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판사 수사하는 경찰…‘법왜곡죄’ 쏟아지는 고소·고발에 난감 [세상&]

이용경 2026. 3. 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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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상대 줄고발…“범죄 입증 까다로워”
“경찰도 법왜곡죄 대상”…민원증가 우려
“수사 위축될라” 법왜곡죄 참고자료 전파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이영기 기자] 법원과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해 재판이나 수사를 벌일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형법 제123조2)가 뜨거운 감자다. 법 시행과 동시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법관에 대한 법왜곡죄 혐의 고발장이 경찰에 들어왔다. 조희대 대법원장·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지귀연 부장판사 등이다.

이들을 법왜곡죄로 고발한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에이)는 이렇게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의 경우 지난해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파기환송할 때 형사소송법상 ‘서면주의 원칙’을 의도적으로 어겼다고 주장했다. 소송기록을 꼼꼼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틀 만에 심리를 종결하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했다는 설명이다.

지 부장판사에 대해선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시간’ 단위로 계산해 잘못 석방했다고 주장했다.

[법왜곡죄(형법 제123조2) 핵심 내용]
법관, 검사 또는 범죄수사관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려는 등의 목적 재판이나 수사 중인 형사사건에 관하여 다음 행위를 하면 처벌한다.
○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 적용하거나, 마땅히 적용해야 할 법령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재판이나 수사에 사용한 경우
○ 폭행, 협박, 위계 등의 방법으로 위법한 증거 수집. 적법한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이 밖에도 한 시민단체는 최근 오동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 등 3대 특검 관계자 26명을 법왜곡죄로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이들이 그동안 주요 사건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법령을 왜곡하고 공정한 사법 절차를 훼손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찰은 신설 규정인 법왜곡죄 시행 초기인 만큼 관련 사건은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조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배당해 조만간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

법관 상대 줄고발…“범죄 입증 까다로워”

법왜곡죄 사건을 맡게 되는 경찰은 내부에서 부담의 목소리가 나온다. ①법률 전문가인 판사 등이 했던 사법적 판단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따지는 고난도 수사를 해야 하고 ②경찰 수사관도 법왜곡죄 대상이어서 사건 처리에 문제 삼은 관계인들의 고소·고발이 빗발칠 수 있어서다.

일단 판·검사를 상대로 한 수사가 부담이다. 어려운 수사가 될 여지가 있고, 또 고소·고발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법왜곡죄는 그들이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목적을 갖고’ 법왜곡을 저질렀음을 입증해야 한다. 주관의 영역을 들여다봐야 하기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관련 판례나 수사 선례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강제수사(압수수색)도 필요한데, 영장 발부도 법원의 이해를 구해야 하므로 난항이 예상된다.

지방청 반부패계 소속의 한 경찰관은 “이번에 신설된 법왜곡죄 취지는 애초에 법왜곡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어야 (처벌) 하는 거라 현실적으로 유죄가 인정되려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선 범죄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도 “범죄에 대한 고의 입증은 사실 전부 명예훼손죄나 직권남용죄처럼 ‘내심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법왜곡죄 사안이라고 특별하게 볼 건 아니다”라며 “다만 구체적인 근거 없이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마구잡이식 고발이 늘어나면 전체적인 수사력이 분산돼 위축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왜곡죄 규정이 워낙 추상적이라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 입증에 성공해 기소할 사건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 주체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생 범죄를 담당하는 경찰이 수사를 전적으로 맡는 구조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합]

“경찰도 법왜곡죄 대상”…민원 증가 우려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도 법왜곡죄로 처벌당할 수 있는 대상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행정력 낭비가 커질 것’, ‘피의자가 수사관을 법왜곡죄로 겁박하면 송치 못 할 수도 있다’ 같은 우려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팀장도 “향후 민원의 소지가 매우 커질 것 같다는 걱정은 든다”면서 “(피의자들이) 조금이라도 불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고소·고발을 통해 담당 수사관들을 괴롭힐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한 지방청 소속 경찰관도 “실제로 형사처벌이 되는 부담도 크지만 어쨌든 수사받는 대상자들이 법왜곡죄를 걸고 수사관을 고소·고발할 경우 업무에 있어 엄청난 압박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예전엔 수사 과정 중 ‘청문 감찰에 넣겠다’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법왜곡죄로 주장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청의 한 수사 관계자는 “결국 수사 대상자가 ‘부당하게 수사받았다’라고 주장하면 경찰이 영락없이 고소·고발을 당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종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진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조사를 받거나 소명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된 셈”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제공]

“수사 위축될라” 법왜곡죄 처리지침 하달

최근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에 법왜곡죄 관련 사건 처리 지침과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법 시행 초기의 법리 적용 혼선을 줄이기 위해 법왜곡죄 관련 사건은 일선서로 들어오더라도 시도청으로 넘겨 수사하도록 했다. 관련 사건이 접수됐을 때나 종결할 때도 모두 경찰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특히 경찰 수사관이 법왜곡죄로 고소·고발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법령 적용 검토 과정을 별도의 수사보고서로 남기고 수사부서장의 결재를 거치게 했다. 증거 입수 경위도 기록으로 꼼꼼히 남기고 증거 위·변조가 의심되는 경우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전문 기관에 감정을 의뢰하라고 했다.

경찰청은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행위를 다룬 대법원 판례 4건도 공지했다. 경찰의 합리적 재량을 넘어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판례들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반대로 보면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법왜곡죄가 직권남용죄보다 구성요건이 구체화한 만큼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방청에 있는 한 수사과장은 “아직 경찰에 대한 법왜곡죄 수사가 현실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수사 부서 과장들은 관망하고 있다”며 “관련 지침이 내려온 걸 보면 기존보다는 더 신중하고 조심해서 사건을 처리하자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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