상적인 정원이란
정원은 ‘자연으로부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공간’이라는 철학이 있습니다. 단순히 식물을 심고 이를 통해서 자연과 가까이 지내자는 것이 아니라 정원에서의 ‘노동’까지도 즐기는 삶의 기쁨을 알리고 싶어요. 흙을 만지며 정원 일에 몰입하다 보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가 되고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치유되는 것을 느껴요. 따라서 이상적인 정원은 ‘치유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 폭의 그림 같은 강천섬의 논두렁과 산 풍경을 크게 해치지 않도록 코너뷰의 개방감을 위해 너무 크지 않은 교목들을 정방향 모서리에서 살짝 비켜난 위치에 배치한 여주 주택 정원.
거실과 주방에서 정원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파티오를 만들어 더욱 적극적인 정원 생활이 가능해지도록 했다.
키친 가든에서 수확한 작물을 다듬고 원예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작업 테이블과 입식용 개수대를 설치했으며, 외부 창고를 만들어 릴 호스나 원예용 삽 등의 가드닝 도구들을 사용 후 바로 수납할 수 있게 했다.

취재_ 오수현  사진_ 변종석, 조경가 제공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5월호 / Vol.291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