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민통선 도로 방치는 직무유기…주민 안전 위한 것" 파주시에 반박

김은섭 2026. 5. 19. 11: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군 “5~8년간 방치된 민통선 도로, 주민과 안보 관광객 안전 위해 실사한 것”
경기도 연천군 접경지의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근 군사시설 보호구역 푯말의 모습. 연합뉴스

민통선 내 도로 정비 지시를 둘러싼 파주시의 거센 반발(중부일보 5월 19일자 12면 보도)에 대해 육군도 파주시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19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의 요구는 군 지휘관의 독단적 '갑질'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오랜 민원 해결과 민간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적법하고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군 본연의 책무인 만큼, 눈앞의 사고 위험을 묵과하는 것이야말로 도리어 군과 지자체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파주시에 전달된 문서는 군이 독단적으로 서류상 작성한 것이 아니라, 시 측 요청에 따라 지난해 2개월간 직접 합동 현장을 답사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작성된 것"이라며 "군은 안보 관광 차량, 영농 주민 차량, 군용 차량 등의 이동 동선과 통행 순위를 면밀히 분석했으며, 안보 작전상 위해 요소가 없는지 보안성 검토까지 마친 공식 문서"라고 설명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뢰 위험성'에 대해서도 군은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제초 및 수목 제거를 요청한 위치는 군의 전문 인력이 철저한 현장 조사를 거쳐 지뢰 위험 지역에서 확실히 제외된 곳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수목이 너무 우거져 차량 교행이 불가능하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중앙선 침범 등 대형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 위주로 선정한 것일 뿐, 민간인을 위험지역에 투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파주시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군 작전지역 내 필수 정비 구간은 군이 스스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처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민통선을 관할하고 있는 육군이 파주시에 도로보수와 수풀을 제거해 달라고 요구한 가운데 파주시는 군의 역할과 자발적인 작업을 요구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군이 파주시에 요청한 196건의 민통선 내 보수작업 요청 목록. 김은섭 기자

군은 파주시의 오랜 도로 관리 소홀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실사 결과, 민통선 내 비법정 도로 중 상당수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8년간 제대로 된 정비나 보수 없이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장마철 토사 유출로 도로 기능이 마비되거나, 도로 파손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 군의 주장이다. 특히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 DMZ 안보관광지로 향하는 외지 관광객과 대형 버스의 유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도로 방치는 안전 불감증의 표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 조사를 주도한 군 관계자는 "민통선 내 생업을 이어가는 영농 주민들은 우리 장병들의 부모님과 다름없는 분들"이라며 "주민들이 수년간 겪어온 통행 불편과 안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군이 세심히 살펴 조사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담당 공무원과 업무를 조율하면서 언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적 표현이 아닌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빚어진 작은 마찰"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안보와 주민 복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접경지역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만큼, 소통 방식의 오해에서 온 감정적 대립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직 파주시의 한 고위 공직자는 "파주시와 군 모두 시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지자체와 군이 민통선 내 도로 시설물에 대한 관리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민통선 내 도로 및 관련 시설물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와 관리협의체 구성 등 제도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해 군은 파주시에 민통선 내 도로 보수와 시설물의 제초 작업이 필요하다며 196건의 항목을 전달했으나 파주시가 부정적 입장을 내며 갈등을 빚고 있다.

김은섭 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