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 백현진, 황소윤이 다닌 영어학원은 무엇이 남다를까

영어회화 수업 후, 집에 가려니까 한 외국인 튜터가 더 있다 가라고 붙잡더군요. ‘직업이 뭐냐, 영어를 왜 배우냐’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갑자기 BGM으로 다른 회원이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은은히 깔렸어요. 알고 보니 그 회원은 한 글로벌 재즈밴드의 멤버였어요. 어디선가 노랫소리도 들렸죠. 이번엔 국내의 한 유명 인디 뮤지션이래요.

1시간 수업 들으러 갔을 뿐인데,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새벽 2시. 그때까지 모든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어요. 흡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 같았죠.

‘수상한’ 영어학원 ‘스푼잉글리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Chapter 1. 영어에서 해방되기 위해 시작한 영어 공부

스푼잉글리쉬는 1대1 영어 튜터링 플랫폼입니다. 누적 수강생 약 4730명, 누적 튜터 약 270명. 2015년부터 지금까지 영어를 매개체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왔어요.

영어 하나로 5000명이 넘는 사람을, 8년 넘게 모아왔다니. 스푼잉글리쉬를 창업한 진은정 대표의 영어 사랑이 남달라 보이시죠. 놀랍게도 그는 영어가 너무 싫어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심리학과 학부생 시절, 전공 서적은 진 대표가 그렇게 싫어했던 알파벳 범벅이었죠.

“싫어하는 걸 똑바로 마주 봐야지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저는 자유롭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공부를 잘하면 내가 땡땡이를 치고 담을 넘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니까요.

영어도 마찬가지였어요. 학교 다닐 때 영어를 제일 싫어하고 수학을 제일 좋아했어요. 그런데 대학을 가도 영어가 계속 쫓아오는 거예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면돌파하려고 캐나다로 갔어요. 영어 실력을 키워서, 영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_진은정 대표

아마 스푼잉글리쉬의 모태는 그 시절일 겁니다. 진 대표는 그때 몸소 깨달았거든요. ‘언어의 근본은 사람과의 대화다.’ 그리고 ‘문화와 환경이 뒷받침돼야 대화가 는다.’

어학연수를 가면, 보통 학교나 어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죠. 진 대표는 달랐습니다. 캐나다에 있는 1년 동안 학교 수업이 끝나면 클럽과 바를 전전했어요. 지역 센터, 문화 센터의 문을 두드리며 취향이 맞는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야 입이 트여요. 저는 캐나다 친구랑 음악 얘기로 다투다가 영어 실력이 늘었어요.

‘너 지금 K-록이 촌스럽다고 했지? 내가 다 설명할 테니까 다음 주에 만나’ 이러면서요. 처음에는 친구가 하는 말의 30%만 알아들었어요. 내 세계와 문화를 설득하고 싶다는 열정이 동기부여가 됐죠.”

_진은정 대표
ⓒ스푼잉글리쉬

Chapter 2. 문제의식 : 한국의 영어 학원에는 ‘배움’이 없다

이후 진은정 대표는 다음(현 카카오), 컨버스코리아, 현대카드 뮤직 언더스테이지 PM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다음에서 마케팅을 배우고, 컨버스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현대카드에서 뮤지션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었어요. 그때마다 그에게 가장 큰 기회를 만들어준 도구가 바로 영어였어요.

“남들보다 영어를 조금 더 잘한다는 이유로 내 세상이 훨씬 재밌어지는 거예요. 컨버스 재직 시절에는 보스턴 본사에서 네덜란드, 헝가리, 파나마 등 100여 개 국가에서 모인 담당자들에게 전 세계의 마켓과 로컬 문화 이야기를 들었죠. 정말 일 잘하는 마케터,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영어를 못 하면 그런 기회들을 놓치는 거예요.”

_진은정 대표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특별합니다.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어 공부 해야 하는데’, ‘영어 공부 할걸’, 이 두 가지 생각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하죠. 진 대표 역시 직장을 다니는 내내 동료들의 영어 고민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어 학원들을 둘러보면, 그가 유학 시절 깨쳤던 배움의 본질을 알고 있는 곳이 없어 보였어요.

“배움의 어원이 뭔지 아세요? 몸에 배다, 즉 삶에 스며든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한국의 영어 학원엔 배움은 없고 학습만 있어요. 영어가 삶에 배일 기회를 안 줘요. 1대1 튜터링이라고 하는 곳을 가봐도, ‘왜 수업 안 나오세요?’ 부추기는 게 전부죠.

‘나’라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는 관심이 없어요. 영어가 빨리 늘려면 외국인 애인을 사귀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예요. 내 라이프스타일에 아주 깊게 배니까요.”

_진은정 대표
진은정 대표 ⓒ롱블랙, 최근우

진 대표는 ‘사람 중심의 영어 교육 문화’를 한국에서 만들어보자고 결심합니다. 캐나다 어학연수 때 만난 문수경 코치와 함께, 컨버스 재직 시절부터 창업 준비를 시작했어요.

준비에만 최소 5년이 걸렸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주말을 반납했습니다. 영어 공부가 필요하다는 주변 동료 20~30명을 첫 회원으로 모았어요. 대형 영어 학원, 대학가의 언어 교환 모임 등을 돌며 시장 조사도 했죠. 그러다가 만난 세 명의 튜터와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15년, 4년을 다닌 현대카드를 퇴사한 뒤 본격 문을 열었어요.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하겠다는 목표는 어차피 불가능해요. 매일 2시간씩, 16년이 걸리죠. 저는 얼마큼의 수준에 도달해야 어느 정도 비즈니스 영어를 할 수 있는지, 경험으로 데이터를 쌓아왔잖아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주 1시간~1시간 반씩 1년을 배우면 되겠다고 가설을 세우고 커리큘럼을 짰어요. 5년은 그 가설을 검증하는 시간이었죠.”

_진은정 대표

그 결과 커리큘럼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영어 문장의 틀을 패턴화해 한국어와는 다른 어순에 익숙해지게 했어요. 가족, 취미, 커리어 등 스몰 토픽 65개 정도를 선정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게 했죠.

2년 정도가 지나니 첫 테스터 회원들이 자유롭게 비즈니스 영어를 쓸 수 있게 됐어요. 효과를 본 회원들이 새로운 회원을 데려왔고, 튜터들이 새로운 튜터를 소개해 왔습니다. 스푼잉글리쉬는 지금도 회원 70% 이상이 지인 추천으로 등록해요. 90%의 튜터가 지인 소개로 입사했고요.

문수경 코치ⓒ롱블랙, 최근우

Chapter 3. 튜터링 : 언어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이다

사람 중심의 영어 교육, 삶에 스며드는 영어 학원,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죠? 회원 한 명당 두 명의 전문가가 붙습니다. 튜터와 코치예요. 튜터가 맞춤 과외 선생님이라면, 코치는 회원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성장을 독려하는 멘탈 트레이너예요.

학원에 등록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코치입니다. 보통의 영어 학원은 수업 전에 레벨 테스트를 하죠. 그런데 스푼잉글리쉬에서는 코치와의 첫 만남에서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요즘 푹 빠져 있는 게 뭔가요?”


이 과정이 ‘계량스푼’입니다. 1시간 동안 코치와 대화하며 영어 실력은 물론, 회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분석해요. 이를 토대로 코치는 2일 안에 회원에게 맞는 튜터를 매칭합니다. 가령, 영화감독이 직업인 회원에게는 영화 번역 일을 하는 튜터를, 글쓰기가 취미인 회원에게는 문학을 전공한 튜터를 매칭하죠.

진 대표는 “스푼잉글리쉬의 8할이 튜터”라고 말해요. 지금까지 스푼잉글리쉬를 거쳐간 튜터는 약 270명, 현재 활동 중인 튜터만 100여 명이에요. 실력은 기본이고요. 채용 면접만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할 정도로 튜터 개개인의 색깔을 중요하게 봅니다. 그림 그리는 디제이, 여행이 취미인 심리상담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모두 스푼잉글리쉬의 튜터예요.

튜터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 70%, 한국인 30%로 구성돼요. 코치는 수강생들에게 4~6개월에 한 번씩 튜터를 바꿔보라고 제안합니다. 더 다양한 국적, 더 다양한 세계관과 만나보라는 의미에서요.

“결국 ‘이 사람과 얘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동기부여가 돼요. 대화가 뭔가요? 어떤 사람을 만나서, 서로의 세계와 문화로 끌어들이는 과정이에요. 단순히 영어 잘 가르치는 걸로는 안 돼요. 튜터만의 세계관, ‘나만의 서식지’가 있어야 하죠.

저는 튜터 지원자를 인터뷰할 때, ‘자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같은 원론적인 것까지 물어봐요. 그 사람의 세상이 뚜렷해야 회원과 더 많은 세계를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데이빗 선생님’이 아니라 그냥 ‘데이빗’으로서 회원을 만날 수 있어야 하죠.”

_진은정 대표

학습 방법도 회원별로 다릅니다. 캐주얼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회원은 수업 시간 동안 원하는 토픽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합니다. 수준이 높아지면 대화는 토론이 되고, 함께 미국 드라마나 토크쇼를 시청하죠.

비즈니스를 위해 공부하는 회원은 똑같이 토크로 시작하더라도, 비즈니스 아티클을 분석하고 함께 프레젠테이션 시뮬레이션까지 해봐요.


“스푼잉글리쉬에서 커리큘럼을 체계화한다는 건 결국 하나예요. ‘이 사람은 어떻게 영어를 써야 가장 재미있어할까’에 대한 답을 내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훌륭한 교재는 이미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매니저급으로 승진한 마케터 회원과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읽어보고,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죠.”

_문수경 코치

튜터링은 나와 세계관이 맞는 튜터와, 내게 맞는 학습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집니다. 1회에 6만 원. 오픈 이래 한 번도 수업료를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4개월의 튜터링이 끝나면 다시 한번 코치를 만나요.

“사람은 늘 변해요. 내가 사는 세계관, 서식지도 변하기 마련이에요. 코치가 하는 일은 그 변화를 캐치해서, 다시 한번 내 몸에 맞는 세계로 연결해 주는 거예요.

4개월에 한 번씩 성장 코칭을 해요. 그리고 계량스푼 때 녹음했던 걸 들려드리죠.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돼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면 욕심이 생기거든요. 외국인 친구 사귀고 싶어서 등록했던 회원의 목표는 외국계 기업 취업으로 업그레이드돼요.”

_문수경 코치
ⓒ스푼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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