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양자 레이더, "러 스텔스 Su-57 450km 밖서 탐지한다"

양자 레이더

2023년 어느 날,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들이 경기도 안성 야외 실험장에서 신기한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늘로 쏘아 올린 레이저 빛이 드론에 반사되어 돌아오자, 검출기가 미세한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불과 2km 떨어진 소형 드론이었지만, 이는 혁명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한국이 독자 개발한 양자 레이더가 실제 야외에서 표적을 탐지한 첫 번째 성공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에는 더욱 놀라운 숫자가 등장했습니다.

"한국 양자 레이더, 러시아 Su-57을 450km에서 탐지 가능!" 과연 이 수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그리고 한국의 양자 레이더 기술은 정말로 스텔스 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450km 선탐지' 숫자의 출처와 진실


이 놀라운 수치의 출처를 추적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2023년 학술지 'IET Radar, Sonar & Navigation'에 실린 양자조명(QI) 레이더 탐지 거리 모델은 레이더 반사 면적(RCS) 0.1m²의 스텔스 표적을 S·L-대역에서 약 450km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이는 순수한 이론적 계산으로, 완벽한 조건에서 양자 얽힘을 활용한 레이더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능을 보여준 것입니다.

국내 언론과 일부 블로그가 이를 인용하며 "한국 양자 레이더가 Su-57(추정 RCS ≈ 0.1m²)을 450km에서 포착"이라고 보도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빠졌습니다.

대한민국과 러시아 어느 쪽도 실제 Su-57을 대상으로 한 실사격이나 비행 시험을 발표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450km라는 수치 자체는 '가능한 이론값'이지, 현장에서 검증된 실측값이 아닙니다.

한국형 양자 레이더의 실제 개발 현황


그렇다면 한국의 양자 레이더 개발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을까요?

국방과학연구소의 로드맵을 살펴보면 체계적인 접근이 인상적입니다.

2021년 국방과학연구소가 '미래도전 국방기술' 과제로 양자 레이더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22년에는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양자 주파수 변환(광↔마이크로파) 실험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는 극저온 환경에서도 위상을 보존할 수 있음을 확인한 원천기술 성과였습니다.

2023년에는 더욱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35GHz QI 소형 모듈을 개발해 실내에서 5km 시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4월, 드디어 야외 실증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AI 기반 포토닉(광자) 레이더가 드론급 소형 표적을 수 km 거리에서 탐지하고 식별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6~27년에 차량 탑재형 30kW 광원/수신기 일체형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50km 표적 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2024년 8월 '퀀텀 프런티어 전략위원회'를 신설해 양자센싱·통신·컴퓨팅 투자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기존 레이더와 양자 레이더의 차이점


양자 레이더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레이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 레이더는 마이크로파 펄스를 신호원으로 사용하며, 넓은 출력과 성숙한 신호처리 기술이 강점입니다.

하지만 도청에 취약하고 스텔스 감쇠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반면 양자 레이더는 얽힌 광자 쌍 또는 광-마이크로파 변환 빔을 신호원으로 사용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스텔스와 재밍에 강하며, 저출력으로도 낮은 발견 확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얽힌 광자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광자는 잡음으로 걸러내는 원리 때문에 기존 전파방해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자 레이더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초저온(4K) 검출기가 필요하고, 광원 안정화와 얽힘 손실이라는 기술적 난제가 있습니다.

현재 실증 수준을 보면 스텔스기 탐지는 약 160km(F-35용 L-밴드) 정도이고, 한국의 경우 소형 드론을 수 km에서 탐지하는 수준입니다.

"450 km 탐지"가 현실이 되려면


이론적으로 계산된 450km 탐지가 실제로 구현되려면 여러 기술적 돌파가 필요합니다.

첫째, 광원 밝기를 현재 10¹³ ph/s에서 10¹⁶ ph/s 이상으로 증강해야 합니다.

이는 현재보다 1,000배 이상 밝은 광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에서 B-2 스텔스 폭격기와 새 같은 저피탐 표적들을 시험용 양자레이더로 탐지한 모습

둘째, 초전도 검출기를 다중화해야 합니다.

현재 1채널에서 512채널 이상으로 확장해 빔 스캔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셋째, AI-양자 융합 신호처리 기술이 핵심입니다.

잡음광(background)을 구분하는 정확도를 현재 95%에서 99%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넷째, 탑재 플랫폼의 냉각기를 소형화해야 합니다.

초저온 냉동기의 질량을 현재 1,200kg에서 400kg 미만으로 줄여야 실용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28년까지 "전장 8×4m 트럭 탑재, 100km 실표적 검증"을 목표로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현실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목표로 평가됩니다.

글로벌 양자 레이더 경쟁 현황


세계 각국의 양자 레이더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원천기술과 AI 포토닉 시연 단계로, 수 km에서 드론 탐지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QI(양자조명)와 AI 신호처리를 결합한 독특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ETC 14연구소가 2016년 "100km 실험 성공"을 주장했으며, 얽힌광 단일광자 방식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술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양자 레이더

미국과 영국은 NRL(미 해군연구소)과 버밍엄대학에서 실내 20km 상응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공식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자 레이더의 군사적 의미와 전망


양자 레이더가 완성되면 현재의 스텔스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Su-57, J-20, F-35 같은 저피탐 전력이 '조기 경보' 단계부터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스텔스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한 각국에 충격적인 변화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기적 현실은 다릅니다. 한국은 아직 "보기는 했지만 멀리는 아니다" 단계입니다.

지금 당장 450km 탐지는 불가능하며, 실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전략적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첫째, KF-21 블록 II/III에 탑재될 LPI(Low Probability of Intercept) 센서 후보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둘째, L-SAM-II·차세대 이지스와 연동 시 극초음속 요격 반응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저궤도 위성과 데이터 퓨전으로 '스텔스 그림자'를 없애는 우주-해양 복합 감시망 구축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국방과학연구소는 2019년부터 스텔스 전투기를 잡는 레이더 핵심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21년에는 저피탐 항체 탐지용 고출력·고감도 표적탐지기술을 국내 독자 개발로 확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AESA 레이더 기술과 고성능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미세한 전투기 신호까지 구분해내는 기술입니다.

현실과 희망 사이의 균형점


450km라는 놀라운 숫자는 아직 실험실 계산에서 나온 이론값입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과장된 헤드라인'으로 치부하기에는 한국의 양자 레이더 기술이 보여준 성과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2022년 양자 주파수 변환 원천기술 확보와 2025년 AI 기반 포토닉 레이더의 야외 실증 성공은 분명히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물론 갈 길은 멀습니다.

초저온 냉각 시스템의 소형화, 광원 출력 증강, AI 신호처리 정확도 향상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이미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양자 레이더의 완성 여부가 아닙니다.

스텔스 기술의 절대 우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 자체가 이미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습니다.

각국이 기존 스텔스 기술에 대한 과신을 버리고 새로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한국의 양자 레이더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Su-57을 450km 밖에서 포착하는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