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데 왜 5세트까지 갔나…IBK의 ‘진짜 약점’

IBK기업은행이 정관장 원정에서 3-2로 이기며 2연승을 달렸다. 결과만 보면 “승점 2점 확보, 3위 흥국생명과 4점 차”라는 계산이 먼저 튄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면, 이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라 ‘봄배구 레이스에 들어갈 자격’을 시험받은 경기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IBK가 강팀이 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경기는 IBK가 1, 2세트를 가져가며 쉽게 끝나는 듯 보였다. 빅토리아 댄착을 중심으로 육서영, 킨켈라, 최정민이 역할을 나눠 공격이 돌아갔고, 정관장은 자네테가 복귀했음에도 초반에는 박혜민 쪽 공격이 막히며 답답해 보였다. 하지만 배구는 ‘흐름’이란 말로도 부족할 만큼 작은 것에 흔들리는 스포츠다. 2-0 리드는 종종 안심이라는 독이 되어 돌아오곤 한다.

3, 4세트는 그 독이 어떻게 팀을 무너뜨리는지 보여줬다. 정관장이 서브와 블로킹으로 리시브 라인을 흔들기 시작하자, IBK는 토스가 길어지고 공격 선택이 단조로워졌다. 여오현 감독대행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고 말한 대목은 그저 멘탈 타령이 아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세터가 한 템포 늦어지고, 그 한 템포가 상대 블로킹 손을 세우는 시간으로 바뀌며, 결국 공격수는 ‘막힐 걸 알면서도’ 때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 구간에서 IBK가 보여준 가장 큰 약점은 ‘플랜 B의 속도’였다. 흐름이 꺾였을 때 얼마나 빨리 대안을 가동하느냐가 상위권 팀과 중위권 팀을 가르는 기준이다. 세터 교체가 들어갔고, 공격 분배도 바꾸려 했지만, 체감상 반 박자 늦었다. 그 반 박자가 4세트 12-25라는 처참한 점수로 찍혔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세트를 크게 내주는 팀’은 체력보다 마음이 먼저 닳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5세트를 잡아낸 건 분명 값졌다. 5세트는 기술보다 본능이, 전술보다 책임감이 더 크게 작동한다. 6-8로 끌려가다 따라붙고, 13-11에서 또 동점을 허용하는 과정은 “이길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틴 팀이 이긴다”는 말 그대로였다. 최정민의 이동 공격, 육서영의 마무리가 승부를 갈랐는데, 이건 한두 개의 득점이 아니라 ‘누가 마지막에 무너지지 않았나’의 증거였다.

이 경기의 주인공은 역시 빅토리아였다. 26득점은 화려한 숫자지만, 더 눈에 띄는 건 버티는 방식이다. 공격 성공률이 39%대라고 해서 흔들렸다고만 말하기 어렵다. 5세트까지 간 경기에서, 그것도 상대가 IBK를 집중 분석해 막아오는 상황에서 한 선수가 끝까지 점유율을 들고 가는 건 체력과 멘탈의 전쟁이다. 빅토리아가 “리셋하려 했다”고 말한 건 인터뷰용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상위권 외국인 공격수들이 공통으로 갖는 습관에 가깝다.

킨켈라의 16점도 의미가 크다. IBK가 살아나려면 빅토리아 원툴이 아니라 “양 날개가 번갈아 찌르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상대가 빅토리아를 두 손으로 틀어막을 때, 다른 쪽에서 한 번씩 뚫어주는 득점이 나오면 블로킹의 시선이 갈라지고 수비 위치가 흐트러진다. 빅토리아가 말한 ‘상대 수비 분산’은 실제로 이런 순간에 발생한다. 한 팀이 강해진다는 건, 스타가 더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칼이 함께 서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여오현 감독대행의 말처럼, 이 승리에는 경고등이 섞여 있다. “나도 냉정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는 건, 벤치가 보기에도 흐름을 놓쳤다는 뜻이다. 승점 2점이 달콤한 만큼, 선수단이 경기 운영을 ‘승리’가 아니라 ‘완성도’ 관점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봄배구 경쟁은 결국 “이길 경기를 어떻게 이기느냐”에서 갈린다. 2-0에서 2-2를 허용한 팀은, 다음 경기에서 같은 상황을 반복하면 한 번은 반드시 발목을 잡힌다.

그리고 이 승리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순위표 때문이다. IBK는 14승 14패, 승점 44점으로 3위 흥국생명(48점)을 4점 차로 추격했다. 이제는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압박” 구간에 들어섰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뒤에서 쫓아오는 팀이 보이는 순간부터 경기 내용이 바뀐다. 반대로 IBK는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 모드’를 꺼낼 이유가 생겼다.

남은 일정에서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리시브가 흔들릴 때 세터-공격수 호흡을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다. 둘째, 체력 관리다. 5세트 혈투는 이기면 분위기를 주지만, 다음 경기 다리도 함께 가져간다. 여오현 감독대행이 “체력이 걱정”이라고 한 건 엄살이 아니라 현실이다. ‘봄배구를 꿈꾸는 팀’은, 승점만큼이나 회복 루틴과 경기력 유지가 중요하다는 걸 이 경기가 보여줬다.

정관장 원정 3-2 승리는 IBK에게 선물 같은 결과다. 하지만 동시에,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고쳐야 할 습관이 무엇인지 알려준 시험지다. 1, 2세트의 날카로움과 5세트의 집중력을 ‘3, 4세트에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IBK가 진짜로 흥국생명을 끝까지 압박하려면, 이제는 ‘승리하는 법’보다 ‘무너지지 않는 법’을 먼저 몸에 새겨야 한다. 그게 봄배구 문 앞에서 살아남는 팀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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