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기업은행 kovo컵 결승진출! 올해는 큰일 낼 것인가?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컵대회 여자부 준결승은 한마디로 “힘과 조직의 승부”였다. 한국도로공사는 A조 전승으로 올라온 GS칼텍스를 3-1로 뒤집었고,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을 3-0으로 눌렀다. 덕분에 28일 오후 1시 30분, 도로공사와 IBK가 우승컵을 놓고 다시 만난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조별리그에서 이미 한 번 맞붙었고, 그때는 IBK가 3-1로 이겼다. 단판 승부의 결승에서 그 기억이 변수로 남는다.

도로공사의 승리 방식은 단순했다. 서브로 흔들고, 블로킹으로 막고, 공격은 베테랑과 젊은 피가 나눠 맡았다. 1세트를 19-25로 내줬지만 여기서 무너지지 않았다. 2세트부터 강소휘가 리듬을 끌어올렸고, 김세인·황연주가 뒤를 받쳤다. 결정적 장면은 3세트 듀스였다. 24-24에서 GS칼텍스의 공격 범실이 나왔고, 곧바로 황연주가 퀵오픈을 단단히 가로막아 26-24로 세트를 가져왔다. 분위기는 완전히 도로공사 쪽으로 기울었다.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팀 블로킹이 17-3. 높이에서 압도했다는 뜻이다. 강소휘 16점, 김세인 14점, 황연주 13점, 김세빈 11점, 배유나 10점까지 고른 득점 분배도 눈에 띈다. 이 팀은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배구’가 아니다. 리시브만 지켜지면 어느 쪽이든 스코어가 난다.

IBK는 완성도가 더 높아진 느낌이었다. 현대건설을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팀 범실이 10개에 그쳤는데, 상대는 19개였다. 깨끗하게 플레이한 팀이 셧아웃을 만들었다. 1세트 초반 1-8로 끌려가던 흐름을 중반에 뒤집은 장면이 상징적이다. 교체로 투입된 김하경이 볼 배급의 속도와 높이를 조절했고, 그 사이 육서영이 과감한 대각 공격을 꽂아 넣었다. 세트 막판에는 이주아가 연속 득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세트는 더욱 일방적이었다. 4-5에서 7연속 득점, 그리고 다시 뒷부분에서 블로킹 2개를 더해 25-15. 3세트는 초반부터 간격을 벌리며 같은 스코어(25-15)로 닫았다. 이주아는 블로킹 3개·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17점, 육서영은 16점으로 ‘쌍포’ 역할을 확실히 했다. 김하경은 세트마다 필요한 곳에 볼을 올려주며 리듬을 바꿨다. 현대건설은 23일 부상으로 빠진 양효진의 공백이 컸다. 중앙의 ‘버팀목’이 사라지자 속공과 중앙 블로킹이 느슨해졌고, 범실이 늘었다.

결승은 어떤 그림일까. 도로공사의 강점은 높이와 균형이다. 블로킹 숫자가 말해주듯, 두 미들(김세빈·배유나)의 손끝이 살아 있고, 사이드에서는 강소휘의 결정력이 올라왔다. 여기에 황연주의 노련함이 더해지면 긴 랠리에서 힘이 생긴다. 반면 약점은 리시브가 흔들릴 때의 변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첫 터치가 흔들리면 세트가 단순해지고, 그때는 상대 블로커에게 읽힌다. 서브로 먼저 흔들어야 한다.

IBK는 조직과 실책 관리가 무기다. 조별리그와 준결승을 통틀어 “불필요한 실수 줄이기”가 몸에 밴 팀이다. 이주아의 중앙 가담은 단순한 속공 한 방이 아니라, 사이드 공격을 가볍게 만드는 ‘가짜 스크린’ 역할까지 한다. 육서영은 볼이 어렵게 올라와도 풀스윙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세터 김하경이 초반부터 들어와 리듬을 잡으면, 경기 흐름이 IBK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다만 리시브라인과 수비에서 이소영·황민경의 체력 배분은 관건이다. 조별리그부터 많은 시간을 뛰었고, 결승은 압박이 더 세다. 후반에 체력이 꺾이면 범실이 도미노처럼 나온다.

포인트 몇 가지를 더 짚자. 첫째, “첫 세트.” 두 팀 모두 초반 탄력이 성적을 좌우한다. 도로공사는 1세트에 잡힌 리시브 흔들림을 2세트부터 고쳐 세웠고, IBK는 1세트 중반 이후부터 완전히 주도권을 가져왔다. 결승에서도 누가 먼저 상대의 첫 서브 시퀀스를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둘째, “서브-블로킹 라인.” 도로공사는 서브 강도를 높이면 블로킹 포인트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반대로 IBK가 리시브를 안정시키면 이주아의 중앙·김채연의 속공이 ‘유효타’를 만든다. 셋째, “벤치의 한 수.” 김호철 감독은 세터 교체와 타이밍으로 경기 흐름을 여러 번 바꿨다. 도로공사도 3세트 승부처에서 교체와 작전타임으로 분위기를 틀었다. 단판 결승은 벤치의 1~2회 선택이 승패를 가른다.

기록에서 드러난 흐름도 결승의 힌트다. 도로공사는 블로킹 17개를 찍을 만큼 높이가 좋았지만, 리시브가 흔들릴 땐 득점 루트가 사이드 쏠림으로 향했다. IBK는 팀 범실을 낮게 유지하며 상대 범실을 끌어낸 뒤, 중원·사이드의 균형으로 마무리했다. 즉, 도로공사가 높이로 압박하면 결승은 “리시브-토스-블로킹”의 정면 승부로 간다. 반대로 IBK가 초반부터 서브로 리시브를 깨뜨리면 “속공-시간차-빠른 전환”으로 답한다.

역사라는 맛도 있다. 도로공사는 2011년 이후 14년 만의 컵대회 우승을 노린다. 선수단 구성상 베테랑과 중견이 주축이라 “지금이 기회”라는 마음이 강하다. IBK는 2016년 이후 9년 만의 정상 도전이다. 2010년대 컵대회를 주름잡던 기억을 되찾고 싶은 팀이다. 무엇보다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IBK가 이겼다는 사실은 결승 초반 심리에 영향을 준다. 도로공사는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걸 먼저 증명해야 한다.

결국 결승의 키는 두 가지로 모인다. 하나, 도로공사의 블로킹 벽을 IBK가 얼마나 빠른 전개로 무력화하느냐. 둘, IBK의 낮은 범실 흐름을 도로공사가 서브 압박과 리시브 집중력으로 깨뜨릴 수 있느냐. 여수의 공기는 이미 뜨겁다. 블로킹으로 환호가 터질지, 속공으로 환호가 터질지, 그 답은 첫 서브 몇 개 안에서 감이 올 것이다. 단판 승부는 작은 차이를 크게 만든다. 오늘의 한 블록, 한 디그, 한 서브가 우승의 문을 연다. 팬들에겐 그 ‘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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